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물 오른 물 사업
[BUSINESS] 물 오른 물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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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은 두바이에 발전 · 담수플랜트 설비 공장을 세웠다. |
주인 없는 대동강 물을 소 60마리 값에 팔았다는 조선 후기의 풍운아 봉이 김선달. 그가 다시 태어난다면 분명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됐을 것이다. 요즘엔 기업이나 정부까지 물장사에 나서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20세기가 블랙골드(석유 · Black Gold)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블루골드(물 · Blue Gold)의 시대”라고 입을 모은다. 그것은 세계적으로 물부족 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는 지속적으로 느는 반면 곳곳에 개발이 이뤄지면서 물이 점차 줄어들고 오염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영옥 수석연구원은 “최근 유엔의 자료에 따르면 2025년에는 전 세계 79억 명 중 50억 명이 수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 거주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중국 · 인도 등 신흥국가는 물 전쟁이 시작됐다. 이곳은 정확한 통계조차 어려울 만큼 사람 수가 증가하는 동시에 경제 개발도 한창이다. 특히 중국은 황허(黃河) 강의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강물은 공장의 오수나 산업 폐기물이 여과 없이 흘러들어가면서 핏빛을 띠고 있다. 더 이상 마실 수도 없고 수영도 할 수 없다. 무엇보다 하수처리시설이 부족한 게 문제다. 유네스코(UNESCO ·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한 해 2조8,000억t에 달하는 수자원 중 50% 이상인 1조7,000억t이 지하로 빠져 나간다. 인도도 마찬가지. 상하수도 보급률도 낮고 식수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인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수돗물에 입만 헹궈도 배탈이 나는 경우가 많다. 강을 두고 전쟁을 벌이는 나라도 있다.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 지역의 인구는 전 세계의 5%를 차지하지만 물은 1%도 안 된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경우 주민들이 요르단강을 두고 영토 분쟁을 벌일 정도다. 물이 귀해진 반면 투자가치는 늘고 있다. 석유나 구리 · 금 등 한정된 천연자원 물량 때문에 값을 매기는 것처럼 물도 투자 대상이 되는 것이다. 산업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물 관련 시장 규모는 지난 2005년 11조원으로 2015년에는 20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세계 물 관련 시장의 규모 또한 지난 2003년 기준 830조원으로 해마다 5.5%씩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5년이면 물 시장 규모는 1,597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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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 GE 등 제조업체도 물 장사에 나서 세계 물 시장의 선두기업은 베올리아(Veolia)와 수에즈(Suez)다. 이 두 기업은 프랑스에서 설립해 모두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세계적인 물 기업이다. 베올리아는 남미 · 중국 · 동남아 등 100여 개 국가의 물 시장에 진출해 연간 16조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수에즈는 100여 개 국가에 진출해 10조원대의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물사업이란 먹는 물부터 가정에서 사용하는 수돗물 · 공업용수 등을 생산하는 것이다. 사업 분야는 크게 상하수도 처리 · 하수 처리 서비스, 물 처리 시설 건축이나 토목공사, 바닷물을 생활용수로 바꾸는 시설 등 네 부문이다. 물시장이 금맥(金脈)으로 떠오르면서 다국적기업들도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콜라업계의 양대산맥인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이미 콜라 전쟁을 뒤로 하고 물 시장에 뛰어든 지 오래다. 두 회사 모두 수돗물을 정제해 파는 생수사업을 한다. 미국 전자 · 전기 제조업체인 GE도 물 장사를 시작한다. 오스모닉 · 아이오닉 등 물 처리 분야에 특화된 네 개 기업인수를 시작으로 물산업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향후 목표는 중국 등 신흥국가의 물 시장을 공략해 100억 달러 규모의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독일 기업 지멘스 역시 2004년부터 유에스필터 등 7개 수자원 관련기업을 인수하면서 물사업에 진출했다. 한국도 이제 막 첫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물산업에 관심을 갖고 기업 육성에 나섰다. 우선 환경부는 정책이나 제도 마련을 위해 지난해 ‘물산업 육성방안’을 발표했고, 올해 5월 처음으로 물산업육성과도 신설했다. 