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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호의 현장 경매 노하우] ‘땅 함정’피해야 진짜 돈 된다

[윤재호의 현장 경매 노하우] ‘땅 함정’피해야 진짜 돈 된다

지난번에 이어 단독주택 경매에서 조심해야 할 점을 알아보자. 단독주택은 아파트나 상가 같은 집합건물과 달리 여러 함정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유는 바로 토지와 건물이 따로 등기되는 부동산 등기 편제에 있다. 공동주택과 집합건물인 상가는 등기부상 토지와 건물이 하나로 묶여 있어 권리관계 파악이 손쉬운 편이다. 그러나 단독주택은 토지 따로, 건물 따로 식으로 등기부가 나눠져 있기 때문에 토지와 건물의 권리를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주택에 딸려 있는 대지에는 여러 복잡한 공법상 규제가 얽혀 있다. 물건 분석을 소홀히 하면 추가 비용이 들거나 낙찰받은 주택을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서울 북부법원에서 경매가 진행된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109-88과 136에 있는 단층 단독주택을 놓고 연구를 해보자. 이 주택은 대지 98평에 건평은 1층 42평, 지층 27평으로 이루어진 물건이다. 최초 감정평가액 6억2102만원에서 3회나 유찰해 최저 경매가격이 3억1796만원(감정가의 51%)으로 떨어졌다가, 노모씨가 4명의 입찰 경쟁자를 물리치고 3억8350만원에 응찰해 낙찰된 주택이다. 이 주택은 경희의료원 남서쪽에 위치해 있는데 주택 전체를 4개의 방으로 나누어 세를 주고 있었던 게 특징이다. 노씨는 입찰 전 꼼꼼한 권리분석을 통해 권리상 깨끗한 물건임을 확인했다. 등기부상 최초 근저당권자는 자산관리공사로 2억8000만원을 근저당 채권으로 설정했다가 추가로 2억4000만원을 더 설정했다. 또 기존의 주택 소유자가 주류도매업을 한 탓에 유명 주류회사가 5억원의 후순위 저당권까지 설정했다. 집을 담보로 한 저당을 최대한 행사했던 경우다. 통상 경매에서 감정가에 비해 대출총액이 많은 물건의 경우 취하 가능성이 없어 ‘경매 선수들’ 사이에서는 이런 물건은 회심의 미소를 짓게 하는 우량물건 축에 속한다.

