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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개미 ‘스마턴트(Smart+Ant)’가 뜬다

똑똑한 개미 ‘스마턴트(Smart+Ant)’가 뜬다

벤처기업에 근무하는 이석환(34)씨는 지난 3월 코스닥 상장사인 하나로텔레콤에 2000만원을 투자해 현재까지 보유 중이다. 그는 주식을 산 이후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매입 가격은 2350원. 지난 7일 종가는 6650원이다. 하나로텔레콤이 지난 5월 주식을 2대 1 감자한 것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수익률은 40%가 조금 넘는다. 하지만 이씨는 당분간 주식을 팔 생각이 없다. 그의 얘기를 들어 보자. “기업 인수·합병(M&A)이라는 큰 재료가 가시화될 때까지 보유하려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그동안 주가가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에 신경 쓰지 않았어요. 하나로가 실적은 좋지 않지만 대주주인 뉴브리지가 주당 3200원 정도에 샀기 때문에 그보다는 더 높게 주가를 올려 팔 것으로 확신을 했죠. 게다가 신임 사장이 M&A 쪽 전문가라고 하고, LG그룹이나 SK그룹이 하나로 인수에 관심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데이콤 주가 수준까지는 끌어올리지 않을까 하고 보고 있습니다.” 이씨는 하나로텔레콤의 맥락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주식을 사기 전에 신문기사와 애널리스트 보고서, 사업보고서를 꼼꼼히 정독하고, 친구인 경제기자, 주식 투자 선배들과 토론을 벌였다고 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종창(33)씨는 지난 6월 초 코스닥 상장사인 P사 IR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회사가 특허권을 갖고 있다는 나노이미지 센서 양산 시점이 언제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 회사 주가는 이 재료로 한때 4만원대까지 올라갔다가 1만원대 초반까지 조정 받은 상태였다. 김씨는 양산 발표 시점에 주가가 다시 한번 오를 것으로 보고 1만3000원대에 매입해 ‘제품 양산 확정’ 공시가 난 7월에 팔아 두 배 가까이 수익을 얻었다. 김씨는 “하반기에 외국인 매도세가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보고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로 가는 것이 맞겠다 싶어 수익률이 좋은 펀드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정도 장이 하락하다 멈출 때를 대비해 2년 정도 장기 투자할 종목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식투자와 관련된 온라인 카페에만 7군데 가입해 있고, 한 달에 적어도 3권 정도는 가치투자 관련 책을 정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투자에 관심 투자 관련 온라인 카페를 운영하는 초등학교 교사인 이채우(38·여)씨는 적립식 펀드와 직접투자를 병행하는 경우다. 그는 “펀드는 적금 붓는다고 생각하고, 직접투자는 장기 보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인 첫째 아이가 대학에 갈 때까지 투자한 돈을 빼지 않겠다”고 말했다. 초장기 투자다. 그가 선택한 종목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1종목씩을 골랐다. 이씨는 “올 4월에 나온 12월 결산법인 실적을 가지고 2개월을 연구해 투자했다”며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률(PER), 자기자본이익률(ROE), 최근 5년간 이익률, 유보율, 부채비율, 안정된 업종, 자사주 매입 현황, 외국인 투자율 등 장기적으로 상승할 만한 조건을 모두 고려해 고르고 골랐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한 종목은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 15년 동안 7000%가 넘게 오른 SK텔레콤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큰 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믿는다”며 “단기 투자를 많이 했는데 손해가 컸다며 내가 투자했다는 것도 잊고 살 것”이라고 말했다.

미들 리스크에 미들 리턴 똑똑한 개미투자자가 늘고 있다. 스마트(Smart)한 개미(Ant)라고 할 수 있는 ‘스마턴트(Smartant)’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주식시장에서 외국인·기관투자가에 비해 약자인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패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묻지마 투자’ 따위는 이들에게 먼 옛날 얘기다. 치밀하게 분석 한 뒤 투자하거나, 아예 직접 투자를 포기하고 간접투자로 돌아서는 개미도 늘고 있다. 주식을 사고 팔기를 반복하는 비율도 줄었다. 오래 보유하는 ‘가치 투자’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테마주가 떴다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모습도 보기 힘들어졌다는 것이 증권가의 얘기다. ‘대박’을 기대하는 심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우선 눈에 띄는 변화다. 물론 유명 연예인이 투자한다고 하면 묻지마식 투자가 재현되기도 하지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에 몰두하는 개미투자자들이 줄고 있다는 얘기다. 김세중 신영증권 팀장은 “과거 개인투자자들이 30%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대했다면, 최근에는 간접투자자가 늘면서 미들 리스크, 미들 리턴 성향의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고 말한다. 10%를 조금 넘는 수익률에 목표를 맞추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당수 개미들이 간접투자로 돌아서고 있다. 기대수익률로만 본다면 ‘성공적인 직접투자’가 간접투자보다 높지만, 확률 면에서 안전한 투자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자산운용협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8조원 규모였던 개인의 펀드 설정 잔액은 올 상반기 말을 기준으로 46조원까지 급증했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만 봐도 최근 1년6개월 사이 무려 600% 이상 증가했다. 개미들의 확실한 투자 패턴 변화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주식시장에서 개미들의 매매비중은 현재 40% 밑으로 하락했다. 2001년도에는 70%를 넘었었다. 때문에 개미가 증권사를 통해 직접투자하는 고객예탁금은 5년째 거의 답보 상태다. 반면 주식형 수익증권 등 펀드 자금은 대폭 늘어났다. 2001년과 2006년을 비교해 보면 고객예탁금은 2.2% 증가했지만, 주식형수익증권 자금은 491%가 상승했다. 불과 4년 전에는 개미가 직접 투자하는 돈이 간접투자보다 많았지만, 현재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 주식형 수익증권 자금이 고객예탁금보다 30조원이나 많은 상태다. 당연히 개미들의 주식 보유비중도 줄었다. 그렇다고 일부의 주장처럼 개미들이 증시를 떠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년 사이 개미가 전체 증시에서 차지하는 주식 보유 비중은 3.9% 하락했다. 반면 기관은 3.9% 증가했다. 개미들의 매도 규모가 확대돼 왔지만, 주식을 매도한 후 증시를 떠난 것이 아니라 기관에 맡겼다는 분석이 가능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미국이나 일본 증시 등 선진국형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말한다. 김수진 증권선물거래소 종합시황총괄팀장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일본에서도 개인의 주식 보유 비중은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라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미국과 일본의 개인 투자자 주식보유 비중은 각각 5.2%, 0.6% 하락했다.

데이트레이딩도 확 줄어 ‘스마턴트’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는 또 다른 이유는 개미의 매매 회전율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투자법으로 각광받고 있는 중장기 투자가 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002년 개미들의 매매 회전율은 유가증권시장만 무려 927%였다. 하지만 2006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보면 2002년 대비 460%포인트나 급감했다. 특히 올해에만 8조원이 넘는 돈이 적립식 펀드에 유입되면서 개인의 장기투자 경향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경향은 올 들어 두드러졌다. 온라인 증권정보 업체인 슈어넷에 따르면 인터넷 회원 1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개월 이상 주식을 보유한다’는 응답이 54.4%로 전년 대비 15.8% 늘었다. 반면 데이트레이딩을 포함한 1주일 이내 단기 투자한다는 응답은 45.6%로 15% 정도 줄었다. 물론 여전히 개인 전체의 투자 수익률은 외국인·기관투자가에 비해 떨어진다. 조정 장세가 계속되고 있는 올 증시에서도 개인 투자는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개미들의 투자 양상이 선진화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스마턴트’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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