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몸에 휘날리는‘오성홍기’
아이 몸에 휘날리는‘오성홍기’
![]() |
침실의 침투 우리의 안방과 거실까지도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다. 어머니는 중국산 문갑에 담겨진 중국산 잠옷을 꺼내 입고, 중국산 화장대 앞에서 화장을 지우고, 중국산 침대에서 중국산 이불을 덮고 잠이 든다. 수입되는 침대의 82%, 화장대 76%, 문갑 52%가 중국산이다. 침구 이불의 84%, 가운의 90%가 중국산이다.
주방의 침투 중국산 전자시계의 알람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난 어머니는 중국산 주방도구들이 기다리는 주방을 향한다. 남편을 위해 중국에서 수입한 믹서에 야채를 갈아 즙을 만들고 중국산 전기밥솥에 중국산 조와 팥을 넣어 잡곡밥을 짓고, 어린 아이들을 위해 중국산 토스터에다 미국에서 수입한 밀로 만든 빵을 굽는다. 중국에서 수입한 식탁 위에는 중국산 포크와 나이프, 식탁용품이 준비돼 있다. 수입되는 식탁용품의 69%가 중국산이다. 스푼의 62%, 포크의 55%, 주방용 도자기 제품의 52%, 나무 젓가락의 99%, 목제 식탁용품의 76.5%가 중국산이다. 주방에서 주로 쓰는 소형가전의 경우 우리나라 전체 수입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전기밥솥은 84.5%, 토스터는 98%, 믹서는 62%, 전자시계는 71%에 달한다.
등굣 길의 딸 등교하는 초등학생 딸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어머니는 중국의 오성홍기가 여기저기 달려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중국산 운동화를 신고 있는 딸이 멘 중국산 가방에 인형이 매달려 있다. 인형 역시 중국산이다. 딸의 가방 속에 담긴 필통에는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만들어 수입해 온 연필이 절반을 채우고 있다. 수입 직물제 가방의 60%, 우산의 96%, 스포츠화의 96%, 연필의 53%, 인형의 87%가 중국산이다.
![]() |
출근하는 남편 출근하는 남편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산 다리미로 곱게 다려놓은 하얀 셔츠를 아버지에게 건네주고, 어머니가 집어든 정장 상의 안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원산지 마크가 확연하다. 아버지가 입고 있는 바지 역시 중국산이건만 다행히 상표가 깊숙이 감춰진 덕에 이를 눈치채지 못한다. 지하철을 향해 가는 아버지의 주머니 속에는 중국산 일회용 라이터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수입 신사복 상의의 80%, 남성용 바지의 85%, 남성 셔츠의 80.5%, 라이터의 63%를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다.
소형 가전의 침투 남편과 아이들이 서둘러 집을 나간 후 어머니는 중국산 포트에 물을 끓여 중국산 도자기 찻잔에 중국산 홍차를 한 잔 마신다.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긴 어머니는 여기저기 널린 옷가지를 주워 모아 중국산 세탁기에 넣고는 베란다로 가 중국산 진공청소기를 집어든다. 지난 여름에 쓰고 베란다 한켠에 놓아둔 중국산 선풍기를 수납장에 정리한 어머니는 중국에서 조립된 카세트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집안을 청소한다. 청소를 마친 어머니는 중국산 다리미로 아버지가 내일 아침 입을 셔츠를 다림질한다. 외출 단장을 위해 중국산 헤어드라이어를 집어들고 젖은 머리를 말린 어머니는 중국산 블라우스와 스커트에 정장을 걸치고, 중국산 렌즈가 박혀 있는 선글라스를 끼고 먹거리 장만을 위해 동네 할인점으로 향한다. 수입 녹차의 85%, 홍차의 73%가 중국산이며, 헤어드라이어 82%, 전기다리미 51%, 선풍기 86%, 세탁기 50%, 에어컨 74%, 진공청소기 61%, 카세트 79%, 여성용 양복 상의 71.5%, 여성용 바지 스커트 82%, 블라우스 77%, 안경 렌즈의 65%가 중국산이다.
