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대선 예비주자들의 부자관④] “정승처럼 벌고 써야 진짜 부자”
- [대선 예비주자들의 부자관④] “정승처럼 벌고 써야 진짜 부자”
|
“인위적으로 부동산 투기, 주식 투자 한번 하지 않고 부자가 됐다는 것을 저는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부동산 투기나 주식 투자를 안 하고 부자가 됐다는 건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본보기예요.” 도곡동 땅 차명 보유 논란을 딛고 지난 19일 치러진 한나라당 경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자신에게 “돈은 열심히 살아온 인생의 성취이자 그 대가”라고 털어놓았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질 때 이 나라의 젊은 세대가 희망을 품을 수 있습니다. 돈을 버는 것 자체는 제 인생의 목표가 아니었어요. 지금의 재산은 재테크의 결과가 아니라 샐러리맨 생활을 하는 동안 받은 보너스가 세월이 흐르면서 가격이 올라 형성된 거예요. 그저 바쁘게 살면서 열심히 일한 대가죠.” 이 후보는 밑바닥에서 시작해 330억대 자산가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현대건설에 공채로 입사해 12년 만에 사장 자리에 오른 ‘샐러리맨의 신화’이기도 하다. 서울시장 시절엔 청계천 복원과 대중교통 체계 개편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오는 12월 대권을 손에 쥔다면 그는 우리나라 초유의 ‘부자 대통령’이 된다. 이미 본선 같은 예선을 통과한 이 후보를 포브스코리아가 서면 인터뷰를 했다.
부자란 어떤 사람인가요? 우리나라에서 부자라고 하면 재산과 수입이 각각 어느 수준이 돼야 한다고 봅니까. “지난 5월 작고하신 수필가 피천득 선생은 ‘부자는 재산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추억이 많은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일리가 있지만, 저는 부자란 물질적인 여유와 정신적인 행복을 동시에 이룬 사람, 즉 심신이 모두 건강하고 건전한 사람이라고 봅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도 마음이 가난하면 진정한 부자가 못 되죠. 부자는 이렇게 상대적 개념이기 때문에 부자를 액수로 정의하기는 어려워요.”
우리나라 부자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뭔가요. “부자는 사회의 혜택을 많이 입은 사람들입니다. 돈은, 버는 과정이 깨끗하고 정당해야 하거니와 잘 써야 합니다. 부자가 사회를 위해 환원을 해야 하는 까닭이죠. 뉴욕이 세계 문화의 메카가 된 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기부자들이 살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지적으로 강한 나라가 된 것도 바로 기부자들의 덕이죠. 워싱턴엔 보수적인 헤리티지 재단과 민주당 성향의 브루킹스 연구소가 있습니다. 이 두 싱크탱크는 예산의 약 60%를 개인의 기부금으로 충당합니다. 기부 행위는 또 사회를 따뜻하고 풍요롭게 만듭니다. 가진 것을 나누고 베풀 때의 만족감과 즐거움은 기부자에게도 충분한 보상이 됩니다. 부자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부를 통해 우리 사회의 그늘을 없애고 보람을 맛보는 것이죠.”
200자로 압축한 나의 부자관 나는 ‘청부론자’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부자가 되는 사회가 건전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부자라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도 옳지 않지만, 비록 적은 돈이라 하더라도 부정한 방법으로 모았다면 지탄의 대상이 돼야 한다. 나처럼, 출발선에서는 가난했지만 열심히 노력해 부자가 된 사람이 많아져야 그 사회에 희망이 있다. 젊은이들도 꿈을 꾸고 목표를 세울 수 있다. |
부자는 사회의 혜택을 입은 사람 자전적 에세이 <신화는 없다> 에서 그는 이제 “정승처럼 벌어 정승처럼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쓴다’는 우리 속담을 뒤집은 것으로 지금은 “재산을 깨끗하고 합법적으로 모아 떳떳이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6월까지 서울시장을 지낸 이 후보는 재임 중 받은 봉급을 공상을 당한 서울시 환경겮拈?공무원 자녀들을 위해 써달라고 아름다운재단에 기탁했다. 그는 젊은 날 빈손으로 서울에 올라와 서민들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포항에서 성장한 그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상경했다. 달동네에 살면서 노동을 하는 한편 청계천 헌책방 주인에게서 책을 헐값에 구해 대학시험을 치렀다. 시험엔 붙었지만 돈이 없어 등록금을 마련할 길이 막막했다. 그러자 이태원시장 상인들이 그에게 쓰레기 치우는 일을 맡겼다. 그는 부자만 기부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누구든지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필요로 하는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복지국가 실현은 정부의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1% 나눔 운동, 재산기증운동, 유산 남기지 않기 운동에, 넓은 관점에서 기부라고 할 수 있는 장기 기증, 푸드뱅크까지 확산되면 우리 사회가 더 따뜻해질 겁니다.”
