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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예비주자들의 ‘부자관’②] “깨끗한 부자들이 존경받는 사회 만들어야”
- [대선 예비주자들의 ‘부자관’②] “깨끗한 부자들이 존경받는 사회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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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돈이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지난 5월 자신의 출판기념회 때 내건 슬로건이다.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분단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다시 경제발전을 추동할 수 있다는 정치적 메시지다. 그가 쓴 책의 제목은 ‘개성역에서 파리행 기차표를’. 이날 행사는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최근 열린우리당을 떠난 그가 과연 범여권의 단일 후보로 부상할 수 있을까? 정 전 의장은 정치인으로서 자산이 많은 사람이다. 친화력이 뛰어나고 대중성도 강하다. 메인 뉴스 앵커 출신이라 미디어를 활용할 줄 알고 신뢰성도 높다. 정 전 의장의 부자관은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그가 주장한 청부론(淸富論)에 집약돼 있다. 깨끗하게 돈을 모은 부자는 사회적으로 존경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깨끗하게 모은다는 말은 재산 형성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나아가 그렇게 모은 돈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때 우리 사회가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나누는 행위를 통해 사회의 공동선(共同善 · Common good)에 이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1년 만에 과세 대상 기준을 낮춰 조세저항을 부른 것은 시행착오였다는 입장을 보였다. 부유세는 아직 검토할 단계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포브스코리아가 정 전 의장과 서면 인터뷰를 했다. 우선 그의 부자관을 들어보자. “ <존경받는 부자들> (이미숙 저 · 김영사)이란 책의 서문에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실려 있습니다. ‘부유한 사람이 부를 자랑하더라도 그 부를 어떻게 쓰는지 알기 전엔 그를 칭찬하지 말라.’ 우리 사회에 돈 많은 사람은 많지만, 돈 잘 쓰는 부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부자들이 사회 전체를 위해 기부를 하고 봉사도 할 때 우리 모두의 삶이 풍요로워집니다. 그래야 존경받는 부자도 되고요.” 그는 부자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또 부자를 기업가와 동일시했다. “기업은 사회 속에서 태어나고 자라 돈을 법니다. 기업의 기부와 봉사활동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그런 환경이라야 기업도 더 건강해질 수 있어요. 그런데 과거 우리나라 부자들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재산 형성 과정이 불투명했고 그래서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곱지 않았죠. 정경유착에, 특혜와 특권을 이용한 부의 축적으로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비판이 많았지 않습니까? 일부 재벌은 상속 과정이 편법적이고 증여세를 제대로 내지 않아 지탄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존경받는 부자가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지난해 2월 포브스코리아가 실시한 ‘한국인의 부자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부자를 존경하지 않습니다(응답자의 89.2%).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재산을 모았다”고 생각(79.4%)하기 때문이죠. 부의 축적이 정당하게 이뤄지려면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합니까? “반칙은 반드시 엄하게 응징당한다는 선례를 남겨야 합니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권력자든 평범한 사람이든 정해진 규칙은 똑같이 엄정하게 지켜야죠.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경주 최부자는 한국적 노블레스” 우리나라엔 존경할 만한 부자가 없나요. “왜 없겠습니까? 부자는 3대를 못 넘긴다는 말이 있는데, 경주 최부자집은 300년이 넘도록 존경받았습니다. 3대가 아니라 10대가 넘도록 부를 유지한 것은 ‘만석이 넘는 재산은 모으지 않고, 진사보다 높은 벼슬은 하지 않는다’는 가문의 원칙을 대대로 지켰기 때문이에요. 권력을 멀리하고 도를 넘는 재산은 사회를 위해 씀으로써 인심도 얻고 부도 유지할 수 있었던 거죠. 현대를 살아가는 부자들도 새겨야 할 모습입니다.” 외국의 부자 중에서는 누구를 높이 평가합니까.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빌 게이츠 회장은 280억 달러가 넘는 어마어마한 재산을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따 설립한 ‘빌 앤 멜린다 복지 재단’에 기부해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투자가인 워런 버핏도 지난해 자기 재산의 85%에 이르는 374억 달러를 빌 게이츠 부부가 운영하는 재단에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기부와 사회 봉사로 존경받는 부자의 모습을 보여준 이들이야말로, 저는 미국 사회를 건강하게 이끄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정 전 의장은 우리나라의 일부 기업인들이 하는 기부는 순수하지 못하다고 보는 듯했다.