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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회사에 전화 한번 해봐라

[ceo 칼럼] 회사에 전화 한번 해봐라

이사를 한 달 앞두고 새 집 인테리어 공사 중이다. 그간 초고속인터넷을 잘 사용했는데 약간 느린 느낌이 들어 더 빠른 것으로 바꿔 보려고 문의전화를 했다. 한 회사는 긴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짜증나게 했다. 기계음 지시로 몇 번의 숫자 입력을 마치니 “죄송합니다. 지금은 모든 상담원이 통화 중입니다. 상담원과 통화하시려면 약 5분이 걸릴 예정입니다”라고 했다. 5분이면 짧은 시간도 아니고 더구나 휴대전화로 걸어 우선 끊었다. 다시 유선전화로 시도해보자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5분이 아니라 10분 정도 더 기다리자 연결이 됐다. 짜증이 난 나의 첫 말투가 고울 리가 없다. 전화하기가 정말 힘들다. 이런 불평을 받을 상담원도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에 건의해 개선해야 되지 않느냐? 이런 말이 이어지자 상담원은 죄송하다, (회사의 대응 요령인 듯) 담당 인원을 현재 충원 중이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상담원은 진정으로 미안한 감정이 없었다. ‘이제 이력이 났다. 빨리 용건만 말하고, 내게 화풀이 해봐야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리겠다’는 속마음이 전화선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다른 회사에 문의전화를 했다. 역시 기다리란다. 잠시 후 진일보한 대안이 제시됐다. 전화번호를 남기면 상담원이 한 시간 이내에 전화하겠다고. 기다렸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도 전화는 없었다. 업무상 모 회사의 팀장에게 통화를 했다. 다른 직원이 받았다. 김 팀장과 통화하려 한다고 말하자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라고 부하 직원인 듯한 사람이 고압적으로 물어본다. 운수 사나운 날이다. 지난해에 가장 기분 나빴던 전화까지 생각난다. 기본적인 호의는 전혀 없었던 공무원에게 어떤 이슈에 대해 설명하려 전화했을 때의 기억이다. “이봐요, 이봐요….” 나이와 직급을 떠나 정말 인간에 대한 기본적 예의가 없는 사람은 여러 사람과 조직에 분명히 폐를 끼친다. 사람의 교양은 말과 글로 드러난다. 마찬가지로 조직의 기본 소양도 구성원의 전화응대를 통해 알 수 있다. 회사가 위기를 맞아 인원 구조조정은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고객을 화나게 할 정도의 인원 축소는 궁극적으로 고객을 잃는 일이다. 그보다 더 나쁜 것은 구성원을 불행하게 한다는 것이다. 상담원이 받았을 스트레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의도적인 무감각, 이런 상황에서 일과 회사에 대한 애정은 있을 수 없다. 충분한 자금과 이익을 확보한 회사가 고객 접점의 개선을 게을리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작은 불만 하나가 쌓여 브랜드를 해치고 회사의 손익에 점점 커가는 구멍을 낼 것이기 때문이다. 고객응대 기능이 없는 후선 부서라도 기본적인 비즈니스 예의는 갖추어야 한다.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이를 확인하고 훈련시킬 책임이 있다. 전화뿐만 아니라 대화요령, 회의진행, 업무처리 방식 등 사람과 사람이 접하는 사회생활에서 개인에 대한 존중은 성공의 필요조건이다. 성공을 하기는 어려워도 망치기는 쉽다. ‘고스트 쇼퍼(Ghost Shopper)’라는 말이 있다. 잠재적 구매자의 역할 연기를 통해, 자사와 경쟁사 제품에 대한 구매경험상의 강점과 약점을 알아보고자 회사가 고용한 사람을 일컫는다. 그들은 특정 이슈에 대해 고객 대응을 시험하고자 때때로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이제 관리자나 최고경영층도 우선 자기 회사의 대표번호에 한번 전화를 걸어보길 제안한다. 인사나 재무 등 후선 부서에도 한번 외부인인 것처럼 전화를 해 보자. 우리 조직의 기초 소양은 어떤가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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