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미국이 패권 잃으면?
만약 미국이 패권 잃으면?
올해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는 두 가지가 빠졌다. 눈(결국 오기는 왔다)과 미국 때리기(끝까지 없었다)다. 물론 각종 토론위원회와 회의장마다 미국인 기업가와 운동가, 지식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 스타급 연사는 없었지만 미국 정부의 고위관리도 몇 명 참석했다. 그러나 내 기억으로는 최초로 미국이 중심적인 위치에서 벗어난 듯했다. 미국을 향한 요구나 간청, 불만이나 분노의 표출이 거의 없었다. 이번 포럼에서 사람들은 (적어도 그 당시로서는) 미국을 제쳐놓는 듯 보였다. “다보스 포럼에서는 언제나 미국 정부 고위관리의 연설이 핵심적인 행사 중 하나였다”고 오랫동안 포럼의 고문 역할을 해 온 한 유럽인이 말했다(그는 미국 관리들과의 관계를 생각해 익명을 요구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누가 그 연설을 할지(콜린 파월, 딕 체니, 콘돌리자 라이스 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올해는 궁금해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 연설이 없어진 사실을 알면 실망하는 사람들이 있으리라 예측했지만 전혀 없었다. 아무도 그런 사실을 눈치조차 못 챘다. ” 일이 이렇게 된 이유는 사람들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제쳐놓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 유럽과 중동 사람들은 특히 부시 대통령을 심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부시와 그의 정책(이라크 문제든, 지구 온난화든, 일방주의든 간에)을 보는 자신들의 시각이 정당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생각하는 지금은 더 이상 법석을 떨 이유가 없다. 게다가 부시는 때이른 레임덕 현상으로 고전하는 상황이다. 지난주 국정연설에서는 이라크 정책 지지를 간곡히 호소하며 약한 모습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그러나 이번 포럼에서 나타난 것은 그보다 더 큰 현상이었는지도 모른다. 올 회의의 주제는 ‘글로벌 어젠다의 형성: 권력 균형의 변화’였다. 전반적으로, 그리고 일부 연설에서 권력의 이동이 강조됐다. 연사들은 아시아의 부상을 예견했다(그리고 미국과 유럽의 쇠퇴를 넌지시 내비쳤다). 지금은 확실히 미국에 좋지 않은 시기다. 부시 대통령은 임기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이라크 작전은 진창 속에 빠졌으며, 세계 곳곳에 미국 정부를 향한 적대감이 여전히 드높다. 하지만 그렇다면 미국이 중심에서 빠진 세계가 어떨지 한번 상상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세계는 미국의 지배에서 벗어나겠지만 동시에 지도력도 잃게 된다. 여기저기서 문제점들이 썩어 문드러지고, 책임은 이리저리 전가되다가 결국 폭발해 버릴 것이다. 새로 권력의 중심에 떠오르는 나라들을 한번 살펴보자. 중국은 3년 후면 세계 제일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세계 환경문제를 다루는 일에서 지도적 역할을 할 마음은 전혀 없는 듯하다. “이번엔 중국 차례가 아니다”고 과거 중국 정부의 고위관리를 지낸 중국은행의 주민 수석부총재는 말했다. “이번엔 모두의 차례다. ” 인도 국가기획위원회의 몬텍 싱 알루왈리아 부위원장은 “모든 나라가 똑같은 1인당 공해 배출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론상으로는 이치에 맞는 말이지만 실제로 23억 명(중국과 인도의 인구를 합친 수)이 서양의 평균 수준으로 공해를 배출한다면 지구는 파멸에 이르게 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새로운 무역협상을 제안했고, 모든 사람에게 ‘융통성’을 가지라고 촉구했다. 사실 미국은 상당한 융통성을 발휘해 왔다. 농업보조금 등 논란 많은 여러 문제에서 입장을 완화했다. 반면 능변으로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난해 온 프랑스는 자국 농부들을 위한 후한 보조금을 양보하지 않음으로써 유럽연합(EU)에 혼란과 마비를 초래했다. 또 브라질과 중국, 인도는 그들 나름대로 이론적으로 융통성을 내세우지만 새로운 제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모든 문제에 관한 책임이 모두에게 있다는 것은 결국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는 말이다. 문제는 그런 무임승차가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적 체제(경제·정치·사회)는 자율관리가 되지 않는다. 세계 경제성장은 환상적인 선물이기도 했지만 해결해야 할 스트레스와 긴장도 초래했다. 누군가 앞에 나서서 조정해주지 않을 경우(또는 굳이 이야기하자면, 지도자가 없을 경우) 그런 관리는 한층 더 어려워진다. 오늘날 세계는 1920년대와 유사한 점이 있다. 당시 새롭게 세계화된 경제가 활성화했고, 과학과 기술은 생활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전기·라디오·영화·자동차 등 당대의 첨단기술을 생각해 보라). 그러나 영국의 쇠퇴와 미국의 고립주의로 세계는 정치적 방향을 잃었다. 그리고 결국 보호무역주의와 민족주의, 외국인 혐오증과 전쟁이 세계를 집어삼켰다. 3년 전 영국 역사학자 나이얼 퍼거슨이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발표한 논문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미국의 지배권이 종말을 맞을 경우 세계는 다극(多極) 체제로 질서 있게 변화하기보다는 권력이 고도로 분열된 지도력 부재의 세계로 전락하리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런 현상을 ‘무극(無極) 상태’라고 불렀다. “무극 상태는 무질서한 신 암흑시대를 의미할 가능성이 있다”고 퍼거슨은 썼다. “제국의 쇠퇴와 종교적 광신, 소외된 지역의 경제적 약탈, 경제 침체, 그리고 몇몇 요새화된 고립집단으로 후퇴하는 문명.” 좀 억지스러운 이야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미국 지배권의 쇠퇴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 뭔가를 희망할 때는 신중히 생각하라. Two things were missing from this yea's world Economic Forum at Davos: snow (which arrived eventually) and America-bashing (which did not). There were, of course, lots of American businessmen, activists and intellectuals filling the panels and halls of the conference. There were even a few senior American officials - though no star speaker. But, for the first time in my memory, America was somewhat peripheral. There were few demands, pleas, complaints or tantrums directed at the United States. In this small but significant global cocoon, people - for the moment at least - seemed to be moving beyond America. "There has always been a talk by a senior American official as one of the centerpieces of the Forum," said a European who has advised the Forum for many years - and who asked to remain anonymous because of his relations with