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의 오일] “오일달러?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카자흐스탄의 오일] “오일달러?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오일에 관한 한 카자흐스탄의 등장은 21세기판 신대륙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중동 일변도였던 오일 지도에 중앙아시아라는 새로운 지역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사실 카자흐스탄의 산유량이나 추정매장량이 중동의 주요 산유국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가격 폭등의 오일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새로운 실력자라는 데 의미가 있다. 더구나 아직도 정확한 매장량을 모른다. 미개발지가 많고, 미채굴지가 많아 추가 발굴 가능성이 크다. 석유를 보유하고 있는 많은 다른 지역들의 생산량이 줄어들거나 정점에 이른 것과는 반대다. 특히 북해유전은 이미 1999년을 기점으로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전 세계 원유 소비량(하루 8000만 배럴)의 5%를 담당하는 북해유전의 생산량 감소는 석유시장에 큰 악재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은 다르다. 상업유전 개발 기간이 불과 10여 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산유량과 추정매장량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99년 이후 산유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95년에 하루 생산량이 41만4000배럴에 불과했던 것이 2000년에는 하루 70만7000배럴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하루 118만 배럴로 늘어났다. 99년부터 2004년까지 생산량이 매년 15% 증가할 정도로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2010년까지 하루 생산량을 300만 배럴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하루 300만 배럴이면 현재 산유량으로 세계 9위인 캐나다와 비슷한 양이다. 지난해 생산량 중 94만2000배럴이 해외로 나갔다. 생산량의 80%가 해외로 팔리고 있는 셈이다. 2004년 원유의 평균 가격을 배럴당 40달러로만 계산해도 하루 3800만 달러의 수입이 생긴다. 카자흐스탄 정부와 외국 정유회사의 수익배분계약(PSA)을 50 대 50 정도로 보더라도 1년이면 최소 70억 달러라는 돈이 들어오는 셈이다. 최근에 개발된 유전은 계약조건도 카자흐 정부에 더욱 유리해져 수익 배분이 7 대 3(카자흐스탄 정부 대 외국기업)으로 조정되고 산유량도 늘어났으며, 유가 또한 상승세에 있어 몇년 안에 카자흐스탄의 오일 관련 수입은 수백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최근에는 탐사 기술의 발전으로 매장량이 수백억 배럴에 이르는 대형 유전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카샤간 유전이다. 2000년에 발견된 이 유전은 최근 30년간 전 세계에서 발견된 유전 중 최대의 매장량을 자랑한다. 추정매장량만 600억 배럴에 이른다. 미국 셰브론과 카자흐 오일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텡기즈 유전 역시 추정매장량이 250억 배럴에 이르는 대형 유전이다. 이 외에도 세계 최대 천연가스전으로 평가되는 카라차가나크 가스전은 1조3500억㎥에 이르는 추정매장량을 기록하고 있다. 모두 세계적인 규모다. 수십억 배럴에서 수억 배럴짜리 유전은 부지기수다. 한국이 참여하고 있는 잠빌광구는 9억 배럴 정도의 유전지대로 평가된다. 카자흐스탄 유전에서는 소형에 속하지만 다른 지역 유전에 비하면 여전히 대형 유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 자본들 역시 카자흐스탄 유전 개발을 위해 돈을 쏟아붓고 있다. 마틴 퍼슬 셸 CIS 담당 사장은 “카자흐스탄에 투자할 준비가 안 된 메이저는 없다”고 말할 정도다. 지난해 카자흐스탄 오일 부문에 투자된 외국 자본은 46억 달러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0년간 매년 40억~50억 달러가 투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의 김현무 상무는 “계약 조건이 나빠지더라도 유전 개발은 성공만 하면 대박”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억 배럴짜리 광구를 발견했다고 치자. 7 대 3으로 계약했다 하더라도 3000만 배럴에 대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유가를 50달러로만 계산해도 15조원의 수익이 생긴다. 걸리기만 하면 분명히 대박이다. 