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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심리를 꿰뚫는 전법 10선] 로고 바꾼 GS·MBC의 득과 실

[소비자 심리를 꿰뚫는 전법 10선] 로고 바꾼 GS·MBC의 득과 실

기업마다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그러나 갈수록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소비자의 심리, 소비자의 마음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다. 프랑스 소비자 심리연구의 대가 니콜라 게겐의 화제작 『소비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지형 펴냄)를 해설한 김현경 박사(인터브랜드 브랜드미래연구소장)와 함께 그 방법을 일부 소개한다. <편집자> "기업은 언제나 질 좋고 값싼 제품을 앞세웁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마음은 전혀 딴 데 있을 수 있죠.” 김현경(41) 박사는 그동안 많은 기업이 소비자의 입장이 아닌 기업 입장에서 마케팅을 해 왔다고 꼬집는다. 소비자의 심리를 읽는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소비자가 그렇게 생각해 주기를 원했다는 것이다. 소비자 심리가 아닌 기업의 심리대로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어왔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이 정말로 소비자가 가격 대비 성능 때문에 지갑을 열 것이라는 점을 검증해 봤을까요?” 소비자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보다 때로는 감각적이고 심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휴대전화도 MP3 플레이어도 마케팅에 성공했다면 그 비밀은 ‘기능’보다는 소비자의 감각에 호소하는‘디자인’에서 찾는 것이 더 빠를 수 있죠.” 김 박사는 자신의 일상을 통해서도 소비자의 심리를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대학 강단에 설 때면 저와 제 강의는 상품이고 수강생은 소비자가 되는 것이죠.” 물론 강의 내용(상품)이 훌륭해야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소비자(수강생)의 심리를 다 읽었다고 할 수 없는 것이죠. 패션 디자이너 출신인 그이지만 강의를 하기 전에 어떤 옷을 입을까 여간 고민하는 것이 아니란다. 강사의 화려한 옷차림은 수강생들의 이목을 집중할 수 있지만, 자칫 강의 내용을 간과할 수 있다. 반대로 늘 단조로운 정장을 한다면 강의 내용까지 식상하게 만들 수 있다. 그는 그래서 강의 내용, 수강생들의 현재 상황-중간고사 기간인지, 축제를 앞두고 있는지 등-에 따라 예상되는 심리상태를 고려해 적절한 옷차림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그는 산부인과 의사인 남편에게도 소비자 심리를 읽는 법을 컨설팅하고 있다. 임산부들이 어떤 약을 복용해도 해가 되지 않을까를 자꾸 물어보면 남편은 반복되는 질문에 매번 같은 대답을 하는 것을 무척 힘들어 했다고 한다. “사실 그 환자들에게는 중요한 질문을 남편은 간과하고 있었던 거죠. 분만은 어느 산부인과에서나 할 수 있는 거죠. 임신 중 어떤 약을 복용해도 되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임산부(고객)의 심리죠.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느냐가 타 산부인과와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래를 유지하는 것은 잦은 거래가 아니라 서로 ‘마음이 통하는’ 지속적인 관계라는 것도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면서 깨닫는다고 한다. “저는 상점 주인이 저보다 나아가 조금 많다 싶으면 주저 없이 ‘언니’라고 부르고, 연세가 한참 많다 싶으면 자연스레 ‘어머니’라고 불러 드립니다. 그렇게 관계를 맺은 손님에게는 최고의 상품을 주고 싶지 않겠어요.” 김현경 박사는 연세대 의생활학과를 졸업하고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뉴욕대와 성심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연세대에서 마케팅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세계적 브랜드 컨설팅 기업인 인터브랜드에서 브랜드미래연구소장으로 일하며 대학과 기업에 출강하고 있다.

