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도 넘보지 못할 브라질의 아트사커
영원한 우승 후보로 역대 최강 전력 자랑 세계적 평준화와 신흥 강팀들로 이변 일어날 수도 공식적으로 말하자면 어느 팀도 2006년 월드컵에서 우승할 가능성이 있다. 세 차례나 우승한 이탈리아 팀이든, 월드컵에 처음 출전하는 앙골라 팀이든 마찬가지다. 또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 10위 팀인 잉글랜드와 61위인 토고 팀도 그렇다. 6월 9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일단 축구공이 구르기 시작하면,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에서 영광을 향해 경쟁하는 32개 국가 대표팀들은 이론적으론 모두 우승할 기회가 있다. 그러나 이제 스포츠 정신에 입각한 면피용 발언은 그만하자. 물론 지난 수십 년간 월드컵에서는 예상 밖의 이변도 있었다. 그러나 1958년 이래 세계 축구계에는 하나의 철칙이 있다. 브라질은 영원한 우승 후보라는 것이다. 당시 조숙한 브라질팀은 펠레라는 17세 소년을 데뷔시키면서 결승전에서 주최국인 스웨덴을 5대2로 물리쳤다. 그동안의 각종 보도와 세간의 평가를 감안할 때, 오는 7월 9일 저녁 베를린에서 결승전 종료를 알리는 호각 소리가 들릴 때는 가장 고루한 유럽의 축구 팬들조차 또다시 삼바춤 추는 법을 배우게 될지도 모른다. 이는 브라질이 과거에 여러 차례 우승한 팀이라는 사실만으로 나오는 예상이 아니다. 실제로 브라질은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무대에서 87차례 경기 중 60번을 이기면서 5회 우승이라는 전례 없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하는 브라질 팀은 지난 20년래 최강의 전력을 자랑한다. 열렬한 축구팬들의 숨넘어갈 듯한 주장에 따르면 어쩌면 역사상 최강의 팀인지도 모른다. 펠레·가린차·토스타오·리벨리노 같은 전설적인 축구 선수의 골수팬들은 다른 견해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녹색-노란색 유니폼으로 상징되는 현 브라질 대표팀의 전력이 경이적으로 강력하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현 브라질 대표팀은 2004년 코파 아메리카 대회와 2005년 컨페더레이션스 컵 대회를 석권했다. 또 이번 독일 월드컵 남미 지역 예선에서는 숙적인 아르헨티나를 따돌리고 1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브라질 팀의 수퍼스타인 호나우두와 호나우지뉴는 지난 8년 사이에 다섯 차례나 FIFA 선정 올해의 선수로 뽑혔다. 두 선수 모두 거친 스페인 프로축구 리그에서 절정의 ‘약탈자’ 기량을 보여왔다. 그들 덕분에 브라질 팀은 2002년 이래 FIFA 순위 1위 자리를 지켜왔다. 독일 월드컵 조별 리그에서 브라질과 맞붙는 호주의 축구팬들이 브라질팀 유니폼을 입은 부두교 인형을 요절내는 짓을 하는 이유도 이해할 만하다. 온라인 스포츠 도박 사이트인 갬블링 911(여기에서는 브라질에 불리한 쪽에 돈을 거는 사람이 거의 없다)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볼 때 이번 월드컵은 한 마리 경주마만이 달리는 경마 대회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 이상한 비유는 제쳐놓더라도, 한쪽으로만 치우친 견해로는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한다. 브라질 팀이 그토록 지속적으로 위대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원인을 놓고 수백 명의 학자들이 오랫동안 분석해 왔다. 일부 전문가는 현대판 우생학자 같은 견해를 내놓는다. 유럽인과 아프리카인, 그리고 중남미 토착 인종의 DNA가 섞인 덕분에 브라질 선수들은 발놀림 위주의 축구 경기에 가장 이상적인 유전자를 갖게 됐다는 주장이다(키가 작고 강인하며, 신체의 무게 중심이 아래쪽에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영광이 기여한 측면도 분명히 있다. 영웅이 영웅을 낳는 식으로 강력한 모방 효과가 나타났다는 얘기다(호나우지뉴는 호나우두를 모방하면서 성장했고, 호나우두는 호마리우를 흠모했다. 그리고 모든 선수가 펠레를 숭배했다). 그러나 한 가지 점에는 모두가 공감한다. 