존경할 만한 부자는 ‘욘족’
존경하거나 높이 평가하는 부자는 누굽니까. “얼마 전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욘족(YAWNS·Young And Wealthy but Normal)에 관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젊고 부유하지만 평범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 얘기죠. 엄청난 부를 축적했지만 재산의 대부분을 자선사업에 쾌척하고 가족과 더불어 ‘보통 사람’으로 살아가는 이 새로운 엘리트족이 퍽 인상적이었습니다. 수십억 달러를 자선사업에 기부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야후의 창업자 제리 양, e베이의 공동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야르 같은 사람들이죠. 이들의 선구는 “부는 세상에 되돌려 준다”는 소신을 실천해 온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들은 재산을 상속받은 대물림 부자가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억만장자가 된 자수성가형 부자들입니다. 또 다른 공통점은 옷차림이 검소하고 가정에 헌신적이면서 타인의 불행과 아픔을 치유하는 데 거액의 재산을 쓰고 있다는 것이죠. 국가가 이런 일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 한계를 줄이는 것은 시민들 몫이에요. 양극화가 야기한 사회 분열도 이런 적극적인 기부와 나눔을 통해 해소할 수 있습니다.”
![]() |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면 첫 ‘경제 대통령’이자 ‘부자 대통령’이 된다. |
거주 기간 길면 세부담 덜어줘야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어떻게 봅니까. 종부세의 부과 방식과 부과 수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종부세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문제는 투기자와 선량한 납세자를 구분할 수 없다 보니 고가의 부동산 소유자 전체를 대상으로 과세를 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상당 기간 한 주택에서 산 소유자(일정 기간 1가구 1주택이었고, 소유하고 있는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라면 투기자로 보기 어렵습니다. 그런 만큼 거주 기간에 따른 차등세율 적용 등을 통해 세부담을 덜어줘야 합니다. 또 주택가격의 현실화율과 세율 등의 조합이 해마다 세부담이 급격히 늘도록 하고 있는데, 이런 것도 앞으로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돼야 합니다.”
지난해 2월 포브스코리아가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의 부자관’ 조사에서 응답자의 과반수(53.0%)가 부자에 대해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우리 사회에 반(反)부자 정서가 만만치 않음을 시사하는 조사 결과죠. ‘부자 대통령’에 대해 반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듯싶은데요. “저의 재산에 대해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기업에 오래 있다 보니 정치만 하거나 공직에만 계셨던 분들보다 아무래도 재산이 많기 때문이죠. 지난 7월 19일 한나라당 검증청문회 후 저는 ‘저의 작은 성취(재산)가 저만의 것이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저에게 이런 선물을 준 우리 사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선물을 우리 사회에 돌려줄 생각입니다. ‘진정한 봉사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는 어머니 가르침의 영향도 있었고요. 어쨌거나 오래 전 아내와 상의해 결정해 놓은 일로, 고맙게도 아이들도 이런 저의 뜻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것은 검증을 돌파하기 위한 즉흥적인 발상이 아니다. <신화는 없다> 에서 그는 “아내와 나는 우리의 재산을 아이들에게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의 부모, 아내의 부모가 우리 부부에게 남겨 준 정신적 유산을 고스란히 전해줄 생각으로, 우리는 부모를 원망하지 않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이 일로 우리를 원망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대선을 앞두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건가요. “과거 저는 교육을 제대로 받기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제 자식들은 이미 공부를 마치고 결혼해 나름대로 살아갈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래 서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기보다, 공부하고 싶지만 할 수 없고 꿈을 펼치고 싶지만 삶의 무게가 버거워 좌절하는 사람들의 용기를 북돋는 일에 쓰고 싶다는 생각을 평소 하고 있었습니다.”
