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규의 감성경영] 경영은 한국 야구처럼 하라
벚꽃이 만발하다. 아름다운 벚꽃 향기에 마음껏 취하고 싶은 계절이 온 것이다. 흔히 벚꽃은 ‘사쿠라(さくら)’라고 해 일본의 국화(國花)라 알려져 있으나 사실 일본의 국화는 국화(菊花·Chrisanthemum)다. 우리 국화가 무궁화라면 민족의 꽃은 진달래인 것과 같다. 한국인을 대표하는 고전은 역시 <춘향전> 이다. 가족주의로 상징되는 한국인의 키워드는 효(孝)다. 우리나라와 달리 중세 봉건영주시대를 겪은 일본은 집단주의가 근간이며 키워드는 충(忠)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고전은 <충신장> (忠臣藏·주신구라)이다. 이는 자신의 주군(오야붕)이 당한 수모를 가슴 속에 새기고 있던 47인의 무사가 십수 년 후 모여 복수를 하고 집단자결한다는 실화를 토대로 하고 있다. 양국의 이런 근본적인 차이는 그대로 기업경영에도 이어져 왔다. 한국의 재벌이 일본의 재벌 시스템을 모방했지만, 그 운영은 일본과 달리 가족들이 맡아서 하는 구조도 바로 문화적 전통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반면 일본 직장인은 ‘사축(社畜)’이라 불릴 정도로 일본식 경영은 조직의 안정과 충성을 기본으로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일본식 경영은 럭비에 비유돼 왔다. 럭비는 개인기보다는 보스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팀워크의 경기다. 이에 따라 조직의 단결력은 매우 높으나 개인의 창의성과 개인기는 약한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구를 대표하는 미국 경영은 야구에 비유된다. 야구 경기는 개인마다 포지션이 있는 과학적 경기이며, 감독의 전략과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큰 영향을 미친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Intel)이 그러하다. 이에 따라 럭비형 경영의 단점과 야구형 경영의 단점을 상쇄하고 양 방식의 장점만을 결합한 것이 모든 경영방식의 꿈이었다. 요컨대 개인기도 뛰어나며 팀워크도 강한 모델이 그것이다. 경영학에서는 이를 두고 동양식 협력(cooperation)과 서구식 경쟁(competition) 모델을 결합한 ‘코피티션(coopetition)’이란 말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근대 기업경영은 이런 일본식 경영의 모방에서 출발했다. 그 결과 우리 기업들의 경영방식은 사장·부장·대리 등 직명에서부터 내부 경영관리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일본형 체질에 젖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 후 우리는 외환위기를 계기로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비싼 수업료를 치르며 급속히 미국식 경영의 커다란 영향을 받게 됐다. 반세기를 유지해 온 연공서열 제도가 문을 닫고 능력제·실적급·팀제·성과평가 등을 도입해 개인의 능력을 우선시하게 됐다. 최근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본선에서 하나의 기적이 일어났다. 우리나라의 야구 대표팀이 일본을 연파하고 야구의 종주국이자 세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미국 대표팀을 이긴 것이다. 축구에 비유한다면 우리가 브라질을 이긴 것과 다름없다. 한국 선발진 10명의 연봉은 미국 선발진의 연봉 879억원의 불과 20분의 1밖에 되지 않은 수준이었다. 보기에 따라 이번 야구 경기는 사실상 축구 월드컵보다 훨씬 더 값진 의미가 있으며, 경영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원래 경영의 3박자는 전략, 시스템 그리고 문화다. 우선 무엇보다 ‘재활공장장’이라 불리는 김인식 감독의 신뢰의 리더십을 축으로 투수 교체와 타선 정렬 등 정교한 전략, 선동열 등 코칭 시스템 그리고 박찬호를 비롯한 해외파와 국내파들의 의기 투합, 단결에 이르기까지 기업경영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가장 완벽한 수준을 보여 준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세계 경영방식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일본식 경영과 미국식 경영의 단점을 극복하고 모든 경영의 이상적인 모델을 세계에 제시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세계적 수준에 오른 기업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다. 지난 4월 초에는 세계 최고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고위 임원들이 우리 기업들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입국한 바 있다. 조선업을 보면 세계 1위부터 7위까지 조선소가 전부 한국 기업이라는 발표도 있었다. 우리 기업도 더 이상 남의 흉내만 내거나 배우기만 할 시대는 지났다. 이제 우리의 경영철학과 방식을 세계에 알리고 전파할 때가 됐다. 연예인들이 만든 한류 열풍, 축구인들이 만든 세계 4강…. 야구 선수도 했는데 기업인들이라고 왜 못하겠는가. 충신장>춘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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