![]() |
▶세계 최대의 항만을 꿈꾸는 중국 상하이 양산항. |
먹거리의 침투 중국산의 침투는 우리의 먹거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해산물 코너에서 저녁상에 올릴 중국산 조기와 갈치를 카트에 싣고, 해물탕 거리로 중국산 꽃게, 낙지, 문어를 산다. 농산물 코너에 들러 중국산 조·팥 등의 잡곡과 당근·파 등의 야채, 마늘과 들깨를 담는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간식을 찾을 초등학생 딸을 위해 중국산 쌀로 만든 과자도 한 봉지 담아 계산대로 향한다. 계산대에 도착한 어머니에게 카운터 아가씨는 중국산 전자계산기를 두드려 전체 가격을 일러준다. 해산물 수입에서는 중국산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수입 조기의 100%, 갈치 48%, 꽃게 80.3%, 문어 58%, 낙지 83%, 조개 77%, 새우젓 93%, 건조 수산물 71%가 중국산이다. 농산물 코너에 진열된 수입품 중 쌀은 58.6%, 조 100%, 팥 97.2%, 땅콩 90%, 참깨 48%, 들깨 100%, 당근 96.5%, 파 99%, 마늘 100%, 양파 94%, 고추 97%, 고사리 100%, 밤 99%가 중국에서 수입된 것이다. 수입된 전자시계의 71%, 전자계산기의 96%가 중국산이다.
놀이기구 집으로 돌아온 초등학생 딸이 중국산 자전거를 타고 친구집으로 놀러간다. 친구의 방에는 중국산 게임기·인형·완구들로 가득차 있다. 수입산 자건거의 74%, 전자게임기의 92%, 인형의 87%, 승용 완구의 90%, 기타 완구의 69%가 중국산이다. 중국 수입액은 양국 간 수교가 이뤄진 1992년 37억 달러에서 지난해 485억 달러로 13배 늘어났다. 같은 기간 동안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이 1.8배,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이 2.7배로 늘어난 것에 비하면 가히 폭발적인 수치라 할 수 있다. 중국산 제품이 우리나라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수교 당시에는 4.6%에 불과하였으나, 2002년 10%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15.7%로 높아졌다. 우리나라의 수입 국가 중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도 5위에서 2위로 올라섰으며, 올해는 일본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최대 수입 대상국으로 부상하게 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우리가 중국에서 수입하는 상품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90년대 중반까지는 농산물·의류·철강제품에서 중국산의 국내시장 침투가 이뤄졌으나 2000년에는 컴퓨터와 음향기기로, 최근에는 무선통신기기로 확대되고 있다. 가공 단계별로는 90년대 중반에는 소비재와 반제품 쪽에서 중국산의 침투가 부분적으로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부품과 자본재 산업에서 중국산 비중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06년을 기준으로 수입되는 소비재의 33.4%, 자본재의 20.0%, 부품의 18.5%, 반제품의 17.1%가 중국산이다.
김치 중국산 김치가 우리 식탁을 넘보고 있다. 업소와 학교 급식, 기업체 구내식당은 물론 일반 가정에까지 중국산 김치가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중국산 김치도 날이 갈수록 품질이 향상돼 국산 김치의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2001년만 해도 393t에 불과하던 중국산 김치 수입 물량은 2003년 2만9000t, 2004년 7만3000 t, 2005년 11만1000t, 2006년 17만8000t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중국산 김치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2000년 5%에서 올해에는 25%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
의류 우리나라가 중국에서 수입하는 의류는 95년 4억 달러에서, 2001년에는 11억 달러, 2006년에는 28억 달러로 늘었다. 우리가 입고 있는 수입산 의류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95년 40% 선이었으나, 2000년에는 70%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79%에 달했다. 중국산 의류는 이미 가격에서 뿐만 아니라 품질에 있어서도 우리의 중산층 소비자 요구 수준을 어느 정도 맞추어 가고 있다.
컴퓨터 우리 아이들의 공부방에 놓인 데스크톱 컴퓨터는 물론 노트북까지도 중국에서 조립된 제품이 큰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컴퓨터 관련 부품에서 중국산의 점유율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 컴퓨터 관련 수입액은 40억 달러를 넘어 우리나라 전체 컴퓨터 관련 수입액의 47%가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다. 95년 2.9%에 불과했던 중국산 컴퓨터 관련 제품이 우리의 수입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2000년에는 10.4%로, 2006년에는 47%로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 수입된 휴대용 컴퓨터의 81%, 데스크톱 컴퓨터의 36%가 중국산이다. 물론 대부분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서 조립해 수입한 것이다. 컴퓨터 주변기기와 부품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수입된 플로피 디스크의 89%, 광디스크 드라이브의 58%, 레이저 프린터의 74%, 잉크젯 프린터의 43%, 모니터의 76%, 메인보드의 80%, 입력 장치(키보드)의 90%, 마우스의 91%, 기타 컴퓨터 부품의 62%가 중국산이었다. 컴퓨터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메모리와 CPU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품과 주변기기가 중국산인 셈이다.
