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스플렌다, 잘 가 설탕”
“어서 와 스플렌다, 잘 가 설탕”
Sweetness and Fight
최근의 어느 가을날, 유명 요리사 11명이 뉴욕의 프렌치 컬리너리 인스티튜트에 모여 각자 최근에 개발한 요리를 선보였다. 센 불에 볶은 채소, 설탕에 절인 생강 샐러드, 블루베리와 복숭아로 만든 코블러(파이), 그리고 초콜릿과 코코넛으로 만든 마카롱(과자)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들어간 재료가 하나 있었다. 바로 설탕 대용품 ‘스플렌다’. 손님들이 너무 좋아하자 스플렌다 로고가 찍힌 재킷 차림의 요리사들은 스플렌다를 기념품으로 나눠줬다. 누구는 스플렌다 덕분에 10㎏을 뺐다고 하고 또 누구는 빵을 굽는 데 그만한 재료가 없다며 칭찬에 침이 마른다. 뉴욕 할렘에서 ‘실비아네’ 식당을 운영하는 실비아 우즈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어서 와, 스플렌다. 잘 가, 설탕”이란다.
미국인들의 단 음식 애호습관을 고치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초창기에는 좀 고풍스러운 감이 없지 않은 사탕수수가 있었고 그 후 인공 감미료가 등장했다. 스위트 앤 로, 이퀄, 그리고 지금 사람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스플렌다 등이다. 스플렌다는 1998년 처음 소개됐고 다이어트 전문가 로버트 앳킨스 박사의 적극적인 홍보에 힘입은 바 크다.
최근 들어 솜씨 좋고 공격적인 마케팅 덕분에 소비자들은 거의 숭배에 가까운 지지를 보낸다. 매출 면에서도 돋보인다. 지난 12개월 동안 총판매액이 1억8800만 달러로 이퀄과 스위트 앤 로를 합친 금액보다 많다. 그러다 보니 경쟁 업체들은 마케팅에 더 열을 올린다. 시장조사 회사 패키지드 팩츠의 돈 몬투오리는 인공 감미료 시장 규모가 20억 달러를 넘어서며 “무한 경쟁으로 치닫는다”고 말했다.
감미료 전쟁은 생산자와 재배자를 대표하는 설탕협회와 이퀄의 제조사인 메리산트가 스플렌다를 법정에 고발했던 지난해 말부터 더욱 가열됐다. 원고 측은 ‘설탕으로 만들어 설탕과 똑같은 맛을 냅니다’라는 스플렌다의 광고 문구를 문제 삼았다. 죄명은 거짓 광고였다. 스플렌다는 전혀 천연제품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스플렌다는 제조과정에서 염소를 이용해 설탕의 화학적 구성을 바꾼다.
설탕협회 앤디 브리스코 회장은 “소비자를 감쪽같이 속인다”고 비판했다. 협회 측은 무시무시한 웹사이트(“여러분은 자녀들이 과연 무엇을 먹는지 알고 계십니까?”)를 개설하고 스플렌다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장기적 연구가 부족하다고 썼다. 브리스코는 그 웹사이트가 ‘교육적’이라고 말한다. 스플렌다 제조사 맥닐 뉴트리셔널스는 설탕협회를 맞고소하면서 자사 제품은 대규모 연구를 거쳤으므로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스플렌다 측은 상기 웹사이트를 두고 “악의성 비방 광고”라고 불렀다.
수십 년 동안 감미료 제조사들은 안전 문제에서만큼은 수세적 입장이었다. 과거 동물 실험은 암 발생 위험성을 제기했고 요즘 웹사이트는 편두통에서 뇌졸중까지 온갖 가능한 부작용 정보로 가득하다. 그러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조지 폴리는 과학자들이 인공 감미료 제품을 철저히 검사한다며 “무엇이든 안전성을 100% 보증할 수는 없지만 FDA가 승인한 약품이 유해하지 않다는 사실은 타당한 수준에서 보증할 수 있다. 감미료 제품의 안전성을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제조업자들은 당연히 판매 신장을 원한다. 10년 동안 광고를 전혀 내보내지 않았고 소비량도 줄어들자 설탕협회는 “달콤한 삶을 위해 자연에 의지합니다”와 같은 광고 문구로 새로운 TV·라디오·인쇄물 광고를 시작했다. 스위트 앤 로는 11월 초에 개봉하는 신작 만화영화 ‘핑크 팬더’(Pink Panther)와 공조를 취한다.
만화 주인공이 스위트 앤 로의 분홍색 포장지에 등장할 뿐만 아니라 뉴욕의 택시 525대에도 부착돼 판촉을 돕는다. 한편 메리산트는 복숭아·레몬·바닐라 맛의 이퀄 플레이보 스틱스라는 신상품을 출시해 1만 달러 상금을 내건 판촉행사를 벌인다. 이런 활동은 모두 “시장에 다양성과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메리산트의 최고경영자 폴 블록은 말했다.
미래의 목표는 총 천연재료의 무칼로리 감미료다. 상품명 슈거(Shugr)라는 신상품이 원조라고 주장한다. 슈거는 스플렌다의 주성분인 수크랄로스를 미량 포함한다. 시장 관계자들은 치열한 경쟁이 쉽게 끝나지 않으리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는 동안 제빵사 레베카 래더는 스플렌다를 쓰기로 마음먹었고 심지어는 새로 산 말의 이름을 스플렌다로 지었다. 그렇다고 순종인 스플렌다가 각설탕을 먹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래더는 “당근을 준다”고 말했다. 그 이상 어찌 천연적일 수 있겠는가.
