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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걷힌 ‘돈과 집’ 한번에 잡자

거품 걷힌 ‘돈과 집’ 한번에 잡자

올해로 결혼 12년째인 회사원 박모(39)씨는 최근 경매를 통해 내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 지난 3월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 30평형 아파트를 감정가의 75% 선인 2억2500만원에 낙찰받았다. 주변에선 오는 9월부터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은 집을 장만할 때가 아니라고 말렸지만, 박씨의 생각은 달랐다. 분양가가 낮아진다고 기존의 집값까지 떨어질 것 같지 않은 데다 분양가상한제와 청약가점제 영향으로 유망 단지의 경우 경쟁이 더욱 치열해 당첨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내집 마련 실수요자나 부동산 재테크 투자자는 지금과 같은 ‘비수기 경매시장’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경매 주택 가운데는 괜찮은 물건이 적지않은 데다 입찰 경쟁률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도 안정세여서 시세보다 싼 값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산하 강은현 실장은 “경기 불황과 부동산시장 침체 여파로 서울·수도권에선 전셋값 수준인 2억~3억원의 자금으로 낙찰받을 수 있는 주거용 부동산 물건이 늘고 있다”며 “청약통장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청약가점제 영향으로 분양 아파트에 당첨될 확률이 낮은 수요자라면 저가 매입의 기회가 많은 법원 경매시장을 노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 부동산시장과 마찬가지로 경매시장도 요즘 같은 시장 침체기와 비수기에는 아파트 낙찰가율과 입찰 경쟁률이 낮아지게 마련이다. 경매시장의 거품이 걷힌 지금이야말로 실수요자나 투자자들이 시세보다 싼 값에 부동산 물건을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을 때일수록 ‘보석’을 고를 확률은 더 올라간다.


경매 투자 체크 포인트
▶현장 답사는 필수다. 발품·손품을 아끼지 마라. ▶감정가와 시세를 꼼꼼히 체크하라. ▶저당권·가압류·가등기 등 권리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라. ▶입찰 전 관리비 체납 여부를 확인한 뒤 낙찰가를 정하라. ▶명도(집 비우기) 등 추가비용을 고려하라. ▶자금력을 넘어서는 무리한 입찰은 삼가라.


