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 기자의 공개 못한 취재수첩] “제품 우수하나 판촉 경쟁에서 져”
[이호 기자의 공개 못한 취재수첩] “제품 우수하나 판촉 경쟁에서 져”
2003년 집계로 국내에서 소비되는 분말세제는 21만5000t에 이른다. 최근 통계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분말세제를 대체할 특별한 제품이 개발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인구는 증가하니 사용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 엄청난 양의 화학물질이 지하로 흘러들고 하천으로 방류됐을 때 토양 오염과 수질 오염에 대한 우려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은 오염 문제에 접근하자 회사의 수익만 생각할 때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후손을 위해서도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머잖아 큰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나름대로 연구해 개발한 것이 비누를 응용한 분말세제인데 그것도 결과적으로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더라고 했다. 저렴한 화학세제를 찾는 데는 당할 재간이 없더라는 것이다. “원래 비누는 공해가 없고 이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세제예요. 냇가에서 빨래할 때 피라미들이 막 몰려들어 그 비누거품을 먹는 거 못 보셨나요? 그 정도로 안전해요. 그러니까 수천 년을 써온 비누 아니겠어요? 비누 역사가 그래요. 그래서 가루비누를 만들었지요. 말하자면 세탁기에 넣는 세제인데 고체비누를 가루로 아주 잘게 만든 거니까 원료는 비누고 내용물은 분말세제죠. 절대 안전하고 무공해예요. 비누에서 공해 성분이 나온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거니까요. 그걸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제일 먼저 만들었다고요. 66년도에 일본에서 가루비누 만들었다고 큰소리쳤지만 그건 제대로 된 천연 무공해 제품이 아니었지요. 그건 무공해가 아니라 저공해였으니까요. 하여간 천연 가루비누를 개발해 ‘백의민족’이라고 상표도 달았어요. 그래도 혹시 몰라서 한국화학검사소에다 정밀 생태계 실험을 의뢰했어요. 그런데 화학검사소에서도 놀라잖아요. 생분해도에서부터 99% 이상 다 분해가 되는 것으로 나오니까. 세정성분, 기포력, 생물에 미치는 영향까지 전부 무공해 세제라는 판정을 받은 거예요. 근데 뭐 가격이 화학세제보다 조금 비싸니까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걸 어떡해요. 이게 현실이에요. 10원만 더 비싸도 외면합니다.”
"제품 우수성과 시장 점유율은 달라”
세탁할 때 정전기가 일어나는 이온성 테스트는 어떤 결과가 나왔습니까? “그것도 다른 제품하고는 다르다는 결과가 나왔죠. 이온성의 차이라는 것이, 세제가 물에 들어가면 전기를 띠는데 마이너스 전기를 띠느냐 플러스 전기를 띠느냐 혹은 전기를 안 띠느냐, 이 세 가지 유형을 보는 거잖아요.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기존 제품들은 전부 마이너스 전기를 띠고 있어요. 음이온 세제이기 때문이죠. A사나 B사에서 나온 신제품들도 전부 음이온 세제였어요. 그런데 가루비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비이온 세제였지요. 정전기가 안 일어나는 거지요. 실험 결과는 화학검사소에 남아있고 다른 업체들도 분석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가 없어요.” 무궁화 유지가 60년의 역사를 걸어왔고 그처럼 우수한 제품을 생산해 왔으면서도 빨랫비누를 제외하고는 왜 시장 점유율이 평균 20%에 머물고 있느냐고 묻자 제품 우수성하고 시장 점유율은 다른 것 같다면서 쓴웃음을 보였다. “시장에 나가보면 무궁화 제품이 100% 다른 회사 제품들보다 싸요. 왜냐, 대기업들처럼 광고를 안 하잖아요. 창업할 때부터 좋은 제품은 옷을 걸치지 않은 아담과 이브도 다 알아보는 거니까 제품만 열심히 잘 만들자고 했거든요. 그래서 속이지 않는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 회사의 이념이 됐고 광고를 안 했다고요.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게 잘한 전략이 아니었다 하는 건 알아요. 처음부터 광고했으면 대기업이 됐을지 모르죠. 근데 저는 확신이 있어요. 지금은 어렵지만 이미 소비자들의 학력이나 판단력이 무서울 정도로 높고 정확하니까 얼마 안 가서 좋은 제품을 찾을 거라고 말이죠.” 최 회장의 솔직한 설명으로 세제에 대한 지식은 상당히 습득할 수 있었지만 그동안 기업을 운영하면서 마음고생이 깊었다는 얘기는 숨기지 않았다. 모든 중소기업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이지만 전문기업이라 해도 이미 광고 경쟁에서 대기업들의 상대가 되지 못하니 결과적으로는 제품경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는 얘기였다. 가격경쟁에서는 이기고 판촉경쟁에서는 졌다는 것이다. “우리 제품은 사실 가격경쟁 면에서는 끝났어요. 우리가 천연브라이트라는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기존의 합성세제를 쓰던 사람들이 합성세제 가격으로 천연세제를 쓰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래서 천연세제이면서도 소비자들의 가계 부담을 줄일 수 있게 합성세제 가격으로 신제품을 개발했던 거예요. 그러면 이론적으로는 가격경쟁력이 끝난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 시장은 변하지 않는 거예요. 광고비가 빠져서 천연세제를 합성세제 가격으로 내놔도 소비자들은 그걸 생각하지 않아요. 광고에 따라 시장이 움직여요. 이게 속상한 거지요.”
