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침없고 멋있는 엘리제궁 새 안주인
남편 눈치 안 보는 마담 사르코지… 퍼스트레이디 새 위상 정립할까 지난달 불가리아 간호사 다섯 명과 팔레스타인 의사 한 명이 리비아 감방에서 풀려났다. 그렇지 않아도 시선을 사로잡는 새 프랑스 영부인이 거기에 큰 역할을 했다. 그 역할을 둘러싸고 말은 많지만 어쨌든 이로써 국제정치의 한복판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운이 좋았다”고 카다피 리비아 대통령의 아들인 사이프 알 이슬람 카다피는 뉴스위크 기자에게 말했다. 운이 좋았건 아니건, 리비아를 두 번 방문하고 한때나마 세계 정치지도자 중 가장 무서운 인물로 꼽혔던 카다피 대통령과 베두인족 텐트에서 긴 면담을 한 후 영부인의 신화창조는 이미 시작된 셈이었다. 대통령 부인이 된 지 3개월 된 지금, 세실리아 사르코지(49)는 가급적 공적인 일에 개입하지 않으려던 지금까지의 프랑스 대통령 또는 유럽 국가정상의 배우자들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패션모델 출신인 세실리아는 키도 크고 우아하며 때때로 입도 무겁다. 예전에는 국제 외교계에 보란 듯이 발을 내디딜 그런 영부인으로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남편이 대통령이 되려고 맹렬히 뛰어다니던 2년 전, 세실리아는 대통령 부인이라면 “따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말 대통령 부인이 됐다. 불가리아 소피아 공항 활주로에서 개선장군처럼 손을 흔드는 세실리아 뒤에는 석방된 인질들이 있었다. 별안간 마담 사르코지가 유럽에서는 아주 보기 드문 인물, 다시 말해 재키 오나시스의 매력과 엘레노어 루스벨트, 패트 닉슨 같은 활동가적 기질을 겸비한 미국 스타일의 퍼스트 레이디로 떠올랐다. 그렇다고 다른 유럽 국가 정상의 배우자들이 대중의 주목을 받으며 스스로 나서서 모험을 감행하지 않는 이유가, 그들 나름의 생활이나 재능이 없어서냐면 그건 또 아니다. (만약 이번 인질석방에 실패했다면 세실리아에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영국 언론은 고든 브라운 총리의 부인 새라 브라운이 품위 있고 신중하게 행동한다고 칭찬한다. 새라는 남편이 총리가 돼서 처음 떠나는 미국 방문에 동행하지 않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남편 요아힘 자우어는 베를린 훔볼트대학 화학과 교수인데 별명이 ‘오페라의 유령’이다. 한동안, 베이루트에서 열린 오페라 축제 말고는 아내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적이 1년 내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의 부인 플라비아 프로디는 경제학 교수다.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 부인인 손솔레스 에스피노사는 올봄 파리에서 공연된 오페라 ‘카르멘’에서 소프라노를 맡았다. 사실 아직도 유럽에서는 국가 정상의 배우자가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비공식적 역할을 너무 드러내놓고 하면 손해를 본다. 미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영국 사회는 체리 블레어가 총리 부인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변호사 업무에 덕을 보려는 것 같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힐러리 클린턴도 실제로 공화당과 민주당 양쪽 모두에서 엄청난 비판을 받았는데 특히 전국민 건강보험을 신설하려 했을 때 혼쭐이 났다. 하지만 이제는 진짜 권력자가 되겠다고 나섰다. 엘레노어 루스벨트에서 시작해 바버라 부시로 이어진, 국익을 위한 친선대사라는 영부인의 친숙한 역할을 뛰어넘은 셈이다. 지금 세실리아 사르코지가 창조해 나가는 역할도 그런 게 아닐까. 프랑스의 평론가들은 자국의 영부인이 어떤 인물인지를 논하면서 엘레노어 루스벨트, 재키 케네디, 힐러리 클린턴 같은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들과 비교한다. “이미 어떤 사명을 가졌다는 점에서 미국의 영부인들과 공유하는 뭔가가 있다”고 레진 토랑은 말했다. 