일부 땅이 ‘구청 소유’라니… 세입자 분석도 쉬운 편이었다. 소유자가 거주하고 있었고 4명의 임차인들 모두는 누가 시키기라도 한 듯 1000만~1500만원의 후순위 소액 임차인들이었다. 소액 임차인들은 낙찰대금에서 보증금 전액을 최우선 변제 받기 때문에 명도도 수월했다. 권리분석과 세입자 분석을 마친 노씨는 이 정도 조사면 됐다고 판단해 입찰에 덜컥 참여했다. 그런데 세상 일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 아니었다. 이 주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안 것은 우연한 기회에 중개업소에 들르면서였다. 주택을 낙찰받은 ‘무용담’을 이야기하던 중 그는 어느 중개업자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주택 대지의 일부는 개인 땅이 아니라, 구유지(구 소유의 땅)라는 것이었다. 일부의 땅이 동대문구청의 것이란 얘기였다. 현재로서는 공시지가 기준 정도의 사용료만 매년 내면 되지만, 신축할 경우 구청에 들어가 확인해보아야 한다고 그 중개업자가 말했다. 부랴부랴 구청 재무과 직원을 찾아가 확인하니 이 주택이 깔고 있는 대지 중 24평이 구유지였다. 예전 집주인이 구유지에까지 걸쳐서 집을 지은 것이었다. 신축할 경우 구유지를 매입하지 않으면 건축허가를 내줄 수 없다고 구에서 말했다. 당시 공시지가인 평당 500만원에 사서 건축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추가로 1억2000여만원이 든다는 말과 같았다. 1960~70년대에 지어진 주택들은 지적 정리가 엉성하다. 대충 건축부터 먼저 하는 이상한 관행이 판을 쳤었다. 법을 무시해서라기보다는 토지구획 정리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여서 감(感)에 의한 건축이 통용되던 시기였다. 내가 경매투자에서 ‘물건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를 소홀히 하면 재산적 손해는 물론이고, 투자 목적에 맞지 많은 절름발이 부동산을 만날 수도 있게 된다. 이런 하자물건을 낙찰받고서는 나에게 도와 달라는 이들이 많다. 경매투자는 그리 만만한 게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다. 이번에는 초보 투자자의 물건 분석 ‘실패담’을 알아보자. 내가 아는 사람 중 황모씨는 몇 번 경매낙찰을 받은 경험이 있다. 내가 그간 도와주기는 했었지만 황씨 자신이 2년 정도 경매를 통해 돈을 운용해왔기에 스스로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직접 경매투자에 뛰어들었다. 그는 권리 분석은 나름대로 ‘준 고수’지만 물건 분석은 그렇지 못했다. 얼마 전 그가 낙찰받고 문제가 생겼다며 연락을 해왔다. 경매에 부쳐진 주택은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 있는 대지 23평, 건평 20평의 단층집이었다. 감정가 1억1989만원에 3회 유찰 후 최저 경매가가 6138만원으로 내려갔다. 저가매입의 기회였다. 권리 분석도 큰 문제가 없었다. 하나은행이 2001년에 5200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한 이후 몇 개의 저당권과 압류 등이 설정돼 있지만 낙찰 후 직권으로 말소되는 권리였다. 세입자 문제도 쉽게 해결되는 물건이었다. 은행 저당권 설정 이전에 전입신고를 마치고 살고 있는 세입자가 2세대 있었다. 1세대는 전세입자이고 1세대는 전세계약 없이 점유하고 있는 상태였다. 세입자 분석을 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입찰물건 명세서상에 없는 세입자가 불쑥 나타나거나 세입자 조사를 소홀히 해 꼬박 돈을 물어주는 경우다. 그러나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미리 물어줘야 할 전세금액을 계산하고 입찰한다면 승산 있는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전세만료 때에 전세금 전액을 돌려주면 이사비 등 추가비용이 전혀 들지 않고 집을 넘겨받을 수 있다. 또 낙찰대금으로 등록세, 취득세 같은 세금을 납부하기 때문에 낙찰가를 낮게 해서 낙찰받으면 그만큼 세금도 싸다. 이 주택의 경우 1500만원에 1층 전체를 세들어 살고 있지만 언제든 전세금을 돌려주면 집을 비울 수 있었다. 황씨는 입찰에 참여해 8010만원에 낙찰받았다. 하지만 잔금까지 치른 그는 값싸게 샀다는 기쁨도 잠시 미뤄야 했다. 이웃주민의 얘기를 듣고서 깜짝 놀랐기 때문이었다. 낙찰받은 주택이 도시계획사업으로 주택의 일부인 2.5평 정도가 수용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장기적으로는 재개발 대박을 노렸지만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약간의 개·보수를 거쳐 세를 줄 계획도 무산됐다. 입찰 전 지자체에 들러 서류파악만 했더라도 이런 ‘낭패 물건’을 낙찰받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에 황씨는 한숨만 내쉬었다. 그는 이 하자물건을 들고 나를 찾아왔다. 미리 물건 조사에 대한 조언을 구했더라면 조사방법이라도 알려줬을 텐데…. 나도 뭐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잔금을 치르기 전이라면 법원에 낙찰불허가신청을 통해 구제받을 여지라도 있다지만 잔금을 납부한 상태라면 이미 ‘버스는 떠나간 경우’다. 입찰 전 지적도와 함께 도시계획확인원을 떼어 소유권의 침해나 제한을 확인하고, 주거용으로 이용하는데 제한이 있는지 여부도 확인했어야 한다. 기실 단독주택 입찰을 할 때에는 조사해야 할 내용이 많다. 오래된 주택이나 시내의 구옥 중에는 간혹 도시정비의 일환으로 신설 소방도로 예정부지 안에 편입된 주택들이 있다. 주택의 일부 또는 전부가 소방도로로 편입되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 또 주택 일부 층을 허가받지 않고 증·개축을 해 불법 또는 위법 건축물로 판명나면 낙찰자가 강제이행금을 물어야 하는 수도 있다. 오래된 주택지에서는 지목이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심심찮게 나타난다. 입찰 전 지번과 지적도를 대조한 후 현장을 답사해 경계구분이 되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옆집의 땅과 맞물려 지어졌거나 다른 권리로 얽혀 있다면 이런 경매물건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아무리 개발 가능성이 높은 ‘대박’물건이라도 한순간 방심하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경매는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많은 투자수단이다. 경매로 단독주택 투자를 할 생각이면 등기부등본만을 뒤적거리기보다는 발품과 함께 ‘입품’도 팔아야 한다는 것이 내 현장경험의 노하우다. 입찰 전 중개업소와 이웃 주민에게 몇 가지 물어보면 답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더 꼼꼼하게 확인하려면 구청 또는 시청 지적과, 건축과, 도시계획과, 도로과에서 대지의 제한 여부를 확인하자. 담당자에게 전화 한통이라도 꼭 해보자. 지번을 알려주면 개략적인 개발제한 여부는 금세 알려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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