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7월이 다가오면 운전자들은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날씨도 더운데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라치면 더 열 받는다. 기름값의 절반 이상이 세금인데 더 올린다니…. 5월 말 휘발유값을 보자. 공장도가격이 611원, 세금이 885원이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 경유는 공장도 가격(605원)과 세금(607원)이 비슷하다. 이것도 6월까지다. 7월부터 세금이 오르면 배꼽이 더 커진다. 기름을 넣은 건지, 세금을 바치는 건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경유세 인상을 예고한 재정경제부 홈페이지가 항의 댓글로 시끌벅적하다. 경유세 인상은 2004년 말 예고됐다.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경유차 운행을 억제하자는 뜻에서다. 당시 휘발유 100(ℓ당 1382원) 대 경유 70(962원) 대 LPG 53(728원)인 가격구조를 2005년 7월 100 대 75 대 50, 지난해 7월 100 대 80 대 50, 올 7월 100 대 85 대 50으로 바꾸기로 했다. 중간에 여건이 달라졌다. 지난해 6월 말 경유값은 ℓ당 1250.98원으로 휘발유(153 8.13원)의 81.3%. 이미 휘발유값의 80%를 넘어 올릴 건더기가 없었다. 그래도 정부는 예고한 것이라며 50원의 세금 인상을 강행했다. 그 결과 경유값은 휘발유의 84%로 올해 목표에 1년 앞당겨 근접했다. 덕분에 2000년 15조8000억원이었던 유류세가 지난해 25조9000억원으로 불어났다. 6년 사이 10조원의 세금을 더 냈으니 서민층 살림이 팍팍해질 만도 하다. 최근 10년간 유류세는 국세 징수액의 17∼18% 수준이다. 이를 의식한 정부가 올 7월엔 경유세를 35원 올리기로 했다. 매해 7월 5%포인트씩 인상하기로 한 계획대로라면 62원이 인상폭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유류세가 너무 많다는 말이 나오면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견주면 기름값 중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고 강변한다. 대선의 해에 한나라당이 유류세 인하법을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움직임을 보이자 정부는 관세 인하 방안을 내밀었다. 수입 석유제품에 낮은 할당 관세를 적용하면 원유를 들여와 정제하는 국내 정유사도 이에 맞춰 공장도 가격을 낮추면서 경쟁이 유발되고 그 결과 소비자 가격이 내려가리란 논리다. 이론적으론 맞지만 정부 안에서도 엇박자다. 할당 관세 방안을 들고 나온 재정경제부에 공정거래위원회와 산업자원부는 실효성이 적다며 반대한다. 할당 관세만으로 국제 원유 가격이 배럴당 70달러를 넘나드는 상황을 해결하긴 벅차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 대비 한국 휘발유값을 100으로 놓으면 미국 17, 일본 31.7, 독일이 46.6에 불과하다. 기본관세 5%를 적용해 온 것을 하반기부터 3% 할당 관세로 낮추는 것 갖곤 턱도 없다. 더구나 완제품 형태로 들여오는 휘발유·경유는 2%도 안 된다. 관세 세수가 줄어드는 효과는 별로 없고 겉으로만 세금 인하를 했다는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다. 문제는 관세가 아니라 소비자 가격의 60%에 이르는 내국세다. 휘발유·경유에는 교통세·주행세·교육세·부가가치세 등 세금이 네 종류나 붙는다. 부가세를 제외하곤 모두 정액세다. 가격에 관계없이 세금을 거둔다. 이는 휘발유값 1400원, 경유값 1000원 미만일 때의 낡은 틀이다. 휘발유 소비가 6565만 배럴(1996년)에서 5739만 배럴(2006년)로 13% 줄었는데도 유류세는 계속 불어난 점이 이를 입증한다. 요즘 같은 휘발유 1600원, 경유 1200원 시대에는 새로운 과세 틀이 필요하다. 국민소득 대비 기름값 비중과 국제 유가 수준에 맞춰 탄력적으로 세금을 조정할 수 있도록 유류세 체계를 손질할 때다. 그래야 유가 보조금도 못 받는 소형 트럭을 생계수단으로 삼는 영세 자영업자와 가계가 기를 펴고, 경제도 살아난다. 기름 팔리는 대로 세금 들어온다고 마구 거뒀다간 그나마 조금 살아나는 듯한 내수 경기와 경제하려는 마음의 싹마저 자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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