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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CEO 50人이 말하는 리더십 키워드] 세종은 개방형 리더십의 표본

[대한민국 CEO 50人이 말하는 리더십 키워드] 세종은 개방형 리더십의 표본

지금은 개방과 변화가 키워드인 디지털 시대다. 이질적인 문화를 융통성 있게 받아들이는 리더만이 성공할 수 있다. 귀를 막고 뒤에 숨어서 조직을 움직이는 ‘빅 브러더’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조선 말 대권을 잡았던 흥선대원군은 넘쳐나는 카리스마의 소유자였지만 개방성이 부족해 결국 실패했다. 역사가 되풀이 되듯 리더십도 되풀이 된다. 지금은 흥선대원군의 리더십이 아니라 변화를 주도하며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끈 세종대왕(1418~1450) 같은 개방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원급제한 성삼문이 다른 급제자들과 함께 세종을 만났다. “전하께서 성덕이 높으시단 소문을 멀리서나마 듣고 늘 흠모해 왔습니다. 그런데 전하께서는 오늘 우리가 어떤 명문가의 자제인지, 배경에 대해서만 물으시니 적잖게 실망했습니다. 소생은 지리산 촌 동네의 쇠락한 선비 가문의 자식입니다. 그러나 나라의 앞날을 위해 죽도록 일할 준비가 누구보다도 단단하게 되어 있습니다.” 성삼문의 이런 당돌한 말에 세종이 답했다. “바른 말이고 옳은 얘기다. 앞으로 과인에게 직언으로 대하고 나를 많이 도와 달라.” 성삼문은 말년에 “당시 마음속으로 이런 군왕이라면 죽음을 각오하고 충성하겠노라 결심했다”고 고백했다. 세종은 당대 그 어떤 학자들보다 뛰어난 식견과 학문의 깊이를 가졌다. 하지만 그가 가장 능력을 잘 발휘했던 분야는 개방적인 인재 활용이었다. 세종은 신분에 관계없이 능력을 대우하며 관습의 틀을 깼다. 관노 출신인 장영실에게 종 6품의 벼슬을 내린 게 대표적인 예다. 인재 보호에도 적극적이었다. 언관들이 황희와 김종서 등을 도덕성 문제로 공격했지만, 공적을 이룰 때까지 그들을 보호하면서 기다렸다. 농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직접 똥지게를 진 일은 솔선수범의 극치였다. 신숙주와 성삼문의 경쟁심리를 파악해 의도적으로 경쟁을 부추기며 그들의 능력을 극대화했다. 집현전 신하들에게 임파워먼트를 불어넣는 데도 뛰어났다. 세종이 집현전에 갑자기 방문해 학사들을 모아놓고 말한 건 지금도 감동적이다. “우리 모두 여기서 죽을 각오로 일하자. 이 땅의 백성과 조상과 부모, 그리고 우리의 후손을 위해 여기서 일하다가 모두 같이 죽자.” 서양사에서 개방형 리더십의 표본은 이탈리아 피렌체 메디치 가문의 로렌조 데 메디치(1449~1492)를 들 수 있다. 동시대를 살았던 마키아벨리는 그를 “운명으로부터, 그리고 신으로부터 최대한의 사랑을 받은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막대한 재력으로 예술계에 권력을 휘두른 후원가였을 뿐 아니라 피렌체의 정치와 경제를 사실상 장악한 ‘군주’였다. 이런 ‘독재자’가 피렌체 시민들로부터 ‘일 마그니피코(위대한 자)’라고 불렸던 것은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학문과 예술을 중시한 피렌체인들의 욕구를 빨리 읽고 그에 대한 인프라 구축과 인재양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학문 양성을 위해 다른 나라의 유능한 교수를 스카우트했고, 자신이 후원한 피렌체 천재 화가들을 다른 나라로 보냈다. 당시 그가 후원한 예술가는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희대의 거장들이다. 결국 그는 이들을 통해 이탈리아의 외교 무대에서도 중심에 설 수 있었다. 감성의 시대라고 불리는 21세기 역시 르네상스 때와 마찬가지로 문화가 정치겙姸쫨사회와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움직이고 있다. 당시 로렌조가 예술계에서 발휘한 리더십은 현대 CEO들이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개방적이었던 이 두 리더는 도덕성에 있어서도 남달랐다. 이들에게서 발견되는 도덕적인 우월성은 영국을 금융의 중심지로 만든 귀족들의 ‘신사정신’, 일본의 오피니언 리더층에서 아직 남아 있는 ‘사무라이 정신’과 비슷하다. 50년 만에 자본주의를 급하게 받아들인 우리 지도층에선 개방만 있지, 과거 최익현의 꼿꼿했던 선비정신은 사라지고 있다. ‘선비 정신을 갖춘 개방형 리더’야말로 21세기 감성 리더십의 키워드다. 우종익 사장은 국내 최대 와인업체 중 하나인 아영FBC를 이끌고 있다. 성균관대사학과를 졸업한 그는 청소년 권장도서로 유명한 <이야기 세계사> 의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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