김이광 환경부 물산업육성과 사무관은 “현재 10조원대의 국내 물 시장을 두 배로 키울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물산업 육성에 필요한 구조개편과 법령 제정도 준비하고 있다. 상하수도 개선사업에 불필요한 각종 규제를 개선하고 상하수도 시설 민영화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는 코오롱그룹이 처음으로 세계적인 물기업 청사진을 내놨다.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은 “앞으로 코오롱의 미래사업을 물로 정하고 세계적인 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지난 4월 창립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바 있다. 코오롱은 차근차근 물사업을 준비해 왔다. 지난해 말에는 수처리 운영 노하우가 있는 환경시설관리공사를 525억원에 매입했다. 구체적인 전략은 2008년까지 국내외 수처리 시공사업을 확대하고 코오롱이 생산하는 멤브레인(정수필터) 등 수처리 소재에서 경쟁력을 다진 후 2009년부터 동남아시아 등 해외사업에도 나선다는 것이다. 또 기존시설을 개량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소재나 약품 개발을 통해 수질을 향상시키고, 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공기업인 수자원공사도 본격적인 해외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인도 · 이라크 등에도 진출했지만 시설 설계 등 컨설팅 수준에 머물렀다. 앞으로는 시설 공사 및 운영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수자원공사는 현재 인도수력발전소 감리 및 운영유지 기술지원사업, 이라크 상하수도 현대화 등 8개국에서 9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 두산중공업도 있다. 두산중공업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해수담수화 설비업체로 바닷물의 염분 등 용해물질을 걸러내 식수와 공업용수로 만들 수 있다. 두산중공업은 이 담수 설비를 통해 정수 · 폐수 처리 등 수처리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시장의 관심사가 물로 가면서 투자자금도 물 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워터(물) 펀드다. 운용사마다 4월을 기점으로 물에 투자하는 펀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한국투신운용도 최근 ‘한국월드와이드워터섹터펀드’를 내놨다. 이 회사 현동식 팀장은 “예상외로 자금이 빠른 속도로 들어오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그만큼 물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펀드에는 하루에 20억원씩 지난 4일간 총 79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다른 운용사 상품도 비슷하다. 삼성투신운용의 ‘삼성글로벌워터주식펀드’는 한 달 새 1,000억원의 돈이 몰렸다. 현 팀장은 “물 펀드는 전 세계의 상하수도 업체와 물 자원을 개발하는 인프라업체, 생수를 생산하는 소비재 업체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수자원 현황 |
물 관련 피해 매년 약 2조원 우리나라의 연간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은 1인당 1471㎥로 세계 180개국 가운데 146위다. 또 1인당 유효저수량은 276㎥로 북미 지역의 16분의 1, 중국의 9분의 1에 불과하다. 세계 각국은 수자원 이용률을 높이려고 저수량(가둬 두고 쓰는 물)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의 수자원(국토 전체에 내리는 강수 총량) 가운데 사용되는 물은 27%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댐에 담아 두는 양은 14% 정도다. 나머지 73%는 그대로 바다로 흘러가거나 증발한다. 그러나 우리는 댐 적지 부족 및 환경단체의 반대 등으로 다목적댐 건설이 중단되면서 최근 10년간 저수량 확대를 위한 노력은 거의 멈춘 상태다. 건설교통부는 2011년 전국적으로 약 3억4,000만t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이 같은 물부족을 주로 수요를 억제해 메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 이용뿐 아니라 물을 관리하는 치수(治水)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물 관련 재해로 인한 피해액은 연평균 2조원에 이르고 있다. 기상 변화의 폭이 커지고 기상 이변도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 이변에 따른 대규모 홍수와 잦은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저수량을 늘리기 위한 다목적댐 건설이 필수적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댐은 홍수 방지뿐 아니라 갈수기 수자원 확보에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김승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 프런티어 사업단장은 “댐 건설을 위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규모 홍수와 극심한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가 전체의 저수량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 신혜경 중앙일보 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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