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美 금리인상은 물가 보면 쉽게 예측 가능 … 버냉키 경제=‘인플레 목표 2%’
앞으로 美 금리인상은 물가 보면 쉽게 예측 가능 … 버냉키 경제=‘인플레 목표 2%’
미국의 앨런 그린스펀과 벤 버냉키의 가장 큰 차이는 ‘인플레 타깃 2%’다. 이는 미국에서도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를 채택한 것이다. 그린스펀의 후임으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 지명된 버냉키는 물가안정목표제를 통해 앞으로 물가상승률을 2%에 고정하겠다고 밝혔다. 물가안정목표제란 쉽게 말해 무엇을 할 것인지 미리 말해 놓고 그대로 실행하는 정책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목표 물가상승률을 2%로 정했다면 금리·채권·환율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 정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정부 정책에 대한 투명성이 높아진다는 것. 그래야 정부 주요 정책에 대한 예측이 보다 쉬워진다. 예를 들어 유가 상승으로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면 유류세를 낮춰 물가를 안정시키게 된다. 시장에서는 이를 예측하고 미리 준비할 수 있게 해준다. 만일 정부 목표 물가가 2%인데 현재 물가가 2.3%라면 어느 정도의 금리인상을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안정적인 경제 환경이 조성되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그린스펀이 물가안정목표제를 사용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목표 물가를 정해 얽매이면 정책을 자유롭게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목표 물가를 정하지 않아야 경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때 융통성 있게 대처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렇게 융통성 있게 대처하면 물가는 자동적으로 잡힌다는 것이다. 물가는 중앙은행이 능동적으로 대응하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물가안정목표제까지 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한편 버냉키는 물가안정목표제를 실시하면 FRB의 운신 폭이 작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일축한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일 긴박한 경제 문제가 발생하면 물가안정목표제를 이용해 더 능동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처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장이 안정적인 상황에서는 더 신속하게, 더 다양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무튼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예측이 더 쉬워졌다는 것은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으로서는 반길 일이다. 과거에는 미국 금리 변화에 대한 방향을 잡기 어려워 그린스펀의 입만 바라봐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예상을 벗어나는 변화를 주도해나가곤 했다.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던 그린스펀은 당대 최고의 FRB 의장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의 예측하기 어려운 금리 정책이 계속될 때마다 각국 중앙은행장들은 머리를 싸매고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버냉키는 다르다. 지금까지의 세계 경제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전 세계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이제 FRB 의장의 폭탄 선언이 아니라 미국 물가상승률에 더 신경을 쓰게 됐다. 버냉키가 미국 물가를 ‘2%’로 못 박아 놓았기 때문이다. 미국 물가가 이를 넘어설 경우 버냉키는 금리를 높여 낮출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미국 물가가 상승하면 세계 각국은 금리 인상에 대비한 금융 정책을 미리 준비해 나가게 되는 것이다. 물가안정목표제는 1989년 뉴질랜드에서 최초로 시작됐다. 70년대 초 오일 파동과 금본위제 폐지 등으로 통화 정책에 혼란이 일자 뉴질랜드는 물가 상승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뉴질랜드는 80년대 중반까지 16%가 넘는 물가 상승을 보였다. 물가를 예측할 수 없어 시장경제가 극심한 고통을 겪자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물가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그 방안은 물가안정목표제. 89년 2%를 목표로 하는 방안이 나오자 경제 전반에 무리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이를 강행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실시 2년 만에 물가는 5% 미만으로 내려갔다. 정부 정책의 투명성이 높아지자 시장 가격도 안정되기 시작했다. 작은 나라에서 실시한 제도였지만 물가 문제로 고심하던 국가들이 뉴질랜드의 경제 정책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뉴질랜드의 성공은 91년 칠레·캐나다, 92년 이스라엘·영국, 93년 호주·스웨덴 등지로 빠르게 퍼져갔다. 한국은 98년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고 지금까지 전 세계 22개 국가가 채택했다. 그리고 23번째 국가로 나타난 미국은 순서와는 반대로 물가안정목표제를 사용해 전 세계 경제를 주도해 나가기 시작했다. 미국의 참여로 뉴질랜드의 경제 안정을 위해 시작된 제도는 16년 만에 세계 경제의 키워드로 등장했다. 버냉키가 선언한 ‘인플레 타깃 2%’을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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