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윤재호의 현장 경매 노하우⑧] 입찰 전‘물건 분석’은 최소 3회

[윤재호의 현장 경매 노하우⑧] 입찰 전‘물건 분석’은 최소 3회

지난 글에 이어 성씨의 집적상가 투자 성공기를 알아보자. 나는 입찰 일주일 전에 우선 성씨와 함께 경매 상가를 찾아가 보았다. 이 상가에는 입찰 물건 명세서상 대항력이 없는 세입자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150만원의 임대계약을 하고 2년째 영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세입자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후순위 임차인으로서 낙찰 대금의 3분의 1 범위 안에서 최우선 변제를 받는 소액 임차인에 불과했다. 낙찰 후 이 상가에 걸려 있는 1000만원의 임차보증금을 받으려면 새로운 낙찰자에게 명도확인서를 써줘야만 하는 약자(?)에 불과했다. 등기부등본상 권리 관계도 깨끗했다. 추가로 인수해야 할 권리도 없었다. 최초 근저당권 설정권자이자 경매신청권자인 국민은행이 2002년 1억4300만원을 설정한 이후에 기록된 다른 근저당과 가압류 등은 낙찰 후 모두 다 소멸될 수밖에 없었다. 은행에서 경매를 부친 경우 등기부상과 세입자 관계는 대체로 깨끗한 경우가 많은데 이 물건도 마찬가지였다. 이 물건을 낙찰받은 성씨는 잔금을 납부하고 등기 이전을 하면서 즉시 인도명령 신청서를 법원에 냈다. 낙찰자와 함께 상가에 찾아가니, 그 세입자의 기세가 한풀 꺾여 있었다. 배당 날짜에 배당만 받게 해 달라며 도와 달라고 했다. 다만 앞으로 3개월 정도 여유를 주면 다른 점포를 알아보겠다고 했다. 명도를 깔끔하게 끝낸 후 새로운 세입자를 찾느라 두 달여를 물색했다. 그러던 중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30만원에 숙녀의류점을 하려는 젊은 부부를 만나 점포를 임대했다. 낙찰 후 6개월 만에 도심 안의 우량상가를 경매로 잡은 성씨는 집적상가 고수익을 체험한 운 좋은 사람이다.