“명품이지만 시장에서 앞서지 못해” 제2창업을 선언한 유성수 사장은 아예 근본적으로 시각이 달랐다. 회사 이름을 ‘휴엔코’로 바꿀 때도 어머니와 다소간의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했지만 격변하는 세제시장에서 소위 명품만을 고집해온 것이 오히려 신세대 소비자에게는 ‘변화를 모르는 기업’으로 고착화된 점이 있다는 거였다. 때문에 제품의 고급화도 중요하지만 시장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기업 이미지 변신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동기가 됐고, ‘누보비앤티’를 계열사로 창업하기도 했다. 농촌진흥청 축산연구소와 공동으로 연구해서 젖소와 한우에게 먹이면 천연우유와 양질의 고기를 얻을 수 있는 일종의 영양제를 개발한 것이다. 어쨌든 무궁화라는 60년 전통이 어떤 형태의 변화로 나타날 것인가는 우려와 기대가 상존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유 사장은 기업이 살아남아야 하는 게 절실한 것 아니냐고 했다.
“회장님은 굳이 회사 이름까지 바꿔야 하느냐고 그러셨지만 ‘무궁화’라는 이름이 너무 세탁비누로만 알려져 있어 어떠한 신제품이 나와도 소비자들이 진부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단 말이죠. 현재만 해도 한 제품에 한정되어 있지도 않고 아웃소싱도 많이 주고 해외에서 아웃소싱도 많이 받고 있는데. 우리가 OEM으로 비누, 치약, 칫솔, 세제, 그리고 원자재를 들여다가 가공해 다른 화학회사에 파는 것도 있단 말입니다. 근데 우리 회사에 오래있는 직원들까지 고정관념에 빠져서 ‘우리는 비누만 팔아먹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하는 생각이더라고요. 그러니 대대적인 의식개혁과 충격이 있어야 하겠구나, 그런 필요성이 절실해 휴엔코로 바꾸었죠. 앞으로 중요한 것은 마케팅과 판매거든요. 그래서 무역도 하고 판매도 하고 수출입도 하고 생활용품과 소비재뿐 아니라 화학연료와 부재료를 가공하고 판매하는 종합마케팅판매회사로 탈바꿈해야겠다는 것이죠. 더구나 IMF 이후에 생활용품업체가 경쟁이 치열해서 C회사도 일본 라이언 유지한테 팔렸고, O회사도 영국에 팔리지 않습니까? 대기업도 힘들어서 파는 게 이 업계인데 그냥 옛날 하던 식으로 빠져 있으면 되겠습니까?” 그래도 무궁화 역사 60년은 창업자와 최 회장의 집념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흔히 하는 말로 부모 잘 만났으니까 제2창업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사는 더 애틋하고 흥미 있는지 모른다. 초창기 얘기지만 비누업계는 공통적으로 400g, 500g짜리를 각각 출시했고 소매점이나 도매상에서 곧바로 현찰 결제를 해주는 비누는 무궁화뿐이었다. 그런 정도로 비누업계에서는 위상이 높았고 약속한 날짜에 어김없이 정확한 물건이 정확한 시간에 들어갈 수 있도록 신용도 지켰다. “정말 죽는 줄 모르고 했어요. 하여간 매일 2박스, 3박스 만들어 도매상·소매상에 넘기는데, 결혼 전엔 진짜 맨주먹으로 당신(유한섭 회장)께서 혼자 고생하셨지만 저하고 결혼하고 나니까 조금 힘이 될 거 아니겠어요? 막 만들어내는 거예요. 우리 집 양반이 월남을 했고 친인척도 없다 보니 늦게 저를 만나서 결혼했는데 당연히 자식을 갖는 게 바쁜데도 일이 먼저예요. 그렇지만 저는 또 욕심이 있잖아요. 애들이 없으면 가정도 없는 것이고. 그래서 늦게까지 일하면 졸면서도 아기를 만드는 거예요, 하하하. 왕성하게 5남매나 낳았죠. 근데 애들이 생기니까 너무 좋아하면서도 그때부터는 얘기가 오히려 달라져요. 저보고 ‘좀 쉬어’라는 게 아니에요. 애들 키우자면 한 장이라도 더 만들어 팔아야 되니까 ‘좀 더 찍어!’ 이래요, 하하하. 정말 억척스럽게 일을 했네요.”
