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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카지노 넘어 종합 리조트로”

[INTERVIEW] “카지노 넘어 종합 리조트로”

▶1949년 강원 강릉 生·서울대(경제학) 졸업·77년 금성사 입사·2000년 LG전자 부사장·2006년 3월 강원랜드 사장

하이원(High1)으로 이름을 바꾼 강원랜드를 더 이상 카지노 업체라고 부르기에 머쓱할 정도다. 골프장 · 스키장 · 테마파크를 조성한 데 이어 워터파크와 온라인게임까지 뛰어들 예정이기 때문이다.
2003년 8월, 꾸불꾸불 험난한 강원도 정선 산길을 쉴 새 없이 따라 올라가 강원랜드를 찾았다. 태백시 사북면 입구에 늘어선 무수한 전당포들 사이에서 찾아낸 어느 허름한 해장국집에서 저녁을 해결한 후, 강원랜드에 입성했다. 그 험준한 강원도 산골짜기엔 카지노를 낀 호텔 하나가 덩그러니 세워져 있을 뿐이었다. 카지노 안엔 며칠밤을 지샜는지 모를 충혈된 눈들의 도박꾼들로 가득 했고 호텔 로비엔 정체 모를 사채업자들로 득실거렸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07년 8월, 강원랜드로 가는 길은 훨씬 ‘반듯해져’ 있었다. 탄광촌 때를 벗지 못했던 사북면은 유흥업소들의 네온사인으로 북적거렸다. 과거 카지노 호텔이 있던 자리엔 스위스 알프스 산자락의 고급 펜션을 연상시키는 호텔 · 단지가 들어서 있었다. 메인 카지노로 가는 길에 자리 잡은 곤돌라 전망대에선 스키장 · 골프장 · 산악 자전거로가 한눈에 들어왔다. 카지노가 들어선 호텔 · 로비는 피서를 즐기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카지노 밑에 자리 잡은 테마파크에선 아이들 함성이 울러 퍼졌다. “가족과 단체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있어요. 지난해 초만 해도 전체 방문객 중 6%에 불과했던 가족 단위 관광객이 지금은 50%에 달합니다. 수학 여행으로 이곳을 찾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지난해 3월 부임해 강원랜드의 ‘변신’을 주도해 온 조기송(58) 하이원리조트 사장은 “종합 리조트 조성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이 복합 리조트를 추구하는 것은 최근 하이원리조트를 둘러싼 국내외 상황과 무관치 않다. 그는 “마카오 · 싱가포르 · 말레이시아 등 카지노 사업에 뛰어드는 동남아 국가들이 크게 늘고 있다”며 “내국인 카지노의 추가 허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그 전에 살 길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사장의 벤치마킹 모델은 카지노와 함께 휴양 · 나아가 컨벤션을 통한 비즈니스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라스베이거스형 리조트다. 조 사장은 “이젠 여행을 유적지나 관광지를 둘러보는 ‘sightseeing’이라고 부르는 시대는 지났다”며 “볼거리는 물론 할거리와 먹을거리를 모두 충족시켜야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최근 조성한 골프장겱뵀걋?테마파크에는 기존 ‘강원랜드’란 딱지를 떼버리고 ‘하이원’이란 브랜드를 입혔다. ‘하이원’(High1)은 강원도 자연경관을 그대로 살린 국내 최고·최대 리조트란 의미가 담겨 있다. 조 사장은 이를 위해 키즈랜드·레고랜드·꽃정원을 조성하고 워터파크 등 부가 사업을 늘려갈 계획이다. 최근엔 리조내에 허영만 요리 만화 <식객> 의 드라마 세트장도 짓기로 했다. 조 사장은 “드라마가 일본에도 방영될 예정이기 때문에 한류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도 있다”며 “드라마 촬영 후 식객에 등장한 레스토랑들을 중심으로 풍성한 먹을거리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원이 비(非)카지노 분야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지난해 연 스키장을 통해 검증됐다. 갤럽에 따르면 하이원스키장은 개장 3개월 만에 브랜드 인지율 65%, 호감도는 72%에 이르며 업계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외부적으로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는 하이원은 내부적으로도 안정된 모습이다. 하이원리조트는 원래 대표적인 분규 사업장으로 노조원 1,700여 명의 민주노총 산하 최대 서비스부문 사업장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조 사장이 취임한 이후 2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교섭을 타결했다.


숫자로 본 강원랜드

1위
국내 최고(最高) 골프장(1,130m), 트래킹 코스(1,400m)

4.2km
국내 최장거리인 하이원 스키장 초보자 코스 길이

9,200명
하이원리조트 하루평균 내장객 수

23억원
카지노 하루 평균 현금 매출액
조 사장은 “오자마자 매출과 이익 등 모든 경영지표가 창사 이래 최악이라는 것을 그대로 공개했다”며 “노조가 이에 위기의식을 느끼며 합리적 판단을 내려준 것에 대해 고마울 따름”이라고 활짝 웃었다. 덕분에 지난 1분기엔 매출 2,851억원, 순이익 842억원을 올리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 각각 50% 이상 성장했다. 조 사장은 경제부총리와 서울시장을 지낸 조순 씨의 장남. 부자는 서울 상대 동문이다. 조 사장은 “학자인 아버지와 자신은 전혀 다른 스타일”이라며 “지금까지 아버지는 무엇을 해보라고 강요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핏줄은 속일 수 없는 법. 조 사장은 평소 시간이 나면 <논어> 를 즐겨 읽는 지식인으로 돌아간다. 그는 “경영 사조는 매년 바뀌지만 인간사의 본질을 다룬 논어의 옥조들은 변하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LG전자 해외본부장 시절 와인의 매력에 빠져 와인 애호가가 된 그는 와인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하이원이란 브랜드의 와인을 제조하고, 폐광을 와인 셀러로 바꿔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최근엔 온라인게임 사업 카드도 꺼내 들었다. 하이원리조트는 현재 자사 게임 포털인 ‘하이원 게임존’을 통해 NHN의 스노보드게임 ‘라이딩스타’, 한빛소프트의 골프게임 ‘팡야’를 서비스하고 있다. 골프·스키 등 온·오프라인에서 레저 리조트를 조성하고 있는 셈이다. 조 사장은 “온라인 게임은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분야”라며 “현재 이와 관련된 컨설팅을 받고 있어, 결과에 따라 게임 사업에 직접 진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지노 일변도인 매출 구조를 2015년까지 카지노와 기타 사업 비중을 50대 50 수준으로 바꾸겠다”며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춘 세계적인 종합 리조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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