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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대회 + J프로젝트 + 여수EXPO

F1대회 + J프로젝트 + 여수EXPO

▶J프로젝트 개발 예정지 전남 해남군 산이면 일대.

2010년 10월 한반도 끝머리 영암 전남국제자동차경주장(F1 서킷). 머신(Machine ·경주자동차)이 남쪽 바다를 낀 직선 트랙을 시속 320㎞로 달리자 12만 관중이 일제히 일어나 열광한다. 관중은 경주차의 속도감과 전 세계 유일의 바다를 배경으로 한 경주장의 아름다움에 취한다. 특히 2010년 F1에 처음 참여한 현대자동차팀이 선두 그룹으로 질주하자 소리 높여 ‘현다이(Hyun dai)’를 외친다.” 전라남도가 추진 중인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개발사업(J프로젝트)이 순조롭게 진행돼 예정대로 치러진 F1(포뮬러 원)의 가상 스케치다.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전남도가 미래의 운명을 건 J프로젝트의 선도 사업이다. F1은 해마다 세계적으로 350만 명의 관중을 동원하고 TV 시청자가 6억 명에 이르는 스포츠 이벤트. 시즌당 스폰서십(기업후원)이 2조원 이상으로 월드컵·올림픽 다음으로 크다. 전남도는 F1 유치로 7년 동안 769억원(연평균 159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 2500명의 일자리 창출에 20만 명의 관광객이 몰릴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F1에서 202개 기업이 2조원 넘게 스폰서한 것을 비춰보면, 전남 F1에도 글로벌 기업의 러브콜이 몰리리란 예상에서다. J프로젝트는 영암군 삼호읍과 해남군 산이면 일대 간척지 2942만 평에 2020년까지 32조원을 투입해 이곳을 엔터테인먼트(쇼핑몰·컨벤션센터·카지노) 및 레저 스포츠(F1·경비행기·골프·요트·크루즈) 단지와 월드 빌리지(세계 각국의 주택·음식촌·종교시설)로 탈바꿈시켜 낙후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자는 전남도의 필생 사업. 중국·일본 등 외국 관광객을 겨냥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프랑스 랑독 루시옹, 멕시코 칸쿤과 어깨를 견주는 관광레저도시로 육성하는 게 목표다.
2003년 기본 구상을 세웠고, 2005년 8월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시범사업지역으로 선정돼 본격적인 개발계획을 짰다. 2005년 12월 민간기업들과 6000억원 상당의 투자협약을 체결하면서 재원 마련의 물꼬도 텄다. 그리고 2006년 10월 2일 마침내 박준영 전남지사와 버니 에클레스톤 FOM(Formula One Management) 회장이 F1 코리아 그랑프리 유치 조인식을 하기에 이른다.

F1 유치로 J프로젝트 본격 시동 F1대회 일정은 빠듯하다. 올해 안에 경주장 부지(J프로젝트 영암공구 150만 평)를 농림부로부터 넘겨받은 뒤 실시설계를 거쳐 내년 7월 착공해 2009년 말 완공한다는 스케줄이다. 그래야 2010년 상반기 국제자동차연맹(FIA)으로부터 경주장 검수를 받고 그 해 10월 첫 대회를 열 수 있다. F1을 치르는 데는 적어도 3160억원의 사업비가 필요하다. 부지 매입 및 경주장 건설비 2300억원과 주관사 FOM에 내야 할 개최권료 360억원, 진입로 개설비 500억원 등이다. 엠브릿지홀딩스(MBH)사와 함께 민관합작 제3섹터 방식으로 설립한 F1 운영법인 카보(KAVO)가 민자를 유치하기 위해 뛰고 있다. 머신에는 운전석 옆문 등 9곳에 올해 1억3500만 달러의 광고가 붙었다. 움직이는 광고판이다. F1의 스포츠 마케팅 효과는 스포츠·자동차에 국한되지 않는다. 광고·관광·레저·여행·컨벤션 같은 연관산업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이 모든 고용창출 효과는 10조원 이상으로 분석된다. 전남도는 영암 F1에 큰 기대를 건다. 영국 실버스톤, 이탈리아 이몰라, 말레이시아 세팡 등 다른 나라 시골 마을도 F1 개최를 통해 일대 도약해서다.


