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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입수] 식품안전처 설치 로드맵 문건

[단독입수] 식품안전처 설치 로드맵 문건

정부부처·학계·업계 간 논란이 계속 중인 ‘식품안전처’ 신설과 관련, 정부와 여당이 8월 중에 정부조직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식품안전기본법안도 8월 중 제출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식품안전처 설치 준비를 위해 국무조정실에는 실무 TF팀이 구성된다. 식품안전처가 신설되면 식품과 의약품이 정부 차원에서 분리 감독된다. 대신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없어지게 된다. 식약청의 의약품 관리 조직은 보건복지부 소속 본부로 재편된다. 이렇게 되면 농수축산 식품의 생산부터 소비까지 모든 안전관리 업무가 식품안전처로 통합되게 된다. 하지만 최근 집단식중독 사건으로 문제가 된 학교급식을 포함해 먹는 물, 주류는 통합 관리 대상에서 제외키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식품안전처는 국무총리 산하 독립행정기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식품안전처 설치 추진’에 관한 고위당정협의 자료를 단독 입수했다. 국무조정실이 작성한 이 문건은 지난 7월 12일 정부와 여당 간 고위당정협의 자료로 식품안전처 설치의 로드맵이라고 할 수 있다. 식품안전처의 기구 특성과 세부적인 업무가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식품안전처 설치 추진 일지 2005.10 | 김치 기생충알 파동, 말라카이트그린 오염 사건 발생 2005.11.1 | 노 대통령 ‘식품행정체계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 지시’ 2005.11.11~12.1 | 민관합동실무협의회 2005. 12.7 | 관계장관회의 2006.3.2 |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서 식품안전처 설치 합의 2006.6 | CJ푸드시스템 학교급식 식중독 사고 발생 2006.6.28 | 국정현안조정회의 식품안전처 설치 정부 입장 재확인
식품안전처는 2004년 불량 만두 파동 이후 정부 차원에서 식품관리 체계 일원화를 목적으로 신설이 논의되기 시작했다가 올해 급식 식중독 사건이 터지면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는 식품안전관리 업무가 8개 부처, 26개 법률로 분산돼 협조시스템이 미흡하고, 종합적인 정책 수립에 애로가 있다는 판단 아래 식품안전처 신설을 추진해 왔다. 문건에 따르면 식품안전처 설치 기본 방향은 식품의 생산부터 소비까지 일괄 통합해 관리한다는 것이다. 다만 재배, 사육, 양식 등 생산 단계 지도 단속은 농림부와 해양수산부에 위탁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식품안전처 신설에 결정적 계기가 된 ‘학교급식’ 부분이 통합 식품안전관리에서 제외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전 부처 식품안전 인력 통합 문건에 따르면 ‘학교급식, 먹는 물, 주류 관리는 이번 통합에서는 제외하되 식품안전처에 모니터링 및 정책 개선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고 돼 있다. 이 경우 학교급식은 기존대로 교육부가 주관하고, 먹는 물은 환경부, 주류 관리는 관세청이 하게 된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부처 간 이견에도 불구하고 식약청까지 폐지하며 식품 통합 관??추진하면서 굳이 학교급식 부분을 제외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당정은 식품안전정책의 종합·조정을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식품안전정책위원회를 설치하고 식품안전처가 사무국 역할을 수행토록 할 방침을 세웠다. 식품안전처가 사실상 국무총리 산하 기관이 되는 셈이다. 당정은 또 복지부, 농림부 장관에게 있는 식품위생법, 축산물가공처리법, 건강기능식품법 관련 권한을 식품안전처장(차관급)에게 이관토록 할 방침이다. 식품안전처가 신설되면 복지부·농림부·해양수산부·식약청 등의 식품안전 인력도 통합된다. 전체 이관 인력 규모는 980여 명. 문건에 따르면 당정은 부처별 정확한 이관 인력 산정은 실사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인력 조정을 둘러싸고 부처 간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정은 또 각 시·도에 식품안전관리센터를 설치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식품안전관리 활동을 평가해 그 결과를 공개하는 등 지자체의 식품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결과가 양호한 시·도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미흡한 곳은 중앙에서 특별점검을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식품과 의약품 관리 분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식품과 의약품 분리 문제는 애당초 정부 방침대로 ‘분리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식약청이 의약품 중심으로 운영되고, 의약품 시각에서 식품 업무를 수행하면서 효과적인 식품안전 관리에 한계가 노출됐다”는 것이 당정의 입장이다.
김치 기생충알, 민물고기의 말라카이트그린 오염 사건 등을 처리하면서 의약품 시각에서 전문성만 중시하다 보니 소비자 시각에서 위기관리가 소홀했다는 것이다. 또 “식약청의 경우 식품 조직과 의약품 조직 간 업무 연계성이 1% 수준이고, 부서 간 인사 교류도 미미한 수준이어서 조직을 분리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당정의 입장이다. 식품과 의약품을 통합해 담당하는 전문기관은 선진국 중 미국 FDA가 유일하다는 것도 분리의 배경으로 들었다. 식품과 의약품 분리로 인해 건강기능식품 등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당정은 ‘부처 간 협력체계 구축’으로 충분하다고 자료를 통해 밝히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이나 한약재 관리 등도 현재 관련 법률 및 담당 조직이 명확하게 분리,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하면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특히 건강기능식품은 식품 안전관리 이슈 중 하나지만 관리수요가 많지 않아 식품안전행정체계 개편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됐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약 3000억원으로 식품제조업(35조원)의 1% 수준이다. 의약품 시장 규모는 9조6000억원 대에 달한다. 정부와 여당이 ‘식품안전 일원화’에 대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식품안전처 설치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지난해 말 있었던 당정협의에서는 식품안전 대책과 관련 부처마다 엇갈린 의견을 갖고 나오는 등 ‘밥그릇 싸움’이 심했었다. 당시 건의된 제안은 농림부 소속 식품안전청 설치, 총리실 소속 식품안전처 설치, 식약청으로 안전 기능 통합, 위해성 평가 및 기준설정 기능을 식약청으로 일원화, 현행 체제 유지 및 식품안전정책위원회 기능강화 등이다. 식품과 의약품을 분리 감독하는 이번 정책은 선진국들 사이에서 꾸준히 추진돼 온 정책이다. 미국을 제외하고 영국·독일·일본·캐나다 등이 식품 안전 관련 업무를 통합해 왔다. 이와 별도로 의약품 전담 조직을 보건복지부로 환원시키는 것 역시 영국(보건부), 독일(연맹보건부), 일본(후생노동성) 등의 사례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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