U. S. officials. - and in the past, people eagerly anticipated who that would be - Colin Powell, Dick Cheney, Condoleezza Rice. This year, almost no one inquired. We expected disappointment. But there was none. No one even noticed.?Part of the reason is that people are moving beyond George W. Bush. Europeans and Middle Easterners in particular used to rail against Bush. Now they think that their views about him and his policies - whether on Iraq, global warming or unilateralism - have all been vindicated, so why keep ranting? Besides, he's a lame-duck president, his weakness on full display in last week's plaintive State of the Union address. But there may be a larger phenomenon at work here. This year's conference theme was titled - haping the Global Agenda: The Shifting Power Equation." The emphasis, and some of the talk at the conference, focused on that shift in power, with speakers foretelling the rise of Asia (and implicitly, the decline of America and Europe). We are certainly in a trough for America - with Bush in his last years, with the United States mired in Iraq, with hostility toward Washington still high almost everywhere. But if so, we might also be getting a glimpse of what a world without America would look like. It will be free of American domination, but perhaps also free of leadership - a world in which problems fester and the buck is endlessly passed, until problems explode. Listen to the new powers. China, which in three years will likely become the world's biggest emitter of CO2, is determined not to be a leader in dealing with global environmental issues. "The ball is not in China's court," said Zhu Min, the executive vice president of the Bank of China and a former senior official in the government. "The ball is in everybody's court." India's brilliant planning czar, Montek Singh Alluwalliah, said that "every country should have the same per capita rights to pollution." In the abstract that's logical enough, but in the real world, if 2.3 billion people (the population of China plus India) pollute at average Western levels, you will have a global meltdown. German Chancellor Angela Merkel called for a new round of trade talks and asked that everyone be "Flexible." In fact, the United States has exhibited considerable flexibility, relaxing its position on many contentious issues, including agricultural subsidies. On the other hand, France, that eloquent critic of U. S. unilateralism, has refused to budge on its lavish subsidies for farmers. As a result, the European Union is fractured and paralyzed. For their part Brazil, China and India speak of flexibility in the abstract but have made no new proposals. The ball for every problem is in everybody's court, which means that it is in nobody's court. The problem is that this free ride probably can't last forever. The global system - economic, political, social - is not self-managing. Global economic growth has been a fantastic boon, but it produces stresses and strains that have to be handled. Without some coordination, or first mover - or, dare one say it, leader - such management is more difficult. The world today bears some resemblance to the 1920s, when a newly globalized economy was booming, and science and technological change were utterly transforming life. (Think of the high-tech of the time - electricity, radio, movies and cars, among other recent inventions.) But with Britain declining and America isolationist, that was truly a world without political direction. Eventually protectionism, nationalism, xenophobia and war engulfed it. In a provocative essay in Foreign Policy three years ago, the British historian Niall Ferguson speculated that the end of American hegemony might not fuel an orderly shift to a multipolar system but a descent into a world of highly fragmented powers, with no one exercising any global leadership. He called this "apolarity." "Apolarity could turn out to mean an anarchic new Dark Age," Ferguson wrote, "an era of waning empires and religious fanaticism, of economic plunder and pillage in the world's forgotten regions, of economic stagnation, and civilization's retreat into a few fortified enclaves." That might be a little farfetched. But for those who have been fondly waiting for the waning of American dominance - be careful what you wish f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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