J프로젝트의 성공 조건

기업도시 참여 기업이 먼저 정해지고, 이들 기업이 의욕적으로 나서야

국내 다른 관광개발지와 역할 분담 및 상호 연계 고려하고 동북아 국가와 경쟁하는 그랜드 플랜 짜야

F1의 청사진과 사업성 제시로 기업 투자 이끌어야

정착민 위한 문화복지·교육 시설 및 기반시설 충분히 확보해야 전영옥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전남 F1서킷은 서남해안의 수려한 해양자원(바다와 섬, 호수)을 배경으로 한 국가적 관광 콘텐트가 될 것입니다. 월드컵처럼 단발성이 아니고 매해 행사를 치른다는 점에서 파급효과도 훨씬 크고요. 경주장도 트랙뿐만 아니라 자동차주행시험장·카트장 등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도록 설계 단계부터 신경 썼습니다.”(전남도 F1지원과 강효석 운영기획담당) J프로젝트는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간다. 10월 27일 J프로젝트를 맡을 특수목적법인(SPC) 서남해안개발의 주간사로 프라임과 대주그룹, 농협이 결정됐다. 6000억원의 SPC 설립 자본금에 3000억원의 출자 약속이 들어왔다. 주간사인 프라임과 대주그룹이 각각 500억원씩, 에이스골프장이 5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전남도가 지방채 발행으로 1000억원을 내고, 금융권에선 농협 주도 아래 다른 금융사를 끌어들여 2000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남지역 건설업체도 움직이고 있다. 금광기업·남양건설·남해종합건설·보성건설·송촌종합건설과 전남개발공사는 연말까지 500억원을 출자해 ‘새끼(sub) SPC’를 구성한다. J프로젝트와 관련, 박준영 전남지사는 지난 9월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해 왕족들이 설립한 최대 민간 투자회사인 EIIC 요완 칼리 회장과 연말까지 3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의 투자협약을 맺었다. 중동 오일 머니의 연결 고리를 잡은 것이다. 강진원 기업도시단장은 “세계적 기업과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인데 12월 중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도는 J프로젝트 지역 3000만 평 중 전국경제인연합회에 할당한 500만 평을 제외한 2500만 평을 5개 지구로 나눠 개발할 계획이다. F1서킷이 들어서는 A지구(525만 평)는 중심 SPC가 개발할 핵심 상업지구로 F1 관람객을 위한 호텔과 콘도·골프장·쇼핑몰·카지노·씨월드와 워터 파크 등이 들어선다. 최종선 기업도시과장은 “목포 앞바다는 물론 두 군데 호수를 그대로 둔 채 개발하므로 해양 관광레저 도시로는 세계 최고”라며 “보수적으로 봐도 2012년부터 배당을 시작할 텐데 내부수익률이 7.5%로 수익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전경련 사업부지의 밑그림도 나왔다. 금호건설·롯데건설·한화국토개발·삼환기업·대림산업 등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월드 빌리지와 국제 대안학교, 골프 커뮤니티 등 글로벌 타운으로 개발한다. 금호호 서쪽 건너편 관광공사가 개발 중인 해남 화원관광단지에선 지난 10월 27홀 모두가 바다와 인접한 파인비치 골프 리조트 조성 공사를 시작했다.

