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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한 경제 포섭 본격화 … 中, 백두산 공항 내년 6월 착공

중국, 북한 경제 포섭 본격화 … 中, 백두산 공항 내년 6월 착공

북한을 방문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0월 29일 중국의 무상지원으로 건설된 대안친선유리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대안친선유리공장. 중국이 2400만 달러를 무상 지원해 북한 평안남도 대안군에 건설한 유리 공장이 ‘21세기 조·중 친선의 상징’이 되고 있다. 북한 조선노동당 창당 60주년 기념일(10월 10일) 하루 전날 열린 준공식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우이(吳儀) 중국 부총리가 참석했다. 지난 10월 28일부터 2박 3일간 북한을 방문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도 김 위원장의 직접 안내로 이 공장을 둘러보았다. 판유리를 하루 최고 200만t 생산하는 이 공장은 컴퓨터로 모든 생산공정을 제어할 수 있는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다. 북한은 이 공장 유리 제품의 60%를 러시아에 수출하고, 나머지는 국내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지난달 7일 준공된 평진자전거합영공사도 북한과 중국의 톈진디지털무역유한책임공사가 공동으로 출자한 기업으로 자전거와 리어카 등을 생산한다. 자전거는 에너지가 부족한 북한에서 필수적인 교통수단이다. 북한과 중국의 경제협력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후 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와 통일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북 투자는 2000년 100만 달러보다 50배 늘어났으며, 북·중 간 교역 규모도 13억8500만 달러로 북한 총 교역 규모(28억5700만 달러)의 48.5%를 차지했다. 북한 소비재 시장은 이미 중국제로 넘쳐나고 있다. 중국 제품은 북한 시장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평양에 주재하는 중국 기업인만 4000명이 넘고, 중국의 위안화가 정식 화폐로 통용될 만큼 중국 제품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중국 기업들은 지금까지 주로 소비제품 위주로 북한 시장을 공략해 왔다.

