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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종목에 매달리지 말라

인기 종목에 매달리지 말라

주식시장이 ‘초호황’이다. 1700을 넘어 2000으로 당장 달려갈 태세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 이런 강세장에 맞는 종목이 가치주인지, 성장주인지를 차분하게 따질 줄 알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호황기에는 성장주, 불황기에는 가치주에 투자하는, 이른바 ‘스타일 교체 투자전략’을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라고 권한다. 이 전략의 모든 것을 알아봤다.
급격한 노령화의 위협에도 한국의 직장인들은 아직 노후 설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듯하다. 상공회의소가 2006년 8월에 조사한 데 따르면, 전체 직장인의 44.8%가 노후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노후 대비 수단을 묻는 질문에 저축과 이자소득을 꼽은 직장인이 가장 많아 34.2%에 달했다. 그 뒤를 개인연금(22.7%)이 이었다. 그런데 최근의 저금리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이자소득에 의존한 노후 설계 전략은 별 소용이 없게 된다. 결국 한국의 30∼50대는 이제 주식을 비롯한 다양한 위험자산에 투자해 노후를 설계하는 법을 배워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알고 보면 ‘주식=비위험자산’ 동시에 이런 얘기도 하고 싶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투자기법을 알면 비위험자산이고, 투자기법을 모르면 위험자산이다. 주식의 속성을 파악하면 주식이 비위험자산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또한 비위험자산으로 알려진 부동산도 멋모르고 손대면 손해 볼 수 있다. 물론 근본적으로 주식은 위험한 자산이다. 앞으로도 이 특성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주식을 통해 노후를 설계하려는 투자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는 게 효율적일까?
위험을 전혀 부담하지 않으면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기의 각 국면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주식에 분산투자하면, 주가 변동의 위험을 어느 정도 낮추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나는 이를 두고 ‘주식 스타일 교체 투자 전략(이하 ‘스타일 전략’)’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를 간단히 얘기하면 이렇다. 경기순환에 따라 가치주와 성장주에 번갈아 투자하라는 것이다. 가치주와 성장주에 얽혀 있는 비밀 관계를 잘 알고 있으면, 그게 바로 돈이 된다는 얘기다. 자세하게 ‘스타일 투자 전략’에 대해 알아보자. 또 어떻게 활용해야 돈이 되는가도 상세히 살펴보자. 여기에서 스타일이란 ‘어떤 경기와 시장 주기에 비슷한 특성을 보이면서 행동하는 주식들의 집합’을 의미한다. 코스피지수가 오른다고 해서 모든 주식이 오르는 건 아니다. 반대로 코스피가 하락할 때 오히려 상승하는 주식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주식의 다양한 스타일을 잘만 활용한다면, 경기나 금리의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주가 변동의 위험을 줄일 수도 있고, 주식투자를 통해 돈을 더 많이 벌 수도 있다. 그런데 기업이익 전망의 변화와 스타일 전략은 과연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스타일 전략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성장주(Growth stock) 투자 전략과 가치주(Value stock) 투자 전략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성장주는 주가수익배율(PER)이나 순자산가치 대비 주가배율(PBR)이 높은 대신 이익성장성이 높은 종목을 의미한다. 반대로 가치주는 이익성장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PER이나 PBR이 상대적으로 낮은 종목을 의미한다.