브라질 팀이 얼마나 자주 우승하느냐보다는 얼마나 멋진 경기를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호나우두의 재빠른 발놀림, 호나우지뉴의 환상적인 개인기, 마치 발이 땅에 닿지 않는 듯 경기장을 질주하는 호비뉴의 경기 스타일 등. 브라질 선수들은 영국에서 들여온 공놀이를 잔디밭 위에서 추는 발레로 변모시켰다. 브라질인들은 이를 ‘예술 축구’라고 부르고, 세계인들은 브라질 팀의 경기를 ‘아름다운 게임’이라고 부른다. 브라질 팀의 전설적인 감독인 고(故) 텔레 산타나는“따분하게 경기하기보다는 지더라도 멋진 경기를 하겠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것은 전 세계 축구팬들의 기대이기도 하다. 브라질 선수들의 탁월한 기량은 어린 시절 열악한 환경에서 창조성을 키워온 데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른다. 물론 국립 경기장들은 융단처럼 깔린 잘 관리된 잔디밭을 자랑한다. 그러나 대다수 선수는 어린 시절 아스팔트 도로나 해변에서, 혹은 진흙이 무릎까지 쌓인 목장에서 축구를 하며 기량을 연마했다. 1970년 전설적인 국가 대표팀에서 펠레와 함께 뛰었던 미드필더 로베르토 리벨리노는 “어린 시절 멋진 축구경기를 보려고 경기장에 갈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들판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호나우지뉴는 어린 시절 콜라 깡통부터 둥글게 뭉친 양말까지 굴러다니는 물체는 무엇이든 발로 걷어찼다. 뒷마당의 담장은 골대였고, 애완견 불렛은 상대팀 수비수였다. 그런 임기응변적인 축구 연습은 효과를 거뒀다. 브라질의 모든 정상급 선수들은 마치 할렘 글로브트로터(묘기 농구를 보여주는 농구팀) 선수들처럼 쉽게 공을 다룬다. 물론 손이 아니라 발로 그렇다는 얘기다. 브라질의 유명한 스포츠 해설가 주카 크푸리는 “세상에는 재능있는 축구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공을 다루는 기술에서 브라질 선수들과 비교될 만한 선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브라질 축구에 보내는 최고의 찬사는 브라질 팀의 성공이 도처에서 모방자와 적을 만들어내면서 오히려 스스로에게 최대의 장애물이 됐다는 지적인지도 모른다. 다른 나라들은 아직 브라질 팀의 ‘환상의 4인방’(호나우두·호나우지뉴·아드리아누·카카 등 공격수 네 명) 수준의 탁월한 선수들을 배출하지 못했지만 이를 보완하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다. 펠레와 함께 뛰었던 브라질 팀의 전설적인 미드필더이자 스트라이커인 에두아르두 곤살베스 데 안드라데(일반적으로 ‘토스타오’로 알려졌다)는 이렇게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축구는 속도감이 없는 추잡한 경기였다. 많은 팀의 기본 전략은 공을 잡고 질질 끌다가 역습으로 이기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축구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득점력 높은 뛰어난 선수들이 많아졌다.” 이는 오늘날 국제 경기에서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현상들이 일어나는 이유를 부분적으로 설명해준다. 과거에 실력이 떨어지는 아시아 팀들은 땀과 속도로 그럭저럭 명맥을 유지했다. 그러나 재빠르고 투지가 좋은 한국 팀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악착같은 경기로 4위를 차지했다. 또 공격적이고 정교한 패스로 유명한 일본 팀은 세계적 강팀들을 초조하게 만들 능력이 있음을 보여줬다. 일본은 지난주 열린 친선 평가전에서 독일과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다. 또 2000년과 2005년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에서는 브라질과도 무승부를 기록했다(이런 성적은 브라질 축구계에서 명예의 전당에 오른 지코가 일본 대표팀의 감독을 맡았다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 그런가 하면 그리스는 2004년 유럽 선수권전에서 우승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축구 관계자들은 미국 대표팀의 FIFA 순위가 5위인 점에 이의를 제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동안 미국 팀이 세계적 강팀들과 접전을 벌여왔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첨단 기술로 세계가 좁아진 덕분에 축구의 평준화가 이뤄진 측면도 있다. 