세계적인 오일 메이저들이 카스피해로 집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텡기즈·카샤간·카라차가나크 등 주요 유전은 사실상 미국과 유럽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셰브론·엑손모빌·코노코필립스(이상 미국), 셸·ENI·토탈·BG(이상 유럽) 등이 카자흐스탄 국영석유회사인 KMG와 더불어 주요 유전의 지분을 대부분 소유하고 있다<40쪽 그래프 참조>. 카자흐스탄에 서방 기업과 자본이 먼저 진출한 것은 소련 시절 탐사된 유전들이 기술적 한계로 제대로 생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유전이 카스피해 해저에 있어 소련의 기술로는 어려움이 많았다. 92년 소련연방에서 독립한 카자흐스탄은 돈도 부족했다. 자본의 부족과 기술의 한계를 동시에 극복해 준 것이 바로 서방의 오일 메이저들이었다. 중국 역시 석유공사(CNPC)를 통해 97년부터 자나졸 유전(추정매장량 10억 배럴)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유전개발회사인 악토베무나이가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올 8월 카자흐스탄의 쿰콜 유전을 보유하고 있는 페트로카자흐스탄을 42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모았다. 페트로카자흐스탄이 보유하고 있는 유전의 추정매장량은 5억5000만 배럴에 달한다. 또 지난 10월 추정매장량 35억 배럴에 이르는 다르칸 유전을 KMG와 함께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다르칸 유전은 스페인의 국영석유회사 렙솔이 5년간 공들여 운영권을 손에 쥐기 일보직전까지 갔는데 CNPC가 높은 값을 불러 합의권을 따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카자흐스탄 사무소의 장성진 부장은 “렙솔 사장이 ‘요즘 중국·인도 때문에 못살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카자흐스탄 중부 아타수와 중국 서부 아라산커우 간 998㎞ 구간의 송유관을 완공했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이 공사에 중국은 3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이 구간의 완성으로 2006년에는 연간 5000만 배럴, 2011년에는 1억 배럴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게 된다. 또 올 초부터는 천연가스 송유관 건설에 대해 카자흐스탄 정부와 논의 중이다. 이 송유관이 건설될 경우 2008년부터 연간 8억㎥의 천연가스가 중국으로 공급된다. 미국과 중국이 사활을 건 싸움을 한다면 일본과 러시아는 실리를 위해 카자흐스탄에 투자를 하고 있다. 일본의 민간 석유개발 업체인 인펙스는 카샤간 유전에 지분을 투자하고 있고, 러시아의 루크오일도 카라차가나크 가스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는 옛 소련권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카자흐스탄 원유의 주요 수송수단인 파이프 라인 루트를 러시아 영토 내에 둠으로써 이익과 영향력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전 세계 유전개발회사들의 참여에서 볼 수 있듯 카자흐스탄은 제2의 사우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5월에 완공된 BTC 라인이 앞으로 카자흐스탄 원유 수출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거리다. BTC 라인은 카스피해 송유관 중 유일하게 러시아 영토를 지나지 않고 지중해로 나가는 파이프 라인이다. 내년부터 아제르바이잔 원유가 BTC 라인을 통해 서방으로 공급되겠지만 향후 카자흐스탄의 막대한 원유가 얼마만큼 이쪽으로 흘러갈지도 흥미있는 대목이다. 동쪽 관을 통해 중국으로 흘러가느냐, 서쪽 관을 통해 유럽으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중국과 미국 간 패권 싸움의 향방이 갈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카자흐스탄의 오일을 두고 전 세계 패권이 충돌하고 있다. 반면 카자흐스탄은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오일 수출로 연간 벌어들이는 돈만 70억 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연간 7조원이다. 하지만 이는 겨우 서막에 불과하다. 마르첸코 전 경제부총리는 “카자흐스탄이 최근 오일달러의 혜택을 보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개발은 시작도 안 했다. 오일에 관한 한 이제 시작 단계”라고 말했다. 실제 카자흐스탄의 오일 생산량은 2020년 피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하루 생산량 118만 배럴인 수준이 2010년에는 300만 배럴, 2020년에는 500만 배럴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적어도 향후 15년간 오일 생산량은 상승일로다. 배럴당 50달러로 계산하면 2020년에 카자흐스탄이 오일에서 벌어들이는 돈만 연간 500억 달러가 넘는다. 