“졸면서 아기 만들었어요” 최남순 회장의 무궁화는 동두천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발전을 거듭한다. 특히 중소기업으로서는 드물게 자체 연구소를 두고 핵심전문 연구원 20여 명이 천연세제 분야와 화장비누에서부터 모든 비누 종류를 개발하도록 했다. 그런데 정부의 무관심이 결과적으로 수질 오염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어서 무공해 제품 개발에 의욕이 상실된 적도 있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었다. “정부가 성분 분석을 정확히 해서 소비자들이 제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할 것 아니에요. 서독은 조금 빠르지만 미국은 65년도부터, 영국은 66년, 일본만 해도 75년도부터 수질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정부가 강력히 나섰잖아요. 반드시 세제 때문은 아니더라도 요즘 시골 가서 우물물 먹는 거 봤어요? 우리나라처럼 집집마다 수돗물 끓여 마시고 사무실마다 정수기 두고 있는 나라가 어디 있어요?”
처음에는 동대문구 전농동에 있었는데 동두천으로 공장을 이전한 것은 확장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까? “에이, (당치도 않은 소리라 해놓고) 중간 중간에 어려운 일도 무척 많았지만 공장 이전 때문에 고생한 건 잊히지가 않아요. 그때가 83년 1월 1일이에요. 별안간 저희 양반이 수술을 하셨어요. 그때부터 일절 일을 못하고 손을 놓았는데, 하필이면 그 무렵에 서울시에서 도시계획을 내세워 공장을 옮기라고 하잖아요. 그렇지 않아도 원료수급 문제, 자금 문제, 사소한 거래처 관리까지 전부 제가 ‘두목’이 돼서 이끌고 가야 되는 상황인데 공장 이전이라는 엄청난 문제가 닥치니까 정말 눈물이 쭉 빠질 정도로 힘들었어요. 남편은 꼼짝을 못하지, 애들은 전부 공부하러 외국에 나가 있지, 남편 곁에서 용변 받아낼 사람도 없어요. 진짜 행복도 불행도 한꺼번에 온다더니 그 말이 맞구나 싶더군요. 그렇지만 이전을 하라니 어떡합니까. 그걸 말로는 설명을 다 못해요. 서류 문제에서부터 부지를 물색하는 것까지, 이건 전쟁이에요. 하여간 서울시에서는 매일같이 닦달하지, 부지가 금방 나오는 것도 아니지,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깜깜했죠. 그런데 막상 닥치니까 정신은 번쩍 들대요. 내가 아니면 전부 죽는다는 생각이 되더라고요. 결국 해냈어요. 참 애 많이 먹었어요….” <계속>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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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우수성과 시장 점유율은 달라”
세탁할 때 정전기가 일어나는 이온성 테스트는 어떤 결과가 나왔습니까? “그것도 다른 제품하고는 다르다는 결과가 나왔죠. 이온성의 차이라는 것이, 세제가 물에 들어가면 전기를 띠는데 마이너스 전기를 띠느냐 플러스 전기를 띠느냐 혹은 전기를 안 띠느냐, 이 세 가지 유형을 보는 거잖아요.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기존 제품들은 전부 마이너스 전기를 띠고 있어요. 음이온 세제이기 때문이죠. A사나 B사에서 나온 신제품들도 전부 음이온 세제였어요. 그런데 가루비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비이온 세제였지요. 정전기가 안 일어나는 거지요. 실험 결과는 화학검사소에 남아있고 다른 업체들도 분석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가 없어요.” 무궁화 유지가 60년의 역사를 걸어왔고 그처럼 우수한 제품을 생산해 왔으면서도 빨랫비누를 제외하고는 왜 시장 점유율이 평균 20%에 머물고 있느냐고 묻자 제품 우수성하고 시장 점유율은 다른 것 같다면서 쓴웃음을 보였다. “시장에 나가보면 무궁화 제품이 100% 다른 회사 제품들보다 싸요. 왜냐, 대기업들처럼 광고를 안 하잖아요. 창업할 때부터 좋은 제품은 옷을 걸치지 않은 아담과 이브도 다 알아보는 거니까 제품만 열심히 잘 만들자고 했거든요. 그래서 속이지 않는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 회사의 이념이 됐고 광고를 안 했다고요.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게 잘한 전략이 아니었다 하는 건 알아요. 처음부터 광고했으면 대기업이 됐을지 모르죠. 근데 저는 확신이 있어요. 지금은 어렵지만 이미 소비자들의 학력이나 판단력이 무서울 정도로 높고 정확하니까 얼마 안 가서 좋은 제품을 찾을 거라고 말이죠.” 최 회장의 솔직한 설명으로 세제에 대한 지식은 상당히 습득할 수 있었지만 그동안 기업을 운영하면서 마음고생이 깊었다는 얘기는 숨기지 않았다. 모든 중소기업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이지만 전문기업이라 해도 이미 광고 경쟁에서 대기업들의 상대가 되지 못하니 결과적으로는 제품경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는 얘기였다. 가격경쟁에서는 이기고 판촉경쟁에서는 졌다는 것이다. “우리 제품은 사실 가격경쟁 면에서는 끝났어요. 우리가 천연브라이트라는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기존의 합성세제를 쓰던 사람들이 합성세제 가격으로 천연세제를 쓰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래서 천연세제이면서도 소비자들의 가계 부담을 줄일 수 있게 합성세제 가격으로 신제품을 개발했던 거예요. 그러면 이론적으로는 가격경쟁력이 끝난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 시장은 변하지 않는 거예요. 광고비가 빠져서 천연세제를 합성세제 가격으로 내놔도 소비자들은 그걸 생각하지 않아요. 광고에 따라 시장이 움직여요. 이게 속상한 거지요.”
