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아 게이트의 주역 박동선
그는 벤츠를 타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워싱턴을 누빈다. 아니, 자동차는 수시로 재규어나 링컨콘티넨털 또는 롤스로이스로 바뀐다. 사는 곳은 48만 달러짜리 록 크리크 파크 맨션이다. 집 안에는 샤갈·피카소의 그림들과 3만2000달러짜리 스테레오 시스템이 깔려 있다. 볼이 오동통한 박동선(41)씨는 조지타운대를 졸업한 한국인 사업가다. 오랫동안 워싱턴 사교계의 고정 멤버였으며 유명 인사들을 친구로 뒀다. 그러나 지난주 미국의 연방 수사관들은 박씨를 한국 정부의 비밀 첩보원으로 비공식 거명했다. 박씨를 비롯한 한국인들이 서울로부터 직접 지령을 받아 미국 의원들과 정부 관료들에게 ‘선물’을 건넸으며 그 액수는 1년에 모두 100만 달러에 달할지도 모른다는 주장이었다. 박씨는 또 한국중앙정보부(KCIA)의 미국 내 활동 자금조달책이라는 의혹도 받았다. 그리고 그 불법적인 듯한 작전의 폭로(워싱턴 포스트가 처음 보도)는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고 미 당국자들은 말했다. 박동선 사건은 이미 한 명의 사망과 간접적인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박씨로부터 휴가비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다음 어느 백악관 보좌관의 남편이 자살했다. 박씨가 돌린 선물은 손목시계에서 현금 봉투까지 다양했다. 그중 일부는 미국 연방기금에서 나왔을지도 모른다.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그런 돈봉투와 뇌물을 제공했으며 한국 정권에 “우호적인 의회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목적이었다고 미 당국자들은 주장했다. 한국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박동선씨는 파리에서 뉴스위크의 찰스 미첼모어 기자를 만나 미국 의원들에게 선물을 줬다거나 자신이 한국 첩보원이라는 얘기는 “사실 무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 당국자들은 20명의 의원을 조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동선씨가 의혹받는 첩보원 겸 배달원 역할은 전혀 얼토당토않은 계기로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그는 1960년대 말 한국 대통령의 친척을 사칭한다는 혐의로 중앙정보부에 체포됐다(친척이 아니다). 그러나 박씨는 곧 청와대로 안내돼 대통령을 비롯한 중앙정보부 관계자들과 면담을 했다. 미국은 ‘아주 민감한’ 첩보 소식통으로부터 청와대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됐다. 미국 중앙정보국이 통신 도청, 감청, 또는 심어놓은 첩보원을 이용해 알게 됐다는 완곡한 표현이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박동선씨는 자금을 조성해 미국 의원과 관료들에게 제공하기로 동의했다. 대규모의 대한(對韓) 원조가 지속되도록 하고 압제적인 박정희 정부로 향하는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서다. 계획은 간단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주요 쌀 수출업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박동선씨가 중개인 역할을 맡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실제로 우리가 미국과 하는 모든 쌀 거래에 그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1972년 3월 21일자의 편지에 적혀 있었다. 박씨가 받는 수수료는 1년에 500만 달러에 달했으리라고 미 당국자들은 추산한다. 주장에 따르면 그 소득의 일부는 미국 관료들과 기자들의 매수 시도에, 일부는 한국 중앙정보부의 미국 내 활동에, 그리고 일부는 박씨 자신의 사업 자금에 사용됐다고 한다. 그런 브로커 수수료의 수수도 미국법의 위반일지 모른다. 한국에 판매된 쌀 중 상당량이 연방 보조를 받는 ‘평화정착 식량교환’ 프로그램에 따라 제공됐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구매 국가의 공식 관계자에게 수수료를 주지 못하게 돼 있다. 그런데도 미국 수사관들에 따르면 박씨를 비롯한 한국인 요원들이 갑자기 돈을 펑펑 쓰고 다녔다. 1974년 한국인들은 리처드 닉슨의 비서 로즈메리 우즈와 알렉산더 헤이그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보석 등의 선물을 주려 했다. 