지금처럼 배럴당 60달러면 말할 것도 없고, 30달러 이상만 돼도 카자흐스탄 경제는 엄청난 캐시카우를 갖게 되는 셈이다. 건설 붐이 일고, 인프라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렇게 욕을 먹고 밀어붙였던 초호화판 신(新)수도 아스타나를 그야말로 중앙아시아의 중앙에 잡고서 세계를 호령하는 날이 올는지 그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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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ㅣ우작바이 카라발린 카즈무나이가스 사장 “이젠 BRICKs라 불러다오” 카자흐스탄 석유, 한 국가가 독점하는 일 없을 것 카자흐스탄의 국영 석유업체 KMG는 카자흐스탄 오일산업은 물론 경제의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국영회사를 통하지 않고는 어떤 유전 개발도 불가능하며 점점 더 입김이 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국영 석유회사인 카자흐오일과 국영 가스회사인 트랜스네프티가즈가 합병해 출범한 KMG는 카자흐스탄 유전개발에 전권을 쥐고 있는 국영회사다. 2002년 KMG가 설립된 이후 카자흐스탄 석유개발에 참여하는 모든 회사는 KMG와 합작으로만 사업을 할 수 있게 법이 바뀌었다.
오일 가격 상승으로 카스피해 오일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KMG의 역할은 무엇인가. “카자흐스탄에는 풍부한 석유자원이 있다. 우리 회사는 석유자원의 개발을 전체적으로 책임지는 회사다.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중요한 회사고 앞으로 국가를 발전시키는 데 아주 중요한 회사다.” 브릭스(BRICs) 국가라는 용어가 유행인데 거기에다 카자흐스탄의 ‘K’를 추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잠재 역량으로 보면 충분히 타당한 말이다. 우리나라는 실제로 지난 수년간 연간 10~12%씩 성장해 왔다. 인구나 시장 규모는 못 미치지만 자원의 규모로는 대국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 정책도 상당히 개방적이고 발전돼 있다. 카자흐스탄의 잠재력은 BRICKs라고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다.” 유전 개발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회사나 나라가 많은데.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 나라에 의존하지 않는다. 아제르바이잔은 BP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지나치게 한 업체에 의존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러 국가를 참여시켜 균형을 맞춘다.” 중국·인도의 성장으로 자원전쟁은 불가피해졌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의 수출량이 적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BTC 라인은 서유럽시장으로 나가는 것이고, 중국과의 라인도 있다. 이란·러시아 쪽으로의 파이프 라인도 검토하고 있다.” 중국과는 이미 파이프 라인도 건설하고 있지 않은가? 중국과 좀 더 가까운가? “중국이 돈을 내고 사업을 하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자기 돈으로 파이프 라인을 만들고 유전에 투자하고 있다. 국경을 접해 있고 소비량이 많으며, 우리는 공급할 능력이 있다. 우리로선 가까운 큰 시장을 옆에 두고 있는 셈이다. 현재 우리 산유량을 다 팔아도 중국의 소비량을 채울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석유를 중국에 다 팔지는 않는다.” 중국과 너무 가까워지면 미국이 별로 안 좋아 할 텐데…. “….” 인도는 움직임이 없나? “인도도 여러 번 우리와 협상을 했다. 하지만 아직 실현된 것은 없다. 유전개발에는 이미 참여하고 있다(방금 전 ‘미국 질문’에 대한 대답인 듯). KMG는 국영회사이기 때문에 나라를 위해 돈을 버는 것이 임무다. 이를 위해 석유를 개발한다. 어떤 나라에 많이 주든지, 어떤 나라와 친해지든지 그건 나라에서 할 일이다.” 한국도 최근 카자흐스탄의 에너지 자원에 관심이 많다. “한국의 석유공사 컨소시엄도 유전광구를 신청해 놓고 있다. 잘 될 것이다. 한국은 여러 가지 발전된 석유화학 업체가 있다. 그 업체들이 우리와 협력하길 바란다. 우리나라는 아직 석유화학 산업이 발전해 있지 않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증가하는 오일달러를 어떻게 쓰고 있나? “그게 중요하다.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서 한국의 경험도 연구하고 있다. 인프라 건설이나 비(非)오일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아스타나 건설도 그 일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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