中 위안화 북한에서 화폐로 통용 그런데 중국이 대북 경제 진출 전략을 바꾸고 있다. 올 들어 자원개발과 항구, 철도 등 인프라 건설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 또 중공업 분야에도 적절한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이 부총리는 지난달 10일 박봉주 내각 총리를 만나 북한의 자원개발과 인프라 건설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이와 관련, 홍콩 문회보(文匯報)도 중국이 최근 북한에 광산 개발, 제철공업, 항구 개발 등 3대 영역에서 대규모 지원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10월 23일자). 이 신문은 우이 부총리가 북한과의 중공업 개발 지원도 합의했다면서 개발 지역은 기존 중공업 밀집 단지 및 함경북도 등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역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 같은 지원은 향후 북한에 투자하는 중국 기업들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속셈은 한마디로 ‘꿩 먹고 알 먹자’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함경북도 무산 광산개발이다. 무산 광산의 철광석 매장량은 확정분만 22억t이며 추정 분까지 합치면 50억t에 달한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철광석이 4400만t이었다는 사실로 볼 때 엄청난 규모다. 무산 철광석은 순도 66%로 채광 즉시 고로에 넣어도 될 정도로 품질이 우수하다. 하지만 무산 광산은 그동안 전력 부족과 자연재해 등으로 생산량이 저조했다. 중국이 현재 이 광산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서로 합작 투자를 선점하기 위해 쟁탈전까지 벌이기도 했다. 중국은 지난해 북한 무산광산연합기업소와 함께 철광석 개발에 5000만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도 설비 현대화에 1500만 달러를 투입했다. 이처럼 자원 개발은 잘만 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 북한의 지하자원 중 경제성이 있는 광물은 43종으로 추정된다. 마그네사이트의 경우 매장량이 30억~40억t으로 세계 3위 규모지만 낙후된 채굴 기술과 자금 부족으로 제대로 캐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광산개발 활성화를 통한 경제회복을 위해 외국기업의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원 개발은 중국과 북한 모두에 이익인 셈이다. 중국은 또 북한의 사회간접자본 투자에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항만과 철도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중국 지린(吉林)성 훈춘시의 둥린무역공사와 훈춘 국경경제협력기구 보세공사는 지난 9월 나진항 2개 부두의 50년간 독점 운영권을 확보했다. 중국의 숙원사업인 동해로의 출구가 마련된 셈이다. 중국은 내년 중 투먼(圖們)에서 시작해 함경북도 남양, 나진을 거쳐 청진까지 연결되는 철도를 착공할 계획이며 총 투자액은 3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수심이 깊은 청진항은 대형 선박이 정박할 수 있어 중국 동북지역 경제개발을 위한 주요 항구가 될 수 있다. 또 함북 무산과 중국 허룽(和龍)을 연결하는 무산~남평 국경다리가 지난 8월 완공되는 등 국경교역을 위한 각종 시설도 중국의 투자로 건설 또는 확장되고 있다. 이와 관련,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은 북한이 중국과 합작으로 설립하는 철도운수 주식회사에 북한의 모든 철도를 개방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10월 23일자). 이 잡지는 이에 따라 평양에서 선양(瀋陽) 등 중국 전 지역에 이르는 새로운 북한~중국 무역노선이 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중 간의 투자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고 있다. 지난 3월 투자보장협정을 맺었고, 10월 경제기술협력협정도 체결했다. 중국은 이와 함께 북한과의 접경지대에 대규모 역사를 벌인다. 중국은 내년 7월부터 헤이룽장(黑龍江)성 무단장(牧丹江)에서 출발해 지린성과 랴오닝(遼寧)성의 북한 접경지대를 거쳐 다롄(大連)까지 이어지는 총 1380㎞의 동변도 철도를 착공, 2008년 12월 개통할 예정이다. 중국 철도부에 따르면 동변도 철도는 동북 3성 10여 개 시와 30여 개 현을 지나며, 연간 1800만 명을 수송할 계획이다. 이 공사는 중국에서 상대적으로 경제가 낙후한 동북 3성의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북한과의 교역 활성화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중국은 동북 3성을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보고 있다. 중국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주장(朱江) 삼각주 지역은 노동력 부족과 에너지난, 인건비 상승으로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동북 3성을 육성하려면 앞으로 북한 경제의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국이 북한의 자원 개발과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는 것도 북한으로부터 각종 자원을 신속히 동북 3성으로 이동시키고, 반대로 동북 3성에서 생산한 제품을 원활하게 수송하고 이를 해외에 수출하기 위한 것이다.

동북 3성 위해 북한 개방시킨다 중국은 심지어 백두산 지역의 투자환경 조성을 위해 지린성의 두 번째 민간공항인 창바이산(長白山·백두산의 중국 이름) 공항을 내년 6월에 착공해 2009년 문을 열 예정이다. 중국은 또 북핵 문제가 완전 타결된 이후도 대비하고 있다. 지린성 동북아연구중심 첸룽샨 연구원은 “북한이 일단 개혁·개방에 나서면 수백억 달러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며 “미국과 일본의 자본이 대거 유입될 경우도 중국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혈맹’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또 중국은 북한이 부족한 에너지와 식량의 40%를 지원해 주는 등 경제적 영향력도 막강하다. 중국은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면서 교역과 투자의 기회를 선점,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후 주석은 이번 방북에서 김 위원장에게 “중국과 북한 기업의 투자협력을 고무하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후 주석의 말처럼 앞으로 중국과 북한은 새로운 방향으로 경제 협력을 추진할 것이 분명하다. 중국의 자본이 북한의 자원 개발과 인프라 건설에 대거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우리나라로서는 북한이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러다 북한 경제가 중국에 종속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고구려사를 왜곡하고, 이를 통해 북한과 간도지방에 대한 자신들의 지배권을 정당화하려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이 전략 목표를 가장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경제 협력이다. 경제 대국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이 북한 경제를 거대한 원심력으로 끌어들인다면 북한이 중국의 ‘동북 4성’이 될 수도 있다. 후 주석이 북·중 친선을 상징하는 ‘우의탑’을 찾아 헌화하고 방문록에 ‘어깨를 함께하면서 평화를 수호하고 손잡고 미래를 개척하자’고 쓴 글귀가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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