우루과이의 수퍼스타였던 엔조 프란세스콜리는 이렇게 말했다. “첨단 커뮤니케이션 매체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축구의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다른 나라에서 열리는 축구 경기가 늘 방영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축구 후진국들은 많은 것을 배운다.” 프란세스콜리는 현재 미국 마이애미에서 하루 24시간, 매주 7일씩 방영하는 최초의 축구 전문 유선TV인 골TV(GolTV)를 운영한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제 축구가(농구나 야구보다도 더) 세계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사업이 됐다는 측면인지도 모른다. 정상급 축구 선수와 감독들은 우량기업 주식처럼 거래된다. 브라질 대표팀에 소속된 선수 23명 중 3명을 제외한 전원이 현재 대서양 건너 유럽 무대에서 활동한다. 이 같은 해외 활동은 브라질 선수들에게도 득이 된다. 브라질 특유의 개인기에다 유럽의 전통적인 강점을 보완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의 경쟁국 선수들 역시 그런 교류를 통해 브라질 팀을 가장 잘 상대하는 방법을 배운다. “선수 교류 덕분에 이제 수준이 아주 떨어지는 팀은 없다”고 크푸리는 말했다. 축구계의 새로운 세계 질서를 최초로 인식한 사람들 중 한 사람은 브라질 팀의 감독인 카를루스 아우베르투 파헤이라였다. 1994년 그는 평범한 고참 선수들을 이끌고 미국 월드컵에 참가했다. 선수들 중 한 명은 불 같은 성격의 수퍼스타(호마리우)였고, 또 한 명은 아직 실력이 입증되지 않은 젊은 선수(17세의 호나우두)였다. 파헤이라 감독은 위험을 무릅쓸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았다. 월드컵 기간 내내 그는 멋진 플레이 대신 신중한 수비 위주의 경기를 벌인다고 욕을 먹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했다. 그는 나중에 크푸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포드 에스코트는 저가의 소형 승용차이지만 세계인의 자동차로 불린다. 월드컵이라는 세계적인 무대에서는 개인적인 기량뿐만 아니라 팀워크도 중요하다.” 브라질은 1994년 네 번째로 월드컵을 차지했다. 한때 예술 축구의 훼방꾼 소리를 들었던 파헤이라는 현재 여섯 번째 월드컵 우승이라는 임무를 맡은 현자(賢者)로 평가받는다. 지혜는 독일 월드컵에서도 필요하다. 막강한 브라질 팀에도 약점이 없지 않다. 고참 대표팀 선수들(평균 연령 29세) 중 6명은 현대 의학의 기적 덕분에 활동한다. 특히 호나우두는 2002년 이래 두 차례나 무릎 수술을 받았다. 브라질 팀의 공격력을 과소평가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지나친 자부심은 단점이 될지도 모른다. “어떤 팀이 기량면에서 너무 뛰어나면 통제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반면 상대 팀은 전력상의 열세를 극복하려고 더 열심히 뛰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로 경기장에 나온다”고 펠레는 경고했다. 브라질 특유의 결점도 있다. 수비 문제다. 리벨리노는 “브라질 팀은 수비에 크게 신경 쓴 적이 없다. 목표는 늘 골을 넣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역대 어느 대회보다 참가국의 실력이 평준화된 상황에서는 그런 약점이 치명적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토스타오는 낙관적이다. “대체로 모든 참가국의 전술과 기량이 향상됐다. 그러나 임기응변 능력과 개인 기량은 아직도 경기의 승패를 좌우한다. 그 점에서는 브라질 팀이 여전히 우세하다.” 브라질이 독일 월드컵에서 우승하든 못하든, 도박꾼들은 일단은 브라질 팀이 또 한번 삼바춤을 춘다는 쪽에 내기를 건다. With JOSEPH CONTRERAS in Miami 장병걸 cbg58@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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