내집 마련·시세 차익 동시 실현 법원경매 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1월 말에서 2월 초(조사 기간:1월 25일~2월 7일)에 법원 경매에 부쳐진 서울 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은 89.52%로 2주 전(92.71%)보다 3.19%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한 달치 평균(101.75%)보다 12.23%포인트 내렸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2월 중순 들어 아파트 낙찰가율이 반짝 상승세를 탄 것은 최근 아파트값이 안정돼 있지만 지난해 주택시장 호황으로 경매 입찰 물건이 감소한 마당에 우량 물건을 중심으로 수요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라며 “시장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아파트 낙찰가율 상승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상품 중에서도 아파트 경매는 단연 인기 품목이다. 아파트는 환금성이 좋고 시세 파악도 쉽다. 권리분석도 간단해 초보자가 참여하기에 적당하다. 감정가가 1억~3억원인 아파트의 경우 통상 낙찰 가격이 감정가의 80~85% 안팎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과열 경쟁만 하지 않는다면 시세 차익을 보기 쉽다. 업계에선 아파트 경매를 통한 적정 수익률을 10% 선으로 보고 있다. 이를 실현하려면 적어도 시세의 85% 수준에서 낙찰해야 한다. 취득·등록세 등 각종 비용으로 낙찰가의 5% 정도는 추가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지와 주변 환경이 좋은 인기 지역 아파트의 경우 최초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경우도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법원경매 정보 제공업체 디지털태인 이영진 이사는 “분위기에 휩쓸려 무리하게 입찰가를 써냈다가 오히려 손해보는 경우가 많은 만큼 고가 낙찰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경매 입찰에 참여하기 앞서 반드시 발품을 팔아 현장 조사와 시세 조사를 철저히 하는 게 좋다. 특히 강남 같은 인기 지역의 경우 최근 매매 사례가 거의 없어 시세 산정이 쉽지 않다는 점도 감안하자. 입찰 전 관리비 체납 여부를 확인한 후 낙찰 가격을 정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연립·다세대도 ‘알짜’많아 연립·다세대주택 등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다.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만큼 비교적 낮은 가격에 낙찰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립·다세대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져 경매에 나오면 통상 2회 정도 유찰되는 경우가 많다. 한 번 유찰될 때마다 가격이 20~30%씩 떨어지기 때문에 시세의 절반 가격에 낙찰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다만 환금성이 떨어지고 임대로 돌릴 경우 세입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아 자금을 넉넉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낙찰가율이 80%를 넘지 않는 선에서 물건을 잡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특히 재개발·뉴타운 지역의 노후 주택은 경매시장에서 단연 인기를 끄는 종목이다. 대지 지분이 큰 경매 물건은 낙찰받은 뒤 임대사업을 벌일 수 있고 개발 이후에는 입주권도 얻을 수 있어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해당 주택이 향후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지분인지에 대해서는 인근 중개업소 등을 통해 확인해봐야 한다. 강은현 실장은 “재개발·뉴타운 지역에 속한 노후 주택의 경우 건물이 낡아 감정가가 낮은 데다 보통 재개발 기간이 길어 자금운용에도 유리하다”며 “하지만 해당 주택이 향후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지분인지에 대해서는 인근 중개업소 및 해당 재개발조합을 통해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이 조정기에 접어든 만큼 보수적인 입찰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철저한 권리분석을 통해 추가로 인수해야 할 사항은 없는지 따져보고, 시세의 하한선을 기준으로 80~90%를 넘지 않도록 낙찰가를 산정하는 것이 좋다. 가격 추가 하락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강은 팀장은 “법원 현장 분위기에 휩쓸려 무리하게 입찰 가격을 써냈다 오히려 손해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더욱이 낙찰 후 3개월 정도 지난 다음 소유권 이전 등기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해 가격 하락기에는 입찰 가격을 보수적으로 써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부동산 가격 조정기에는 경기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서울·수도권 블루칩 아파트나 뉴타운·재개발 지역 연립·다세대주택 등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매투자 성공의 관건은 권리분석이다. 권리분석이란 경매 물건에 설정돼 있는 근저당권·지상권 등 물권과 가압류·압류 등 채권이 낙찰 후 소멸될 수 있는지 살펴보는 절차다. 입찰 물건의 근저당 금액 정도와 세입자 관계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자칫 드러나지 않은 채권자나 세입자가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에는 낙찰자가 법정 소송을 해야 하고 문제도 복잡해질 수 있다. 실제 회사원 권모씨는 올해 초 경매로 나온 동작구 상도동의 한 빌라를 1억5000만원에 낙찰받았다가 낭패 본 경험을 갖고 있다. 첫 입찰에서 낙찰받은 기쁨도 잠시였다. 경매 초보자였던 권씨는 경매에서 가장 기본인 권리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아 내집 마련은커녕 입찰 보증금까지 날려버렸다. 대항력이 있는 1순위 세입자를 미처 파악하지 못해 5000만원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입찰 보증금 1500만원을 포기하고 낙찰을 취소한 것이다. 이렇듯 권리분석은 경매투자의 성패를 좌우한다. 선순위 임차인·전세권자·법적 지상권·유치권이 있는 물건을 낙찰받을 경우 낭패 보기 십상이다. 따라서 경매 초보자는 입찰 전 물건에 대한 토지 및 건물 등기부 등본을 모두 발급받아 기본적인 임대차 관계, 예고등기 여부, 전세권·유치권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이때 파악한 내용은 현장조사 때 재차 확인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자금 조달 계획도 철저히 세워야 한다. 일반 매매와 달리 명도(집 비우기) 비용·세입자 합의금 같은 예상치 못한 추가비용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총부채상환비율(DTI) 제한 같은 부동산시장의 자금줄 죄기가 본격화되면서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가 예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이영진 이사는 “입찰 전에 미리 대출받을 수 있는지와 대출 가능액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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