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행동을 해 곤경에 처하게 되면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액을 기부하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사실 자발적으로 큰 돈을 기부하거나 사회 봉사를 오래한 기업인은 흔치 않습니다. 요즘은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 또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봉사 활동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예비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감세론을 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도 인상적인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 · 원칙을 세우자) 공약의 머리에 감세를 배치했다. 그러자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원광대 강연에서 “이 전 시장의 감세론에 절대 속지 말라”고 각을 세웠다. 세금을 줄인다면 형평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종합부동산세가 도마에 오를 만하다. 대선 예비 후보 검증 차원에서 정 전 의장에게 종부세 등에 대한 입장을 물어봤다. 종합부동산세는 어떻게 봅니까. 종부세 자체, 그 부과 방식 내지는 부과 수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보유세 강화 원칙엔 찬성합니다. 그동안 재산세 부과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 못 해 부동산 투기를 방조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런 점에서도 종부세 도입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2004년 말 종부세를 처음 도입할 때 기준시가 9억원 이상의 주택이던 부과 대상을 1년 만에 6억원 이상으로 확대해 급격한 세부담 증가를 야기함으로써 조세저항을 유발한 점은 아쉽습니다. 정부는 정책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인내력과 일관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의욕이 앞서 너무 급하게 기준을 변경하지 않았나, 그런 아쉬움이 남습니다.” 진보 정당 쪽의 부유세 도입론은 어떻게 보나요. “아직 검토할 단계가 아닙니다. 지금도 소득세 체계가 누진적이라 많이 버는 사람은 세금을 더 내게 돼 있어요. 부유세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와 검토가 필요합니다.” 나라 살림도 같은 값이면 이재에 밝은 사람이 꾸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정치를 하지 않고 돈을 벌었다면 재산을 얼마나 모았을까요. “정치에 뛰어들기 전 기자 생활만 18년 했습니다. 샐러리맨이 재산을 불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돈은 불편하지 않을 만큼만 있으면 된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크게 욕심 내지 않고 순리대로 살았습니다. 생활에 불편이 따르지 않을 만큼의 여유만 있으면 만족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 국사학과를 나온 그는 대학 시절 이야기를 들려줬다. 당시 그는 지금은 고인이 된 어머니와 평화시장에서 옷장사를 했다. 아동복을 납품하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래도 한때 “시장에서 장사를 해볼까” 하고 고민한 적이 있었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어머니는 남편이 일찍 세상을 떠나 고생을 많이 했다. 네 아들을 키우고 가르쳐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나보다 동생들이 어려움을 훨씬 더 많이 겪었다”며 “맏이로서 지금도 동생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뭐든 끝장을 보는 성격이니까 아마 사업도 하면 잘했을 겁니다. 평화시장에 가게 하나는 열지 않았을까요?”
200자로 압축한 나의 부자관 나는 지난 2002년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청부론(淸富論)’을 주장했었다. 깨끗한 부자는 존경받아야 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과거엔 ‘정경유착과 불투명한 부의 축적 과정’으로 인해 부자라고 하면 무작정 질시하고 비판하는 시각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경제도 많이 발전해 세계 11위권에 들어섰다.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부’를 보는 시각도 새롭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제대로 형성된 부와 그 부를 제대로 쓰는 부자는 존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재산 명세 | ||
선산 · 아파트등 10억8,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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