그리고 닉슨의 또 다른 측근 존 나이데커에게는 1만 달러의 현금을 제시했다. 모두 그 선물을 거절했다. 박씨는 많은 선물을 노골적이게도 현찰로 제시했다(말 그대로 돈가방이 정기적으로 그의 사무실로 배달됐다). 몇몇 선물은 선거운동 공식 후원금의 형태를 띠었다. 당시에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일례로 존 브라디마스(인디애나주) 하원의원에게 5510달러를 기부했지만 의원은 선거후원금으로 신고했으며 그의 한국 정부 관련 표결기록과 발언은 뚜렷한 객관성을 유지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박씨는 리처드 한나 전 하원의원(캘리포니아주)에게 2만2500달러를 건넸다고 말했다. 한나 전 의원은 박씨에게서 받은 돈이 업무 목적의 합법적인 용도였다고 보고했다. (1974년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때 미국 대사관이 마련한 사우디 관료들과의 면담석상에 박씨를 대동했다. 제임스 앳킨스 당시 대사는 훗날 박씨의 동반이 ‘몰상식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윌리엄 브룸필드 하원의원(미시간주)에게 1000달러를 건네줬다고 말했다. 브룸필드 의원은 박씨로부터 돈을 받은 일이 없다고 말했다. 끝으로, 코넬리우스 갤러거 전 하원의원(뉴저지주)에게 액수 미상의 돈을 줬다고 한다(본인의 의견을 물으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리고 에드윈 에드워즈 루이지애나 주지사 부인에게 1만 달러를 제공했다고 한다. 에드워즈 주지사는 1971년 박씨의 선거운동 자금 기부를 거절했으며 3년 후에야 박씨가 자신의 아내에게 1만 달러가 든 봉투를 건넸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 돈은 자신의 아내와 딸들에게 “마음대로 사용하라”고 준 선물이었으며 “부적절하거나 불법적이거나 또는 비도덕적인” 측면은 전혀 없다고 지난주 말했다. 박씨는 또 비취 세공품, 시계, 양탄자, 동양 수납장, 은을 돌렸다. 휴가여행 비용도 댔다. 그 수혜자 중 한 명이 제럴드 포드 대통령 부인, 베티 포드의 전 특별 보좌관이었던 사람의 남편인 제임스 하위다. 그는 아내와 함께 공짜 여행을 제공받았음이 드러난 후 지난 3월 자살했다. 박씨는 조지타운 클럽을 창립하고 무료 회원권을 의사당에 뿌렸다. 성대한 파티를 주최했으며 제럴드 포드 당시 부통령, 칼 앨버트 하원의장, 휴버트 험프리 상원의원 등과 같은 워싱턴의 거물급들도 최소한 한번은 그의 초대손님 명단에 올랐다. 1973년 워싱턴에서 그런 연회 주최에 지나치게 열성인 모습을 수상하게 여긴 연방 요원들의 조사로 박씨의 뇌물공여 혐의와 그 수혜 대상자 일부가 드러났다. 앵커리지 세관원들에 따르면 박씨가 시계를 신고하지 않아 붙잡아 뒀더니 갈수록 거칠게 화를 냈다. 비행기를 타도록 해달라고 요구하더니 문서 다발을 찢으려 했다. 세관원들이 그 문서들을 회수했다. 한국어로 적힌 메모 리스트에 영어로 ‘contributions’(기부금)라고 쓰여 있었다. 거액의 달러 금액에 덧붙여 미국 의원과 임명직 관리 약 90명의 명단이 줄줄이 열거돼 있었다. 대부분 이름 곁에 금액이 적혀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 수지 박 톰슨(45)과 김영환 주미 대사관 중앙정보부 공사에게도 관심이 집중됐다. 톰슨은 한국 태생으로 칼 앨버트 하원의장 보좌관이다. 박씨 파티에 여러 차례 초대됐으며 자신의 아파트에서도 파티를 열어 일부 의원을 접대하기도 했다. 지난달 톰슨은 의원 두 명의 조사에 증언하는 대가로 소추면제를 받았다. 로버트 레게트 의원(캘리포니아주)과 조셉 애다보 의원(뉴욕주)은 한국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둘 다 혐의를 부인했다. 한국의 미국 내 최고 첩보원인 김영환은 한국 정부에 비판적인 재미동포들을 위협한 혐의를 받았다.미국 당국자들에 따르면 박씨가 그런 활동에 자금을 지원했다고 한다. 박씨는 지난주 이른바 ‘장기’ 출장차 미국을 떠났다. 도쿄를 거쳐 파리와 런던으로 갔다. 더 많이 공개되면 한국 내 미국 첩보활동과 공작원들이 탄로날 가능성도 있다고 일부 미 중앙정보국 당국자들은 우려한다. 그러나 법무부는 박씨의 송환에 열성이다.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 중인 관료들을 기소할 때 그의 증언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 법무부 관리의 말마따나 현재로선 “혐의 중 다수의 진위 여부를 모르며, 사실일지라도 범죄에 해당되는지 불투명하다. ” 그러나 이번 스캔들이 확대될 가능성은 커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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