자주 보여주는 방법이 최선
GS계열사나 MBC가 CI를 개편한 이후 많은 사람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GS의 경우, 소비자들은 지금까지 익숙했던 LG건설, LG홈쇼핑, LG25시를 모두 기억 속에서 GS로 바꾼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뿐만 아니라 GS가 무슨 의미인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 했다. 이렇듯 생소한 이름과 로고 디자인은 소비자들에게 낯선 느낌이 들게 해 쉽게 기억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MBC의 경우도 로고에 있는 빨간색 사각형이 시청자들에게 시각적 불편함을 준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초기에 들끓던 여론과는 달리, 이제 많은 시청자는 바뀐 로고가 눈에 익어서 그 변화를 인식조차 하지 않게 됐다. 자주 보여 친밀해지는 것은 설득의 중요한 수단이다.

값이 아니라 ‘희소성’이다
2004년 애경백화점 구로점이 개점 10주년을 맞아 10년 전 가격으로 물건들을 판매한 적이 있다. ‘수영복 1000원!’ 주부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값 때문만은 아니었다. 빨리 사지 않으면 물량이 떨어져 구매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희소성은 소비자의 구매 의사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희소성의 원리는 고가 제품에서도 적용된다. 명품 브랜드들은 매장이 많지 않다. 매장이 너무 흔하면 그만큼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때 루이뷔통이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한국인들에게 판매 물량을 제한한다고 한 적이 있다. 이유는 한국 소비자들이 너무 많이 구매하고 소유하기 때문에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심각한’ 뉴스 뒤 광고는 ‘치명적'
코카콜라는 뉴스 이후에 광고를 금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코카콜라의 즐거움이라는 이미지가 손상을 입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뉴스는 일반적으로 좋지 않은 일이나 사회적으로 심각한 사건들에 대한 보도로 가득 차게 마련이다. 그래서 뉴스가 끝났을 때 이를 접한 시청자들은 대부분 심각하거나 무거운 심리적 상태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잠재의식까지도 고려한 것이다. 이런 일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하게 된다. 만일 오늘 내가 회사에서 승진발령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보는 것마다 즐겁다. 누가 나를 쳐다보고 가도 미소를 짓게 될 것이다. 그런 날은 운전을 하면서 앞에 있는 차가 좀 머뭇거려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내가 승진자 명단에서 누락되었다면 어떨까 생각해보라.

샹송 들으면 프랑스 제품 사고 싶다
감성마케팅 성공의 대표주자인 스타벅스는 음악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예외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스타벅스 신규 매장이 문을 열 때, 한 장에 약 100곡의 노래가 담기는 CD 4장이 공급된다. 사용 가능한 기간이 CD 케이스에 표시돼 있다. 스타벅스의 분위기를 일관성 있게 만들려는 목적에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동차의 엔진소리를 소음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BMW의 고객들은 다르다. BMW의 엔지니어들은 매력이 넘치는 엔진소리를 운전자가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낸다. 자동차의 문을 열고 닫을 때의 소리까지도 BMW의 컨셉트에 맞는 것으로 만든다. 이제 BMW는 나름대로의 고유한 엔진소리를 갖게 됐다. 소비자들이 매료된 소리는 소음이 아니라 ‘사운드’다.

눈길 끈 배스킨라빈스의 판매전략
배스킨라빈스는 매장에 초콜릿향과 페퍼민트향을 도입하고 매출과의 관계를 조사해 보았다. 그 결과 향기마케팅을 도입한 후 하루 평균 매상이 40%나 증가했다. 현대백화점도 지하 식품부에 냄새 제거제와 샤넬향 등을 사용한다. 매장마다 고유의 독특한 향기를 사용한 결과 매출 신장 효과를 봤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는 전국 13개 상영관에서 편백나무향을 이용한 ‘삼림욕 공조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영화관들은 표를 파는 곳이나 로비에 팝콘향을 뿌리면 팝콘 판매량이 증가한다고 한다. 미국의 한 수퍼마켓에서 구운 빵 냄새를 풍겼더니 수퍼마켓 내 빵 가게의 매출이 3배나 증가되었다고 한다.

