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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업체가 살아남는 법

게임 개발업체가 살아남는 법


Gaming the Market 알렉스 워드 같은 사람이라면 근심걱정이 없어야 한다. 크리테리온 스튜디오의 게임 개발자로 명성이 자자한 워드는 휴식차 하와이로 곧 떠나려던 찰나였다. 그럴 만도 했다. 서로 판이한 두 가지 게임기에서 작동되는 비디오 게임 2종의 개발을 방금 끝냈기 때문이다. 블랙(Black)이란 이름의 첫 번째 게임은 이제 ‘노화기’에 접어든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 게임기의 기능을 크게 확대했다. 기존 사격게임에서 못 보던 수준의 ‘인터랙티브’ 파괴가 가능한 사격수를 등장시킨 덕분이다. 두 번째 게임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막 출시한 X박스360 게임기에 딱 맞도록 개발한 멋진 레이싱게임 ‘번아웃 리벤지’(Burnout Revenge)다. 게이머가 자신의 가장 인상적인 자동차 추돌 장면을 화면에 올리면 다른 사람들이 보고 평가하게끔 했다. 그러나 이제 막 휴가를 떠나는데도 그의 마음은 편치 않다. 과연 자신이 개발한 게임이 구형 게임기(6년 된 PS2)와 지난해 11월 출시된 신형 게임기(X박스360) 양쪽 시장에서 잘 팔릴까 하는 조바심 탓이다. “소비자가 어떻게 생각할지 가장 우려된다”고 워드는 말했다. 그런 고민은 워드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250억 달러 규모의 게임업계는 5년 주기로 출시되는 신형 게임기에 맞는 게임을 내놓아야 한다. 수입이 꾸준히 늘다가도 현기증이 날 정도로 요동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사정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렇다. 기존 게임기는 수적으로는 게임 판매업체가 충분히 활용할 정도로 이용자가 많지만(PS2 1억 개, X박스 시리즈 2400만 개, Gamecube 2000만 개) 열광적 게임 팬들은 성능이 향상된 최신형 게임기의 유혹에 쉽게 빠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이머들은 구형 게임기에 맞는 게임 구입은 늦추고 신형 게임기의 출시를 기다리는 버릇이 있다. 이 때문에 게임 개발업체와 판매업체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다. 신형 게임기에 맞는 게임 제작엔 많은 돈이 들지만 투자 비용을 회수할 만큼 판매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존에 개발한 게임으로 버티기도 어렵다. 웨드부시 모건 증권의 마이클 패처 같은 업계 분석가들은 북미·유럽지역의 판매 수입이 내년에 3% 감소한다고 내다봤다. 신형 게임기가 계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개발업체는 무엇보다 갈수록 싫증을 느끼는 소비자 취향을 고려해 훨씬 더 약삭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블랙의 경우 워드를 위시한 개발팀은 복고풍을 채택했다. 예컨대 사격 게임에서 필수 요소(총과 파괴)만 남기고 최대한 단순화한 1인용 게임을 만들었다. 그러나 화면 배경은 그대로 고정돼 있지 않고, 플레이어가 탄창을 하나씩 비우면서 깨지거나 무너진다. 이 게임은 영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기존 게임기용으로도 이미 출시된 레이싱게임인 ‘번아웃 리벤지’의 경우 워드는 단순히 그래픽 수준을 높이는 방식으론 플레이어들의 차세대 게임에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크리테리온사는 2주 전 출시된 X박스360용을 겨냥한 온라인 버전에 총력을 기울였다. “우리는 게이머들이 이전에 서로 게임을 한 적이 있건 없건 간에 온라인상으로 그들 간의 관계를 설정해준다”고 워드는 말했다. 우선 플레이어가 자신의 가장 멋진 추돌 장면을 담은 비디오 클립을 화면에 올리게 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게 한다. 게다가 다수의 플레이어가 게임에 참가할 때마다 어떤 레이서가 가장 등급이 높은지, 누가 가장 경험이 없는지[다시 말해 신참(fresh meat)인지], 또 누가 이틀 전에 다른 플레이어를 도로 밖으로 밀쳐냈는지 등도 친절히 알려준다. 게임 판매업체들은 해외 시장에서의 수입도 늘리려 한다. 그러나 게임을 단순히 외국어로 번역해 내놓으면 결과가 들쭉날쭉했다. 이제 게임 판매업체들은 현지 회사들과 힘을 합쳐 현지 시장의 취향에 맞는 게임을 제작한다. 일본의 유명 게임업체 코나미는 미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파운데이션 9 엔터테인먼트’사와 함께 북미와 유럽을 겨냥한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용 게임(‘데스 주니어’)을 개발했다. 초고속 브로드밴드와 와이파이(무선랜)가 널리 보급된 한국에선 일렉트로닉아츠(EA)사가 한국의 대표적 온라인게임 업체인 네오위즈와 손잡고 올 여름 월드컵을 겨냥해 인터넷 전용 FIFA 축구게임을 출시했다. EA의 존 니어먼 수석 부회장은 “한국은 EA가 아시아에서 아시아를 위한 게임을 개발하기에 적합한 곳”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여기서 온라인과 모바일게임에 관해 배운 지식은 다른 곳에도 활용 가능하다.” 악전고투 중인 비디오게임 업계에서 가장 유망한 성장 동력은 모바일과 휴대용 게임일지 모른다. 모바일게임의 판매는 지난해 26억 달러에서 2010년 112억 달러로 급증이 예상돼 게임 개발업체들은 기업 사냥의 목표가 됐다. 예컨대 EA만 해도 최근 세계 최대 모바일게임 개발업체인 잠다트(Jamdat)를 인수했다. 일본에서 비디오게임 판매 수입은 6년간의 정체기를 거쳐 지난해 다시 반등했다. 무엇보다 닌텐도가 출시한 신기종 휴대 게임기 DS(터치 펜으로 조작)의 성공 덕분이다. 최근 외국에서 열린 업계 회의에서 닌텐도의 중역 레지널드 피세메는 이렇게 말했다. “이곳의 게임 개발업자들은 나를 붙들고 ‘당신 말이 옳다. 우리도 이 분야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말보다 실행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게임업체들이 지금 같은 격변기 경제를 받아들임에 따라 그 일은 보다 더 쉬워질지 모른다. With KAY ITOI in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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