철강제품 우리의 건축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건자재 역시 중국산의 침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수입된 포클랜트 시멘트의 55%, 타일의 52.5%가 중국산이었다. 특히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이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이미 우리 철강사들이 중국산 수입 철강재와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산 철강제품 수입액은 2000년 9억 달러에서 지난해에는 62억 달러로 급증했다. 우리의 철강제품 수입시장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12.7%에서 31.5%로 높아졌다. 특히 중국의 중저가 건설용 철강제품의 수입이 급증해 2006년 형강의 54.1%, 선재의 77%, 철근의 76%가 중국산이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향후 5년 내 중국산이 우리 수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외견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에 중국산이 깊숙이 침투해 있다. 우리는 중국 어선이 잡은 생선과 중국 농민이 재배한 배추로 만든 김치를 먹고, 중국의 노동자가 만든 속옷을 입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중국산 인형을 허리춤에 끼고 중국에서 수입한 자전거를 타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철강회사가 만든 철근과 시멘트로 지은 아파트와 건물에서 생활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의 주력 수출산업인 자동차·반도체·휴대전화 등 주력 수출상품에서 중국산 제품의 침투도는 아직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5년 후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서 중국산을 보게 될 것이다. 중국산 제품의 침투는 노동집약적 제품을 넘어 이미 자동차부품과 하이테크 산업제품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휴대전화 최근 우리 휴대전화 업체의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중국산 휴대전화가 역수입되면서 지난해 수입 휴대전화 시장의 52.6%를 중국산이 차지했다. 2006년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조립한 휴대전화를 대량 수입하면서 중국산 휴대전화기 수입액이 2005년의 8배인 4억 달러에 달했다. 휴대전화 산업도 국내에서는 디자인 등 연구개발에 역점을 두고, 중국 공장에서 조립하는 체제로 바뀌고 있어 머지않아 중국산 중저가 휴대전화가 국내시장을 잠식하게 될 것이다.
자동차 부품 자동차 관련 업체의 중국 진출이 확대되면서 중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부품 수입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산 자동차부품 수입액은 2005년과 2006년에 매년 100%에 달하는 증가율을 유지했다. 우리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중국을 중저가 자동차부품의 생산기지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중국의 반도체 관련부품의 국내시장 침투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중저가 반도체 관련 부품의 경우 중국이 중요한 공급원이 되고 있다. 예컨대 95년 5000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던 중국산 반도체 수입액이 2003년 10억 달러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30억 달러를 넘어 우리나라 전체 반도체 수입의 10.8%를 중국산이 차지했다. 최근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늘어나는 제품들은 순수한 중국 기업 제품이라기보다는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에 의해 역수입되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품 역시 중장기적으로 국내기업의 제품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중국산 제품의 침투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5년 후면 우리의 실생활 전반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의 파워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중국산 철강과 시멘트로 지어진 아파트에서 살고, 중국에서 조립된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중국산 부품이 들어있는 자동차를 타고 출근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즈음에는 우리나라의 중국에 대한 무역흑자 규모가 크게 줄어들거나, 오히려 우리나라가 중국과의 교역에서 무역적자를 기록하게 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SOOP, 지난해 영업이익 1143억…전년比 27%↑
2"아빠 없이 애만…" 박나래, 뜻밖의 임신설?
3해태아이스, 인기게임 ‘운빨존많겜’과 손잡았다
4테무, 트럼프 관세 폭탄에 운영방식 변경…"미국 배송은 직접"
5bhc, 멤버십 회원제 기반 신규 앱 론칭 예정
62월 수도권 아파트 분양 물량 감소…평균 대비 59% 그쳐
7신라젠, 항암제 후보물질 BAL0891 美 1상 변경 승인 신청
8원/달러 환율, 美 상호관세·CPI 경계 속 소폭 올라
9“20대는 짧게, 50대는 길게”...車시장 새 흐름 ‘리스·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