거짓말처럼 19만원 차이로 낙찰 상가를 경매로 잡을 때는 명도에 가장 많이 신경 써야 한다. 특히 고액의 권리금을 주고 영업하거나 시설비가 많이 투입된 상가일 경우 더 그렇다. 일부 세입자는 시설비를 많이 들였다며 고의로 공사업자를 끌어들여 유치권을 주장하곤 한다. 이사를 지연하며 애를 먹이기도 한다. 이럴 땐 합의를 유도해 어느 정도 위로금을 주고 내보내는 게 최선이다. 그러나 이런 집적상가는 합의금이 필요없는 경우가 더 많다. 집단적으로 상가를 만들었고, 또 점포가 오픈 형태이기 때문이다. 시설비를 놓고 세입자와 분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 다른 상가에 비해 명도가 대체로 손쉬운 게 특징이다. 이번에는 공구상가들이 모여 있는 구로동 집적상가 낙찰 사례를 연구해 보자. 서울 구로구와 영등포구, 금천구 일대에는 기계기구 업체가 모여 있어 집적상가들이 자주 경매에 부쳐진다. 공구 제조업을 하면서 서울에 점포를 마련하고자 했던 한모씨 얘기다. 이런 경매투자는 이 분야에 직접 종사하거나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이들이 상가의 특성을 잘 알기에 투자하기가 수월하다. 이 물건은 서울 구로구 구로동 609의 1 한성상가 B동 4층 13평이다. 4층 건물 중 4층이라 임대수익이 나올까 싶었지만 이 전문상가의 영업력을 잘 아는 한씨는 “싸게 살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감정가 5500만원에서 무려 네 번이나 유찰돼 최저 경매가가 2252만원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그는 입찰장에서 2719만원을 써냈다. 마침 2700만원을 쓴 사람이 있었다. 거짓말처럼 19만원 차이로 한씨가 낙찰받은 것이다. 입찰 전 등기부등본상의 권리관계는 복잡한 듯 보였다. 기업은행 안산지점에서 3900만원의 최초 근저당권을 설정했고, 이어 20여 건의 각종 가압류와 압류 등이 길게 얽혀 있었다. 그러나 모두 후순위 권리자(속칭 꼬리표)가 순위를 기다리며 배당을 기다리는 것에 불과했다. 이렇게 꼬리표가 많은 물건이 경매 취하 염려가 없다는 것은 이미 설명한 적이 있다. 세입자 조사를 해보니 이 상가에서 H금속이란 회사 직원이 자기 공장에서 생산된 공구류를 판매하고 있었다. 보증금 300만원에 월 30만원으로 영업장을 개설하고 있는 상태였다. 직원은 굳이 이 상가에 대해 미련이 없는 듯한 말투였다. 낙찰만 되면 나가면 된다는 식이었다. 경매에서 이런 매물이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세입자와 이사 날짜를 놓고 승강이를 벌이며 기싸움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경매 개시 결정일 이후 월세를 한번도 납부하지 않은 세입자는 10원도 손해 보지 않은 상태다. 최고가 매수인으로 결정된 한씨는 소유권 등기를 마치고 기존 세입자에게 명도를 요구했다. 소유권이 바뀐 등기부등본을 보여주자 세입자는 보름 동안 기회를 달라고 한 뒤 약속 날짜에 바로 3층 상가로 짐을 옮겼다. 한씨는 부천에서 공구공장을 운영했는데 상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명도를 확인한 후 즉시 서울에 안테나숍을 운영하게 됐다. 이곳 상가의 상가전세금에 불과한 돈으로 상가를 산 셈이다. 그는 얼마 전 점포를 세 개로 넓히며 사업을 확장했다고 말했다. 상업용 부동산 경매가 좋은 점이 최초 분양가 또는 최근 매매 값에서 최소 30~40% 선까지 값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매매와 분양매물에 비해 수익률과 시세차익 면에서 이익이다. 이번에는 돈 되는 경매 상가를 낙찰받기 위해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알아보자.