약세장에선 가치주가 최고 기업이익이 최고조에 도달한 ‘낙관적’인 시기에는 주식시장도 일반적으로 강세를 보이게 된다. 이때 높은 성장성을 보유한 기업을 선호하는 ‘성장주 투자자’들은 적극적인 매수를 하게 된다. 반대로 PBR이나 PER이 낮은 주식을 선호하는 ‘가치주’ 투자자들은 적당한 주식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나 경제 전반의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며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거듭되면, 시장의 투자환경은 큰 변화를 겪게 된다. 먼저 금리 변화에 민감한 산업(주택건설, 주택금융, 내구재 같은 종목)부터 예상치 못한 실적악화(Negative Surprise)가 나타난다. 낙관론에 젖어 있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갑자기 쏟아내며 주식시장은 약세 국면에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이때부터 가치주 투자자들은 서서히 활동을 개시한다. 이때가 되면, 기업실적보다 주가가 더 빨리 빠지면서 PER과 PBR 같은 주요 주가 평가기준으로 볼 때 매력적인 종목들이 속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기에 주식을 매입한 가치주 투자자들은 상당 기간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기업의 이익전망 하향 조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실적악화의 순간이 지나가고 나면, ‘체념(Neglect)’의 기간이 투자자의 앞을 가로막는 게 일반적이다. 처음에는 실적악화가 뜻밖의 일로 비치지만, 서서히 불황의 늪에 빠져들면서 기업 실적 부진이 일상적인 현상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주가의 급락 구간에 주식을 매입했던 가치주 투자자의 상당수는 실적 전망의 지속적인 악화로 상당한 고통을 받게 된다. 그렇지만 가치주 투자자의 고통은 시장 전체의 하락 위험에 비하면, 그렇게 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치주 투자자들의 선호 종목은 이미 주가가 많이 하락해 추가적인 하락 위험이 낮기 때문이다. 주가에 비해 자산 규모가 크고(저 PBR) 순이익 수준이 높아(저 PER) 불황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가치투자자들에게는 위안 요인이 될 수 있다. 기업실적뿐 아니라 경기도 나빠지면 중앙은행의 금융정책도 서서히 변화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금리 인하의 수혜를 받는 기업들이 예상치 못했던 실적 개선(Positive Surprise)을 보여주며, 주식시장은 강한 상승세를 보이게 된다. 이때 주가의 급락 기간에 저평가된 종목을 사모았던 가치주 투자자들은 큰 성과를 거둔 데 만족하며 주식을 매도한다. 반면 성장주 투자자들은 경기 회복에 힘입어 성장성이 높은 주식의 실적이 개선될 것을 기대하며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국 기업실적이 둔화되고 경기가 나빠지며 투자자 사이에 비관론이 팽배할 때에는 가치주 중심의 주식 투자가 유망하다. 하지만 경기 전망이 개선되고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국면에는 성장주 중심의 투자가 유망한 것이다. 지금과 같은 코스피지수 1600, 1700포인트 시기가 바로 여기에 해당되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실적악화가 나타나는 시기에는 가치주와 성장주 투자자 모두 상당한 손실을 경험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만일 투자자가 가치주 위주로 투자 종목을 바꿨다면, 그의 투자 손실은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언제 경기가 나빠질지 정확히 예상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지만, 스타일 전략에 따라 투자하는 펀드의 비중을 조정해나가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성장주 스타일의 펀드가 엄청난 상승률을 기록하며 투자자의 이목을 집중시킨다면, 반대로 주식시장의 조정에 대비해 미리 가치주 스타일의 펀드에 내 돈을 많이 늘려나가는 것이다. ‘역행적 전략’이 투자기법인 셈이다. 반대로 가치주 스타일의 펀드로 많은 돈이 몰릴 때에는, 오히려 투자 성과가 나빠져 있는 성장주 스타일의 펀드에 내 돈을 많이 넣는 게 투자요령인 셈이다. 물론 이 같은 투자 스타일 조절 전략도 문제가 있다. 시장의 인기 종목을 추격하기보다는 인기가 떨어지는 스타일의 주식이나 펀드로 조금씩 분산 투자하기 때문에 주가 급등의 수혜를 모두 누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 같은 투자전략은 투자자에게 결국 이익이다. 이 같은 스타일 교체 투자 전략을 구사하면, 주가 하락기의 충격을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어서다. 이뿐만 아니라 우량주 장기투자라는 성과도 가져갈 수 있다. 이게 장점이다. 따라서 주식으로 노후를 설계하려는 장기투자자라면, 인기 펀드 혹은 인기 주식에 몰려다니기보다는 경기상황에 따라 가치주와 성장주로 투자 스타일을 바꿔나가는 교체(Switching) 전략이 훨씬 유망한 것으로 판단된다.


주식 스타일 나누는 법


금리와 기업 규모 따라 구분
주식 스타일 종목군을 구분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톱 다운, 보텀 업 방식)다. 먼저 톱 다운 방식의 주식 분류법에 대해 살펴보자. 말 그대로 경제의 큰 흐름 속에서 각 주식을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신용주기와 관련된 스타일 종목들은 주택건설 업종과 저축대부조합(한국의 저축은행과 비슷한 주택금융기관) 기업을 포괄하는데, 이 종목들은 중앙은행의 금리 사이클에 의해 주가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즉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신용주기 관련 주식들은 약세를 보인다. 반대로 금리가 인하되면 이런 주식들은 강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대로 보텀 업 방식은 기업의 특징을 이용해 주식 스타일을 구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업의 규모를 이용한 분류 방법이 그렇다. 시가 총액 대소에 따라 소형주·중형주·대형주 등으로 구분한다. 물론 시가총액뿐만 아니라 매출액이나 자본금의 규모도 이런 분류에 사용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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