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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차익에 1조 이상 세금 낼까

3조 차익에 1조 이상 세금 낼까

사모펀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규제하기는 만만치 않다. 워낙 쟁쟁한 법무, 회계법인의 조언을 받아 일을 처리해 법의 맹점이 어딘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세피난처 등에 복잡한 출자구조를 만든 뒤 들어오기 때문에 연결고리를 확인하기도 힘들다. 지난해 초 공정거래위원회는 론스타를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할 것을 검토했다. 국내에 외환은행, 극동건설, 한빛여신 등 여러 개 자회사를 두고 있고 지배권을 갖는 자산규모도 수조원대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계열사 간 상호출자와 채무보증이 제한되는 대기업집단(재벌) 지정요건이 될 만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최종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이병주 독점국장은 “모회사가 외국에 있고 국내 회사 간 출자관계가 없어 대기업 집단 지정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출자한 회사가 외국에 본사를 둔 경우 연결고리를 확인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최근 금융과 산업의 분리가 쟁점이 되고 있지만 론스타에는 예외다. 론스타는 극동건설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산업자본이면서도 외환은행 대주주이기도 하다. 반면 국내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원칙적으로 4% 이상 소유할 수 없다. 특히 세금과 관련해 그간 사모펀드는 마음껏 자유를 누렸다. 투기자본은 한국과 이중과세 방지협약이 체결돼 있다. 그래서 거주지 과세원칙이 적용되는 조세 회피지역에 회사를 설립한 뒤 한국에 투자해 수천억원의 차익을 남기면서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지난해 제일은행을 매각해 5년 만에 1조1800억원을 번 미국계 뉴브리지캐피털도 조세피난처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만든 회사에서 투자하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았다. 비판여론이 높자 뉴브리지는 ‘사회공헌기금’으로 200억원을 내놨다. 하지만 양도세를 냈을 경우 4000억원 이상을 내놓고 가야 했다. 한미은행을 인수해 시티그룹에 재매각한 미국계 칼라일펀드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집단 지정도 불가능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다른 나라를 여럿 거치는 복잡한 출자 구조를 만들었다. 언뜻 보기에 누가 외환은행 대주주인지 모를 만큼 복잡하다.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의사록에는 “왜 이렇게 출자구조가 복잡하느냐”는 질문에 실무 당국자가 “세금 문제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고 답했을 만큼 세금 회피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및 자본회수 계획에서 핵심적인 고려 사항이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외환은행의 실제 대주주는 ‘LSF-KEF홀딩스’로 벨기에 브뤼셀에 등록돼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한국과 벨기에의 조세협약상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우리나라에서 할 수 없게 돼 있다. 이 때문에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을 다른 투자자에게 매각하더라도 한 푼의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런 출자 형식은 론스타가 성공적으로 딜을 마무리 지은 스타빌딩 투자에도 적용된 기술이다. 론스타는 2001년 현대산업개발의 스타타워 빌딩을 6200억원에 인수한 뒤 이를 9000억원에 되팔아 2800억원의 차익을 냈다. 하지만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부동산 거래가 아니라 세금이 면제되는 주식 거래 형태를 취했기 때문이다. 론스타는 조세피난처인 벨기에에 회사를 세우고 이 법인을 통해 국내에 있는 아주 작은 규모의 주식회사를 하나 샀다. 스타빌딩은 이 중소기업이 벨기에 법인의 자금을 받아 자산으로 매입하는 형식을 취했다. 나중에 빌딩을 팔 때도 이 중소기업의 지분을 매각하는 형식을 취했는데, 법인 간 주식 거래는 이중과세하지 않기로 한 한국과 벨기에의 조세협약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국세청은 지난해 9월 벨기에에 세워진 회사가 아니라 미국 론스타를 부동산 매각 주체로 간주했다. 부동산 과다보유 법인의 주식 거래는 과세하도록 돼 있는 한·미간 조세협약을 적용해 세금을 추징한 것이다. 최근 외국 자본의 조세 회피가 국부 유출이란 비판이 고조되면서 정부는 지난해 말 조세규정을 바꿨다. 국제조세조약 및 조세회피 지역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조세회피 지역에 소재하는 펀드 등에 대한 원천징수특례’규정이 신설됐다. 외국계 펀드가 가공의 회사(페이퍼 컴퍼니)를 조세회피 지역에 등록해 놓고 국내서 이익을 거뒀을 경우 국내서 세금을 먼저 원천 징수한다. 그런 뒤 이 회사가 ‘페이퍼 컴퍼니’가 아니란 증빙을 할 경우에 한해 환급해 주는 과세규정을 강화한 것이다. 이런 투자소득에는 배당과 이자, 주식양도소득 등이 포함된다. 국세청이 외환은행의 소유주인 LSF-KEB홀딩스가 세금 회피를 위한 페이퍼 컴퍼니일 뿐이고 실질적인 영업은 국내에서 했다는 판단을 할 경우 과세가 가능해진다. 이주성 국세청장은 지난달 15일 국회 재경위에 나와 “아직 매각도 하지 않았는데 (과세를) 어떻게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과세할 사항에 과세를 안 하고 넘어가는 것은 없다”고 말해 과세의지를 내보였다. 새로 적용된 규정은 7월 1일 이후 원천 징수하는 세금부터 적용되는데 이를 피하려면 외환은행 매각은 5월 안에 끝나 자금결제가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론스타가 3조원의 차익을 올릴 경우 양도소득세 최고세율인 36%를 적용해 1조원 이상의 세금을 국세청에 내고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금 안 내 국부유출 비난도 론스타코리아는 국내 투자와 관련해 탈세 또는 세금탈루 혐의로 국세청으로부터 관련자 4명과 관련법인 16곳이 고발된 상태다. 또 최근에는 금감원으로부터 자산유동화법(ABS)과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제재를 받았다. 2004년에는 자회사인 신한신용정보를 통해 불법적으로 채권 추심업무를 해오다 국내 12개 영업점이 폐쇄 명령을 받기도 했다. 론스타는 국부 유출이란 따가운 여론의 시선과 함께 법의 그물에도 자꾸 걸려들고 있다고 느낄 만하다. 론스타는 금감위의 제재를 받자 “업무개선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성명을 내는 등 자세를 한껏 낮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세청이 세금을 부과한 데 대해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하며 맞서던 모습과는 달라진 것이다. 이는 당장 눈앞의 과제인 외환은행의 성공적 매각은 물론이고, 향후 한국시장에서 계속 투자하기 위해서는 대외 이미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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