‘10년’경력 중개업자 만나라 첫째, 선입견을 버려라. 상가 경매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이 혼자 지레 판단한다는 것이다. 장사가 안 돼 나오는 ‘찌꺼기’라느니 하면서 혼자서 판단하기 쉽다. 그러나 내가 수년째 컨설팅을 하면서 가장 관심 있게 보는 종목이 상가다. 실례를 보자. 몇 해 전 서초구 방배동의 모 종합시장 내 지하상가 실평수 184평이 경매에 나왔다. 감정가 11억원에 2회 유찰 후 최저입찰가 7억400만원에 입찰에 부쳐진 것이다. 서류상 지하 식품도매점으로 이용되고 있었지만 이 상가는 재건축사업 초기의 경매 상가였다. 사업승인 전이었기 때문에 개발이 완료되는 시점에는 아파트와 알짜상가 수십 평이 나오는 조합원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꿩 먹고 알 먹는’ 상가였던 셈이다. 아는 이에게 투자를 권유했더니 그는 “지하상가는 무조건 싫다”고 딱 잘라 말했다. 현재의 상태(지하에다 장사 안 되는 식품도매점)만 보고 투자를 포기했다. 결국 입찰 당일 2명이 경쟁을 벌여 감정가의 75%에 인근 상인이 낙찰받아 버렸다. 지난 얘기지만 결과적으로 이 상가는 ‘대박’이었다. 10층 규모의 주상복합 상가로 추진하면서 조합원에게 65평형의 아파트와 30평 규모의 도로변 상가로 배분이 되는 것으로 확정됐다. 그 투자자는 최소 3배 이상의 투자수익을 올렸으리라. 둘째, 권리분석에만 목숨 걸지 마라. 투자자들의 잘못된 관행 중 하나가 유난히 권리분석에만 몰입한다. 물론 신중히 분석해야 할 필요는 있지만 너무 신경을 많이 쓴다. 경매에 부쳐진 상가 중 권리상 하자 있는 물건은 전체의 10~20%에 불과하다. 권리 분석보다 물건 분석에 치중해야 한다. ‘실전 고수들’은 권리 분석을 꼼꼼히 마친 후 즉시 물건 분석에 들어간다. 물건 분석을 세밀하게 하다 보면 돈 되는 부동산(상권과 입지 분석을 통한 개발 잠재력과 투자성)인가를 확인하기 쉽다. 상가는 뭐니 뭐니 해도 도로 상태와 고객의 접근성, 배후 주민의 구매력 성향 등을 따져봐야 한다. 이 때문에 입찰 전 최소 3회 이상, 매번 1시간 이상 시간을 내 현장 답사를 통해 물건 분석을 철저히 해야 한다. 셋째, 인근 자영업자의 말을 무시하지 마라. 아무리 부동산 고수라 할지라도 한 지역에서 수년간 영업한 상인들보다는 그 지역 사정에 정통할 순 없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상권 분석 비결은 인근 상인들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얘기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최근 영업 환경부터 권리금 수준, 배후 상권의 성숙도 등을 옛이야기 듣듯 술술 알아낼 수 있다. 더 정확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5~10년 업력의 그 동네 부동산 중개업자를 만나라. 맨입(?)은 곤란하다. 점심이라도 대접한다면 고급 정보 얻는 게 더 쉽다. 초보자라면 반드시 이를 거쳐야 한다. 그래야 실수를 줄인다. 넷째, 한 물건에만 집착하지 마라. 경매에 부쳐지는 상가 경매 물건만 해도 한 달에 서울과 수도권에만 500여 건이다. 지방에는 1000여 건이 나온다. 따라서 너무 한 지역 내 상가 매물에 집중할 필요가 없다. 매물 비교분석의 안목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 거주자라면 수도권까지, 지방 거주자라면 거주지와 함께 유사 인근지역 및 위성도시까지 매물을 검색해보자. 종목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아파트상가뿐 아니라 근린상가와 중심상가까지 말이다. 다섯째, 정밀지도 사는 돈을 아끼지 마라. 상가만큼 주변 지리를 잘 파악해야 하는 부동산도 없을 것이다. 지도상에 번지 수가 기재된 지도가 있어야 세밀한 그 지역의 입지를 파악할 수 있고 개략적이나마 상권 분석도 할 수 있다. 5000분의 1 수준의 지적약도에는 해당 경매물건의 정확한 위치와 함께 지역 내 도로상태, 배후의 주거, 업무시설까지 나온다. 이것만 봐도 50% 정도는 감(感)으로 상권과 입지분석을 할 수 있다. <계속>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비상계단 몰래 깎아"...대구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

2"올림픽 휴전? 러시아만 좋은 일"...젤렌스키, 제안 거부

3일론 머스크, 인도네시아서 '스타링크' 서비스 출범

4취업 준비하다 봉변...日 대학생 인턴, 10명 중 3명 성희롱 피해

5주유소 기름값 또 하락...내림세 당분간 이어질 듯

6아이폰 더 얇아질까..."프로맥스보다 비쌀 수도"

7 걸그룹 '뉴진스', 모든 멤버 법원에 탄원서 제출

8 尹 "대한민국은 광주의 피·눈물 위 서 있어"

9성심당 월세 '4억' 논란...코레일 "월세 무리하게 안 올려"

실시간 뉴스

1"비상계단 몰래 깎아"...대구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

2"올림픽 휴전? 러시아만 좋은 일"...젤렌스키, 제안 거부

3일론 머스크, 인도네시아서 '스타링크' 서비스 출범

4취업 준비하다 봉변...日 대학생 인턴, 10명 중 3명 성희롱 피해

5주유소 기름값 또 하락...내림세 당분간 이어질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