하지만 ‘영부인들, 엘레노어 루스벨트에서 힐러리 클린턴까지’의 저자이기도 한 토랑은 루스벨트와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엘레노어 루스벨트는 영부인이 되기 전부터 정치활동을 활발히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힐러리 클린턴도 백악관 입성 전에 이미 변호사로 성공했다. 패트 닉슨이 보다 적합한 비교대상이라고 토랑은 말했다. 패트 닉슨은 애당초 운동가는 아니었지만 ‘대통령의 개인 대변인’이 된 뒤에 친선대사로 나섰다. 세실리아 사르코지는 자기 나름의 길을 개척한다. 니콜라 사르코지를 처음 만나 대중적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 스캔들이 요란했다. 1984년 당시 29세의 기혼자 니콜라는 파리 근교의 멋진 도시인 뇌이의 시장으로, 스물여섯 살에 임신한 몸으로 자기 나이의 두 배인 TV 스타와 결혼하는 세실리아의 결혼식 주례를 봤다. 세실리아는 첫눈에 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편을 떠나 사르코지에게 갔을 때는 이미 아이가 둘이었다. 둘은 1996년에 결혼했다. 그리고 수년 동안 세실리아는 남편을 위해 일했다. 사르코지의 소속당인 대중운동연합(UMP)에서 사르코지의 비서실장으로 일했고 내무부 장관 시절에도 남편 곁에 사무실을 뒀으며 2004년 재경부 장관을 할 때는 ‘기술고문’을 맡았다. 프랑스 정치지도자들의 배우자를 연구하는 보르도의 정치학자 크리스티앙 레스티에는 세실리아가 현대적 이미지를 갖고는 있지만 그동안은 남편을 보좌하는 전통적 역할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사르코지 부부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언론을 사생활 안으로 끌어들였다. 2002년 사르코지 가족이 내무부 장관 집무실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당시 다섯 살이던 아들 루이스는 아빠의 책상 아래서 놀고 있었다. 분명 JFK 주니어와 찍은 그 유명한 케네디 사진을 염두에 둔 행동이었다. 그러나 부부 사이는 곧 나빠졌다. 2005년에는 세실리아가 남편을 수개월 동안 떠나 있기도 했다. 들리는 말로는 프랑스 출신의 한 광고회사 중역을 쫓아 뉴욕으로 갔다고 한다. 지난해 둘은 확실히 화해를 했다. 하지만 남편 사르코지의 대통령 선거운동 중 가장 큰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투표를 하지 않았고 그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에도 자리에 없었다. 그래서 사르코지의 취임식 때 모든 사람의 관심은 아이보리색 프라다 드레스를 입은 도무지 예측이 불가능한 영부인에게 쏠렸다. 믿기 힘들 정도로 멋지고 현대적인 가족의 모습이었다. 사르코지의 금발 아들들, 세실리아의 금발 딸들, 그리고 둘 사이에서 태어난 눈이 커다란 아들 루이(10)는 자크 시라크(74)와 베르나데트(73) 부부로서는 결코 구현해낼 수 없는 젊음의 총체였다. 그리고 사르코지 부부는 입을 맞췄다. 대통령 부부로서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프랑스 언론은 프랑스판 케네디라고 떠들었다. 전임자보다 20년 젊은 프랑스판 케네디가 프랑스판 아이젠하워를 계승한 셈이다. 하지만 새 영부인의 역할은 정의가 불분명했다. 프랑스 영부인에게는 공식 지위는 없고 관례상 의무와 금지를 따지는 하찮은 의전만 있다. 마리 앙트와네트 왕비가 참수 당한 나라에서 영부인이 너무 활동적이거나 또 너무 무관심하면 곤란해질 수 있다. 그러나 세실리아 사르코지는 오히려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에 성공하는 듯하다고 베르트랑 미여-스타블리는 말했다. 전기작가인 그는 지금 세실리아 사르코지에 대한 책을 저술하는 중이다. “심지어 남편조차 아내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다.” 현재 영부인은 언론을 상대하지 않는다. 그녀의 공보비서는 9월이면 영부인의 역할이 정해진다고 말했다. 그래서 프랑스 언론은 영부인의 다음 행보를 그저 추측할 뿐이다. 미여-스타블리는 그녀가 사르코지라는 브랜드의 강화에 크게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제 영부인의 역할은 조역에 그치지 않는다. 세실리아 사르코지는 완전히 새로운 역할을 보여줄 것이다.” With CHRISTOPHER DICKEY in N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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