팔려는 상품은 조도를 3배 높여야
정유사인 S-oil은 노랑, 현대오일뱅크는 파랑, SK는 빨강, GS칼텍스는 초록색을 사용해 브랜드를 차별화한다. SK는 빨간색을 활용한 컬러마케팅으로 소비자가 빨간색만 봐도 자사를 연상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있다. 빛은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밝은 빛은 소비자를 활동적으로 만든다. 한 조사에 의하면 여성들은 화창한 휴일에 외로움을 가장 많이 느낀다고 한다. 햇살이 눈부시니 밖으로 나가 활동 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실내조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손님을 끌기 위해 매장에서는 특히 조명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조명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원칙이 있다. 악센트가 되는 조명은 특별히 소비자의 시선을 끌 필요가 있는 곳에 집중시켜야 한다. 상품을 강조하기 위한 조명은 일반 상품보다 3배 정도 조도를 높여야 한다.

로 볼 테크닉 판매 기법
패스트푸드 업계에서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햄버거 1000원’ 광고는 값싼 행사제품으로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끌어들인 후, 이 외에 음료수나 감자튀김 같은 디저트 제품, 혹은 세트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업계에서는 미끼상품을 걸면 그날의 매출이 약 1.5배가량 오른다고 한다. 이른바 ‘로 볼 테크닉’(공을 낮게 던져 몸을 숙이게 만든다는 의미)도 비슷한 전략이다. 일단 낮은 가격을 제시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구매를 결정하도록 한 후, 값을 지불하려 할 때 이보다 나은 제품을 보여주어 직접 비교하도록 함으로써 조금 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더 나아 보이는 것을 선택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불친절하면 돈을 안 받는다
일본 MK택시회사는 불친절하면 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그 덕분에 고객이 몰려들고 있다. 태도뿐 아니라 판매원들이 할 수 있는 노력들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복장이다. 옷은 그 사람의 인격이나 지위, 혹은 직업 등을 나타내주는 거울이다. IBM 하면 전문 경영컨설턴트와 같은 복장에 딱딱한 서류가방을 들고다닐 것 같다. 그러나 애플의 직원들은 보다 자유로운 복장에 헤어스타일도 다소 자유롭고 멋을 부렸으며 가방도 백팩 등 개성 있는 형태를 좋아할 것 같다.

9900원이면 더 잘 팔린다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기준이 되는 ‘준거가격’(reference price)이라는 것이 있다. 대체로 교양서적의 가격은 8000원에서 1만원 사이면 적절한 것 같다는 식이다. 특정 숫자가 아니라 얼마에서 얼마면 되겠다는 범위를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침 신문에 끼워져 배달된 백화점 전단지를 보자. 정장 한 벌이 29만8000원이다. 아마도 소비자의 머릿속에는 29만원, 심지어 20만원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을 것이다. 전단지의 가격들은 이런 심리를 노린 가격전략이다. 홈쇼핑에서는 어떤가. 쇼 호스트가 최신 유행에 맞는 재킷을 선보이며 “이렇게 멋진 재킷을 놀랍게도 오늘은 10만원대에 여러분에게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다.

퍼피독 서비스를 해라
고객과 마음을 맞추고 편안하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 중 하나가 수년 전 패밀리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유행을 했던 퍼피독(puppy-dog) 서비스다. 고객에게 주문을 받을 때, 이전과는 달리 테이블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객과 눈높이를 맞추어 주문을 받는 것이다. TGI Friday’s와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이를 계속 실행하고 있다. 제록스는 대면(face to face)전략이라는 독특한 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직원이 해당 고객을 방문해 친밀감을 높이는 것이다. 한국전기초자 기사회생의 주역 서두칠 전 회장은 거래은행에 들어서면 90도로 공손하게 인사하는 은행직원을 향해 이렇게 지적했다고 한다. “당신은 왜 눈을 나와 맞추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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