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탐구하는 독립영화 걸작 2편
인물 탐구하는 독립영화 걸작 2편
역경에서 소임 다하는 외로운 주인공들의 내면세계 그려 납량 특대작들이 작은 독립영화들에 길을 터주는 9월이 되어 다행이다. 9월 중으로 많은 공통점을 지닌 영화 두 편이 개봉된다. 둘 다 어려운 역경에 처해 자기 소임을 다하는 무척 슬프고 외로운 주인공들을 탐구한 영화다. 두 편 모두 몹시 울적하면서도 뛰어난 걸작이다. ‘맨 푸시 카트(Man Push Cart)’는 이란 출신의 젊은 미국인 감독 라민 바라니의 첫 장편영화다. 첫 장면이 나중에는 눈에 익숙한 영상으로 바뀐다. 칠흑같이 어두운 새벽의 맨해튼. 아마드(실제로 길거리 장사꾼 출신인 아마드 라즈비가 배역을 맡았다)는 시내 한 귀퉁이로 손수레를 끌고 가 바쁜 직장인들에게 커피와 도넛을 판다. 비밀을 쉽사리 털어놓는 성격이 아니지만 수척한 얼굴에는 대단한 과거를 숨긴 사나이라고 적혀 있다. 그가 모하마드(찰스 대니얼 샌도발)를 만나는 순간 언뜻 그런 사연의 감이 잡힌다. 부유한 파키스탄 동포 모하마드는 유명한 싱어송라이터였던 아마드의 과거를 기억한다. 관객들은 어떤 운명의 장난으로 아마드가 커피 손수레를 끌면서 포르노 비디오를 밀매하는 신세가 됐는지 모른다. 어쩌다 어린 아들과 남남이 됐으며, 그 아들이 인근에 사는 친척들 손에서 자라는 이유도 밝혀지지 않는다. 그러나 매일 아침 같은 장소에 수레를 끌고 가는 그를 보면서 관객들은 과거 한때 큰 잘못을 저질렀을지도 모른다는 은근한 생각에도 불구하고 그를 성원하게 된다. 모하마드와의 인연과 다른 한 여자와의 인연이라는 불안한 두 관계가 시작되면서 아마드의 인생 터널에도 약간 빛이 들어온다. 모하마드는 과외 청부 일을 맡기면서 잘하면 장차 큰 일거리도 가능하다고 유혹한다. 한편 가판대에서 신문을 파는 노에미(레티셔 돌레라)라는 스페인 처녀가 아마드에게 추파를 던진다. 그러나 모하마드가 노에미와 사귀기 시작하면서 돈 앞에서 삼각관계의 균형이 무너진다. 어쨌든 도넛 장사꾼과의 맥주나 가라오케보다는 메트로폴리탄에서 오페라를 관람하는 밤이 훨씬 더 매력적이다. 일하는 아마드에게 상상도 못할 불행이 떨어지면서 그의 세계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맨 푸시 카트’는 상영시간이 87분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더디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좋은 의미로 더디다. 곤경에 빠진 주인공으로 나온 라즈비의 연기는 걸출하다. 침묵하는 10초 동안 다른 많은 배우가 평생 전하는 것보다 더 많은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는 결코 완벽하지 않다. 적어도 아마드의 전처가 나오는 부차적 줄거리가 워낙 모호해 관객들을 감질나게 만든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주변 세계를 다시 보게 된다면 앞으로는 도넛 장사꾼을 보는 눈이 바뀔 것이다. ‘르 프티 르테낭(Le Petit Lieutenant)’은 경찰, 악당, 추격, 단서 등이 완비된 추리영화다. 그렇다고 ‘CSI 과학수사대: 파리편’을 기대하고 입장한다면 실망할 뿐 아니라 은근히 감동적인 이 영화의 가장 멋진 점을 놓치게 된다. 자비에르 보브아(‘노르’)가 감독한 ‘르 프티 르테낭’은 ‘맨 푸시 카트’와 마찬가지로 매일 반복되는 힘든 업무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만 이번에는 파리 경찰청 강력반이 무대다. 신임 경감 카롤린 보디외(나탈리 바이예가 배역을 맡아 세자르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는 오랜 기간 알코올 중독증을 치료한 뒤 이제 막 업무에 복귀했다. 영화 제목과 같은 ‘작은 형사’가 파트너로 짝 지워진다. 경찰학교를 갓 졸업한 앙트완(자릴 레스페르)이라는 청년이다. 훨씬 나중에 가서 관객들은 어릴 때 죽은 보디외의 아들이 만일 살았다면 앙트완과 같은 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보디외는 젊은 파트너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그 정도로 마음을 털어놓지는 않는 매우 조심스러운 성격이다. 대신 다른 미묘한 방법으로 애정을 표출한다. 동료 경관들이 애송이를 골탕먹일 때 뒤에서 도와주고, 심지어 노숙자 사망 사건을 수사하던 수로의 둑에서 함께 마리화나를 피우기도 한다. 단순 익사 사고로 생각했던 그 사건이 나중에 폴란드인과 러시아인 이민자들 사이의 복잡한 싸움과 연관된 연쇄살인 사건으로 밝혀진다. ‘르 프티 르테낭’은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인 동시에 직장의 정치학과 개인적 구원을 다룬 이야기이기도 하다. 앙트완의 이상주의가 강력반 동료들의 적당주의와 충돌하면서 앙트완의 위치뿐 아니라 안전까지 위협받는다. 보디외는 앙트완을 향한 애정이 커질수록 어렵게 끊은 술에 점점 더 가까이 가게 된다. 그 두 가지 이야기를 한데 묶는 줄거리의 반전은 굳이 발설하지 않겠다. 다만 마지막 순간은 여러 해 동안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암담하고 감동적이었다는 말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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