With VANESSA JUAREZ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의 어느 가을날, 유명 요리사 11명이 뉴욕의 프렌치 컬리너리 인스티튜트에 모여 각자 최근에 개발한 요리를 선보였다. 센 불에 볶은 채소, 설탕에 절인 생강 샐러드, 블루베리와 복숭아로 만든 코블러(파이), 그리고 초콜릿과 코코넛으로 만든 마카롱(과자)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들어간 재료가 하나 있었다. 바로 설탕 대용품 ‘스플렌다’. 손님들이 너무 좋아하자 스플렌다 로고가 찍힌 재킷 차림의 요리사들은 스플렌다를 기념품으로 나눠줬다. 누구는 스플렌다 덕분에 10㎏을 뺐다고 하고 또 누구는 빵을 굽는 데 그만한 재료가 없다며 칭찬에 침이 마른다. 뉴욕 할렘에서 ‘실비아네’ 식당을 운영하는 실비아 우즈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어서 와, 스플렌다. 잘 가, 설탕”이란다.
미국인들의 단 음식 애호습관을 고치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초창기에는 좀 고풍스러운 감이 없지 않은 사탕수수가 있었고 그 후 인공 감미료가 등장했다. 스위트 앤 로, 이퀄, 그리고 지금 사람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스플렌다 등이다. 스플렌다는 1998년 처음 소개됐고 다이어트 전문가 로버트 앳킨스 박사의 적극적인 홍보에 힘입은 바 크다.
최근 들어 솜씨 좋고 공격적인 마케팅 덕분에 소비자들은 거의 숭배에 가까운 지지를 보낸다. 매출 면에서도 돋보인다. 지난 12개월 동안 총판매액이 1억8800만 달러로 이퀄과 스위트 앤 로를 합친 금액보다 많다. 그러다 보니 경쟁 업체들은 마케팅에 더 열을 올린다. 시장조사 회사 패키지드 팩츠의 돈 몬투오리는 인공 감미료 시장 규모가 20억 달러를 넘어서며 “무한 경쟁으로 치닫는다”고 말했다.
감미료 전쟁은 생산자와 재배자를 대표하는 설탕협회와 이퀄의 제조사인 메리산트가 스플렌다를 법정에 고발했던 지난해 말부터 더욱 가열됐다. 원고 측은 ‘설탕으로 만들어 설탕과 똑같은 맛을 냅니다’라는 스플렌다의 광고 문구를 문제 삼았다. 죄명은 거짓 광고였다. 스플렌다는 전혀 천연제품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스플렌다는 제조과정에서 염소를 이용해 설탕의 화학적 구성을 바꾼다.
설탕협회 앤디 브리스코 회장은 “소비자를 감쪽같이 속인다”고 비판했다. 협회 측은 무시무시한 웹사이트(“여러분은 자녀들이 과연 무엇을 먹는지 알고 계십니까?”)를 개설하고 스플렌다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장기적 연구가 부족하다고 썼다. 브리스코는 그 웹사이트가 ‘교육적’이라고 말한다. 스플렌다 제조사 맥닐 뉴트리셔널스는 설탕협회를 맞고소하면서 자사 제품은 대규모 연구를 거쳤으므로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스플렌다 측은 상기 웹사이트를 두고 “악의성 비방 광고”라고 불렀다.
수십 년 동안 감미료 제조사들은 안전 문제에서만큼은 수세적 입장이었다. 과거 동물 실험은 암 발생 위험성을 제기했고 요즘 웹사이트는 편두통에서 뇌졸중까지 온갖 가능한 부작용 정보로 가득하다. 그러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조지 폴리는 과학자들이 인공 감미료 제품을 철저히 검사한다며 “무엇이든 안전성을 100% 보증할 수는 없지만 FDA가 승인한 약품이 유해하지 않다는 사실은 타당한 수준에서 보증할 수 있다. 감미료 제품의 안전성을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제조업자들은 당연히 판매 신장을 원한다. 10년 동안 광고를 전혀 내보내지 않았고 소비량도 줄어들자 설탕협회는 “달콤한 삶을 위해 자연에 의지합니다”와 같은 광고 문구로 새로운 TV·라디오·인쇄물 광고를 시작했다. 스위트 앤 로는 11월 초에 개봉하는 신작 만화영화 ‘핑크 팬더’(Pink Panther)와 공조를 취한다.
만화 주인공이 스위트 앤 로의 분홍색 포장지에 등장할 뿐만 아니라 뉴욕의 택시 525대에도 부착돼 판촉을 돕는다. 한편 메리산트는 복숭아·레몬·바닐라 맛의 이퀄 플레이보 스틱스라는 신상품을 출시해 1만 달러 상금을 내건 판촉행사를 벌인다. 이런 활동은 모두 “시장에 다양성과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메리산트의 최고경영자 폴 블록은 말했다.
미래의 목표는 총 천연재료의 무칼로리 감미료다. 상품명 슈거(Shugr)라는 신상품이 원조라고 주장한다. 슈거는 스플렌다의 주성분인 수크랄로스를 미량 포함한다. 시장 관계자들은 치열한 경쟁이 쉽게 끝나지 않으리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는 동안 제빵사 레베카 래더는 스플렌다를 쓰기로 마음먹었고 심지어는 새로 산 말의 이름을 스플렌다로 지었다. 그렇다고 순종인 스플렌다가 각설탕을 먹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래더는 “당근을 준다”고 말했다. 그 이상 어찌 천연적일 수 있겠는가.
With VANESSA JUAR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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