정부 지원과 투자 유치가 열쇠 F1과 J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넘어야 할 고개가 많다. 당장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그리 녹록지 않다. F1에 대해 문화관광부는 상업성이 강한 행사라며 지원에 난색을 표한다. 전남도는 지역경제 발전과 해외 관광객 유치 등 공공성도 강하다는 논리로 설득 중이다. 이와 함께 F1 개최권료와 진입도로 건설비 등 정부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F1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의원입법으로 제정할 움직임이다. 법안은 개발 절차 간소화와 경차(競車=자동차경주 내기) 등 수익창출 방안을 담고 있는데, 경차 허용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바다이야기 파문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F1서킷이 들어설 A지구에 카지노를 세 곳 두는 방안도 있는데 내국인 출입을 막는 외국인 전용으로 할 경우 수익률이 낮아진다는 한계가 있다. J프로젝트의 무대인 간척지를 넘겨받는 일도 농림부와 합의하지 못한 상태다. 전남도로선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무상으로 받길 원하지만 가능성이 작다. 그래서 적어도 농촌공사의 조성원가(평당 1만원선)로 양도받길 바라는데, 이마저 어려우면 감정가로 매입할 수밖에 없다. 해안을 낀 광역자치단체들이 잇따라 관광레저단지 개발계획을 발표하고 나서는 점도 문제다. 개발 기능과 목표가 중첩됨으로써 국내외 투자유치와 개발효과를 기대만큼 올리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경상북도는 10월 8일 동해안 해양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로써 현재 거론 중인 해안개발 프로젝트는 전북 지역의 새만금, 전남의 J프로젝트를 합쳐 세 개로 늘어났다. 이에 대해 박준영 전남지사는 “새만금은 이제 물막이를 끝낸 것으로 매립하는데 시일이 많이 걸리는 데 비해 J프로젝트 지구는 매립이 끝난 간척지인데다 정부가 기업도시 시범사업으로 선정한 곳으로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도청이 무안으로 이전한 뒤 무안과 목포, 신안 일대에 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목포와 무안·신안군을 한데 묶는 ‘무안반도 통합론’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1단계로 무안반도를 통합한 뒤 2단계로 해남·영암을 아우르는 인구 100만 명의 광역도시로 발전시키자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일각에선 호남고속철도가 완공되는 2017년에 맞춰 목포와 무안·해남·영암을 한데 묶어 인구 60만 명 규모 신도시로 개발하자는 ‘서남권 개발구상(S프로젝트)’을 거론하고 있다. 이는 일부 지역과 사업방식이 J프로젝트와 닮은꼴이라서 전남도를 신경 쓰게 하는 대목이다.


박준영 전남지사에게 듣는다


J프로젝트로 ‘전남 운명’바꾸겠다

F1 유치는 “전남의 운명을 바꾸겠다”고 공약한 박준영 전남지사가 거둔 큰 결실이다. 그는 F1 개최 준비를 착실히 하면서 J프로젝트 추진과 2012년 여수 엑스포(EXPO) 유치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박 지사는 “J프로젝트와 여수 엑스포 추진을 계기로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해 해양관광 산업을 일으키는 기폭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갈수록 인구가 줄어드는 판에 (J프로젝트 예정지구)3000만 평 간척지에 벼농사를 지어선 곤란하죠. 지금 눈으로 그 땅을 보지 말고 농업개방 속도를 감안한 10년 후 모습을 생각하며 용도를 정해야지요. 관광산업을 일으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 F1 개최를 적극 지원하고 경차도 허용해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수 엑스포도 이번에는 유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2008년 엑스포 유치 실패 요인으로 지적된 SOC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교통망 확충 작업이 진행 중이며, 민간기구만 움직였던 지난번과 달리 외교통상부·해양수산부·전남도 등 정부가 함께 유치활동을 펴고 있어서다. “호남고속철 건설계획을 놓고 경제성을 따지는데 경부고속철은 어디 경제성이 충분해서 시작했나요? 낙후된 지방경제를 살리자는 차원에서 봐야 합니다. 실제로 지방에서 기업을 유치하려고 해도 SOC 부족을 이유로 오지 않거든요.” 박 지사는 일자리에다 SOC·교육 예산에 이르기까지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니까 젊은이들이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하면 전부 서울과 경기도로 가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는 특히 김문수 경기지사가 주장한 대수도론에 대해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인구를 분산시켜야 하는 대원칙에 어긋난다”며 “농촌에선 마을이 없어지는데 수도권에선 계속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는 반론을 폈다. 국토면적의 11.8%인 수도권에 인구는 48%, 생산 기능은 60%, 경제·사회·문화의 중추 기능은 80%가 집중돼 있는 게 과연 정상이냐는 것이다. “자녀 학업 때문에 농촌을 등지는 사람이 많아요. 그러니 지방에선 1년에 10여 개씩 폐교하는데 수도권에선 자꾸 학교를 짓는 거지요. 지역 실정에 맞는 교육자치가 절실합니다.” 박 지사는 지방경제가 낙후되고 인구 감소가 이어지면 사람이 살지 않고 땅을 놀리게 돼 ‘새로운 안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를 막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 몇 군데 자연부락을 합쳐 살기 좋은 ‘행복마을’을 만들고, 경관이 좋은 섬 40여 개를 관광자원화하는 사업이다. “지금은 독도에만 수비대가 있지만, 앞으론 인구가 적은 지역의 주민을 위해 의사와 경찰이 주둔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지요. 농업이 중요하지만 농촌과 농민 문제 등 ‘3농(農)’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건설교통부는 왜 대도시 아파트값만 신경 쓰고 농촌 주택은 생각조차 안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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