“명품이지만 시장에서 앞서지 못해” 제2창업을 선언한 유성수 사장은 아예 근본적으로 시각이 달랐다. 회사 이름을 ‘휴엔코’로 바꿀 때도 어머니와 다소간의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했지만 격변하는 세제시장에서 소위 명품만을 고집해온 것이 오히려 신세대 소비자에게는 ‘변화를 모르는 기업’으로 고착화된 점이 있다는 거였다. 때문에 제품의 고급화도 중요하지만 시장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기업 이미지 변신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동기가 됐고, ‘누보비앤티’를 계열사로 창업하기도 했다. 농촌진흥청 축산연구소와 공동으로 연구해서 젖소와 한우에게 먹이면 천연우유와 양질의 고기를 얻을 수 있는 일종의 영양제를 개발한 것이다. 어쨌든 무궁화라는 60년 전통이 어떤 형태의 변화로 나타날 것인가는 우려와 기대가 상존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유 사장은 기업이 살아남아야 하는 게 절실한 것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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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면서 아기 만들었어요” 최남순 회장의 무궁화는 동두천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발전을 거듭한다. 특히 중소기업으로서는 드물게 자체 연구소를 두고 핵심전문 연구원 20여 명이 천연세제 분야와 화장비누에서부터 모든 비누 종류를 개발하도록 했다. 그런데 정부의 무관심이 결과적으로 수질 오염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어서 무공해 제품 개발에 의욕이 상실된 적도 있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었다. “정부가 성분 분석을 정확히 해서 소비자들이 제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할 것 아니에요. 서독은 조금 빠르지만 미국은 65년도부터, 영국은 66년, 일본만 해도 75년도부터 수질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정부가 강력히 나섰잖아요. 반드시 세제 때문은 아니더라도 요즘 시골 가서 우물물 먹는 거 봤어요? 우리나라처럼 집집마다 수돗물 끓여 마시고 사무실마다 정수기 두고 있는 나라가 어디 있어요?”
처음에는 동대문구 전농동에 있었는데 동두천으로 공장을 이전한 것은 확장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까? “에이, (당치도 않은 소리라 해놓고) 중간 중간에 어려운 일도 무척 많았지만 공장 이전 때문에 고생한 건 잊히지가 않아요. 그때가 83년 1월 1일이에요. 별안간 저희 양반이 수술을 하셨어요. 그때부터 일절 일을 못하고 손을 놓았는데, 하필이면 그 무렵에 서울시에서 도시계획을 내세워 공장을 옮기라고 하잖아요. 그렇지 않아도 원료수급 문제, 자금 문제, 사소한 거래처 관리까지 전부 제가 ‘두목’이 돼서 이끌고 가야 되는 상황인데 공장 이전이라는 엄청난 문제가 닥치니까 정말 눈물이 쭉 빠질 정도로 힘들었어요. 남편은 꼼짝을 못하지, 애들은 전부 공부하러 외국에 나가 있지, 남편 곁에서 용변 받아낼 사람도 없어요. 진짜 행복도 불행도 한꺼번에 온다더니 그 말이 맞구나 싶더군요. 그렇지만 이전을 하라니 어떡합니까. 그걸 말로는 설명을 다 못해요. 서류 문제에서부터 부지를 물색하는 것까지, 이건 전쟁이에요. 하여간 서울시에서는 매일같이 닦달하지, 부지가 금방 나오는 것도 아니지,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깜깜했죠. 그런데 막상 닥치니까 정신은 번쩍 들대요. 내가 아니면 전부 죽는다는 생각이 되더라고요. 결국 해냈어요. 참 애 많이 먹었어요….” <계속>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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