자식들에 재산 물려주지 않을 생각 이 후보가 포항 동지상고 야간부 3학년 때 그의 부모는 서울로 이사를 한다. 서울로 진학한 둘째 형(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 국회 부의장)을 뒷바라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그러나 막내 여동생과 함께 포항에 남겨졌다. 서울에서 정착할 돈을 마련하느라 장사 도구까지 팔아 치운 그의 어머니는 남매에게 작은 방을 구해주고 다달이 보리쌀 값을 부쳐주었다. 어머니가 부쳐주는 돈은 너무 적었다. 밥은커녕 후루룩 마실 만큼 묽게 죽을 쑤어야 겨우 한 달을 버틸 수 있었다. 허기에 시달리던 여동생이 하루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차라리 한 달에 열흘 동안 실컷 먹고 스무 날은 굶자는 것. “솔깃했지만 그땐 그랬다가는 꼭 둘이 굶어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폐지를 구해 봉투 서른 개를 만들었죠. 한 달치 양식을 30등분해 이들 봉투에 나누어 담은 후 동생에게 하루에 한 개씩 열어 죽을 쑤도록 했습니다.” 그 동생은 지금도 그에게 “그때 오빠 참 지독했어. 나 가출하려고 했었어”라고 말한다고 한다. 그렇게 먹고도 그는 산에서 나무를 베어 내다 팔았다. 행상도 했다.
자녀들 경제 교육은 어떻게 시켰나요. “제가 어렵게 자란 탓인지 아이들에게 용돈을 넉넉히 주지 않았습니다. 아들에게 특히 그랬던 것 같아요. 한번은 모교에 장학금을 기부했는데, 군대에 가 있던 아들이 신문에서 이 기사를 보고 아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아버지가 장학금으로 큰돈을 내놓았던데 왜 나한테는 그렇게 짠돌이처럼 굴었느냐’고 했다더군요. 좋은 일에 썼지만 조금 섭섭했던 모양이에요. 제 또래 아이들의 절반도 안 되는 용돈을 주고 아내한테도 일절 따로 주지 못하게 했거든요. 그래서인지 지금도 아버지한테 신세를 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스스로 벌어 쓰겠다는데, 그건 두고 봐야죠.”
이재에 밝은 편입니까? 정치를 하지 않고 계속 돈을 벌었다면 재산을 얼마나 모았을 것 같습니까. “어려서 남의 가게 앞에 좌판을 벌였을 땐 가게 주인이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남의 집 앞에서 장사한다고 구박도 많이 당했었죠. 그래서 ‘돈을 많이 벌어 그 가게를 꼭 사고야 말겠다’는 결심을 한 적도 있습니다. 어른이 되어 고향에 가보니 길이 새로 나면서 그 가게가 없어졌더군요. 그 시절 풀빵·김밥·과일·생선·뻥튀기 등 안 해 본 장사가 거의 없습니다. 당연히 이재에 밝을 수밖에요. 처절한 가난을 겪었고 평생 일에 미쳐 새벽 다섯 시부터 밤 열두 시가 넘도록 일했지만, 그러나 돈이 제 인생의 목표는 아니었습니다.” 이 후보는 <신화는 없다> 에서 “정계 진출 후 전문 경영인이 많은 재산을 갖고 있다는 여론재판으로 상처 아닌 상처를 입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자신이 모은 재산은 단 하루의 개인적인 휴가도 없이 전력을 다해 일한 데 대한 보상이라고 항변했다. ‘땅 투기’ 같은 것은 관심거리가 아니었고, 관심이 있었다면 만주나 시베리아 벌판 땅을 사는 데 혈안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에게 남은 관문은 여전히 재산에 대한 검증과 아직은 낯선 ‘부자 대통령’이란 인식이 될 듯싶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재산 명세 | ||
330억원대 자산가…시드머니는 현대에서 받은 보너스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파병 북한군' 사진 띄우고…김정은, 러시아 문화장관 만나(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대박' 임진희·이소미, LPGA 2년 차가 사고쳤다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빌라 없어요?" 학군지 아파트값 폭등에 맹모들 주목한 곳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길 잃은 뭉칫돈 몰려...회사채에 역대급 자금 몰렸다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세계 최초 산부인과 수술용 로봇 앞세운 WSI, 사상 최대 실적 예고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