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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상장 기업 투자 땐 조심하라”

“우회상장 기업 투자 땐 조심하라”

지난해 불기 시작한 우회상장 열풍이 올해도 코스닥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2005년부터 지난 3월 말까지 15개월간 우회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기업은 모두 80여 개 사. 한 달 평균 4, 5개의 기업이 코스닥 시장의 뒷문을 두드린 셈이다. 해당 기업은 물론 관련주의 주가도 연일 출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회상장의 효과가 기업 가치 상승에 직접적으로 반영됐는지 여부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회상장은 지난해 코스닥 시장의 이슈였다. 한 해 동안 100여 개 기업이 우회상장 대상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그 중 67개 기업이 실제로 우회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1998년 11건에 불과했던 우회상장 건수가 7년 만에 6배나 늘어난 셈이다. 코스닥 ‘뒷문 열풍’은 계속 된다 = 이 같은 열풍은 올해 들어서도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시장에 우회상장한 업체만 15개 사에 이른다. 특히 우회상장 효과를 검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엔터테인먼트와 바이오 관련 비상장 기업의 진출이 눈에 띄었다. 올해 우회상장의 첫 테이프를 끊은 회사는 영화 배급사인 베어엔터테인먼트. 이 회사는 지난 2월 이노츠가 보유하고 있던 넥스트인스트루먼트 주식 373만여 주 전량을 장외 인수, 코스닥 시장에 진출했다. 이어 케이앤엔터테인먼트가 휴림미디어와, 신약 개발사인 뉴로테크는 이오리스와 각각 포괄적 주식교환을 결정, 우회상장 했다. 항암제 개발사인 천지산도 지난 3월 양피원단 제조업체인 피엠케이의 지분 46%를 인수, 사실상 우회상장을 선언했다. 이 밖에 암치료제 개발사인 굿셀라이프는 정수기?의료 부품 제조업체인 디엠티를, 모델라인엔터테인먼트는 이동통신 단말기 수출업체인 기가텔레콤을, 온라인음악서비스업체인 벅스도 로커스를 등에 업었다. 주가는 반짝, 실적은 글쎄 = 잇따른 우회상장 발표로 관련 종목의 주가도 출렁였다. 피엠케이는 최대주주의 경영권 매각 공시가 나가기 3일 전인 3월 20일부터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해 11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벌였다. 이 기간에 주가는 249.82% 급등했다. 분식회계로 퇴출 위기에 몰렸던 로커스도 벅스가 우회상장을 결정함에 따라 거래 재개일인 4월 6일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했다. 로커스는 최고 호가인 1만3,000원에 기준가격이 책정됐으며, 이틀간 상한가를 기록해 4월 7일 종가 기준 1만7,150원까지 급등했다. 이 밖에 기가텔레콤 ·디엠티 ·이오리스 등 우회상장을 선언한 대부분의 업체가 공시일을 전후로 수차례 상한가를 기록하며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주가 상승은 ‘묻지마 투자’에 따른 ‘이상과열 현상’이거나 개인투자자의 추격 매수에 따른 단기 급등 현상이라는 지적이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엔터테인먼트와 바이오 관련 우회상장 기업의 주가가 출렁거리는 것이 투자자의 ‘학습 효과’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과거에 우회상장 사실만 공개되면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아도 해당 기업 주가가 급등했던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단기 급등은 실적 악화 등 기업의 부실한 속내가 노출될 경우 급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우회상장을 통해 시장에 입성한 기업의 지난해 실적은 대부분 초라했다. 특히 우회상장 기업의 다수를 차지하는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경우 실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우회상장으로 단번에 엔터테인먼트 대표주로 등극한 팬텀은 지난해 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에 이어 영업적자를 지속했으며 적자폭도 84.81% 늘어났다. 팬텀은 실적 공시 다음날인 3월 15일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했다. 디에스피엔터(옛 호신섬유)는 2년 연속 경상손실과 시가총액 50억원 미달을 기록, 3월 한때 매매거래가 정지되기도 했으며, 현재 관리종목에 지정된 상태다. 실적 발표 직전 1만6,000원을 웃돌던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25%가량 하락했다. 이 같은 현상은 우회상장으로 들어온 기업 대부분이 기대와는 달리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코스닥에 간접 입성한 엔터테인먼트 관련 업체 중 상당수는 자본금 10억원 미만인 소규모 업체이고, 이 중 3분의 1 이상은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기업들이 유명 연예인이 소속된 엔터테인먼트 업체나 바이오 기업을 인수한다는 공시로 투자자를 유혹하는 데 성공했다고 해도, 이를 수익으로 연결하지 못하면 주가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뒷북 투자에 주의해야 = 증시 전문가들은 우회상장이 검증을 거치지 않은 비상장법인이 편법으로 상장되는 것이니만큼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김대열 대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퇴출 가능성이 컸던 회사가 실적 개선이나 구조조정이 아닌 우회상장으로 회생하는 것은 그리 좋지 못한 모습이며, 우회상장하는 기업 역시 아무리 실적이 좋고 탄탄한 회사라고 해도 정식 절차가 아닌 뒷문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정식 상장이 안 된 회사라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굳이 우회상장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하기 전에 우회상장하는 회사와 대상 기업의 가치를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동명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도 “개인투자자들은 정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우회상장 재료로 이미 주가가 급등한 후에 뒤늦게 투자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이미 급등한 주식을 추격 매수했다가 이후 급락으로 이어져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급등하는 기업의 주식을 따라 사는 것보다 가능성 있는 종목을 미리 사두는 편이 낫다”며 “저가주이면서 시가총액이 적은 기업을 중심으로 미리 우회상장 가능성을 가늠해 보고,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목할 만한 종목은 =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서 70여 개의 저가 기업들이 우회상장을 통해 인수 ·(M&A)됨에 따라 시장에 우회상장 대상 기업이 현격히 줄었다. 박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에서 우회상장을 위해 인수하기 적합한 기업은 ▶시가총액이 100억원 안팎 ▶기존 사업으로 이익을 내기 어려운 한계기업 ▶재무상태가 비교적 건전한 기업”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워낙 많은 기업이 M&A돼 현재 코스닥 시장에 남아 있는 대상 기업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그나마 위의 세 가지 조건을 갖춘 기업은 일야하이텍 ·로지트 ·키이시스 ·오공 ·한우티엔씨 등”이라고 설명했다. 일야하이텍은 플라스틱 제품 제조업체고, 로지트는 화공약품 및 건자재 수출입업체다. 키이시스는 도면 복사용 감광지 업체고, 오공은 접착제 전문업체다. 한우티엔씨는 건설부문 중장비 제조업체다. 박 연구원은 이어 “올해는 특히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우회상장이 이동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가능성이 큰 종목에 분산투자하고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코스피 시장에서는 ▶시가총액이 200억원 내외 ▶사업 내용은 건실하지만 성장성이 다소 부족 ▶주가가 액면가의 4배 미만 ▶첨단보다는 일반 성향을 가진 기업들이 우회상장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약 20~30개의 코스피 기업의 우회상장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고 말했다. 관심 종목군으로 한국금속 ·유성금속 ·성문전자 ·배명금속 ·서원 ·대원전선 ·써니전자 ·부산주공 ·톰보이 ·삼성 출판사 등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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