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과의 협상 과연 옳았나
탈레반과의 협상 과연 옳았나
8월 말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에 잡혔던 한국인 인질들이 풀려났다. 그 이후 우리 정부의 대처방식, 개신교 선교 방식, 구출 비용 구상권 등 관련 쟁점을 둘러싼 논쟁이 꼬리를 문다. 하지만 앞으로 재발 가능성 있는 본질적인 문제의 대비책은 미흡한 느낌이다. ‘유사한 일이 또 벌어질 경우 그때도 테러 단체와의 협상이 타당한가’라는 물음에 우리 사회는 어떤 해답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뉴스위크 한국판은 ‘테러리스트와의 협상’ 문제를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살펴보고자 미국 뉴스위크와 워싱턴 포스트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Post Global' 웹사이트에 지난주 실린 내용을 살펴봤다(
http://newsweek.washingtonpost.com/postglobal). 이 사이트는 매주 두 차례 이상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주요 이슈를 두고 각국의 전문가들이 벌이는 토론 내용을 게시한다. 뉴스위크의 파리드 자카리아 국제판 편집장과 워싱턴 포스트의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 국제문제 칼럼니스트가 민감한 국제 현안을 질문 형식으로 제시하면 세계 각국의 저명한 언론인, 학자 수십 명으로 구성된 패널리스트 중 일부가 의견을 제시하고 네티즌들이 그에 댓글을 단다. 국제사회의 여론을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신속하게 가늠해보는 일종의 토론방이다. 지난주의 주제 중 하나가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인질 사태를 계기로 본 테러 집단과의 '협상’이었다. 이에 패널리스트인 비비언 살라마(미국), 요시 멜만(이스라엘), 미클로스 바모스(헝가리), 다우드 쿠타브(팔레스타인)가 글을 올렸다. 다수는 테러리스트와도 필요하다면 협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패널리스트들의 글 전문을 가감 없이 번역하고, 대표적인 댓글 몇 가지를 요약해 소개한다.
Give and Take Can Strengthen Moderates 협상은 폭력 피하고 장기적으로 이롭다 VIVIAN SALAMA(미국) 한국 정부는 이전의 여러 국가 정부처럼 다음과 같은 아주 단순한 문제에 직면했다. “테러리스트와의 협상이 폭력을 용인하거나 심지어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까?” 사실 인질의 생명을 구한다면 어떤 협상도 “현명치 못하다”고 말하기는 아주 어렵다. 하지만 사건마다 상황이 크게 다르다. 내 논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모든 ‘테러리스트’를 하나로 취급하겠다. 물론 ‘테러리스트’의 정의를 세분화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이미 복잡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구미 민주주의 국가들의 기본 논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폭력에 굴복하지 않으며, 폭력을 사용하는 테러리스트에게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말처럼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역사를 볼 때 여러 정부가 자신들의 정치 의제를 도모하려고 테러 집단에 손을 내밀었다. 이스라엘은 1993년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와 오슬로 협정을 체결했다. 비록 테러 단체로 간주됐고, 이스라엘이 국가로서 존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PLO였지만 이스라엘은 그들과 거래를 했다. 그 몇 해 전에는 이스라엘이 1차 민중봉기(인티파다) 동안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무제한적 활동을 허용했다.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지도자인 야세르 아라파트의 권위에 도전해 그의 힘을 약화시키리라는 바람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2차 민중봉기가 발생했을 때 이스라엘은 더욱 강해진 하마스와 싸워야 했다. 더 최근의 예를 보자. 하마스가 2006년 1월 팔레스타인 선거에서 전례없는 승리를 거둔 뒤 이스라엘과 서방 진영은 하마스와의 협상을 거부했다. 국제사회는 그런 태도를 맹렬히 비난했다. 하마스 정부는 팔레스타인과 동예루살렘 주민들이 민주적으로 선출해 정통성을 갖췄기 때문이었다. 서방의 정부들과 이스라엘은 하마스와의 협상을 전면 거부함으로써 중동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려던 그들, 특히 부시 행정부의 노력을 스스로 손상시켰다. 어떤 협상이든 전면 거부를 하면 공통 기반을 찾을 기회가 사라진다. 반면 협상에 동의하면 폭력 사태를 피할 수 있고 종종 휴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 전형적인 예가 2005년 영국과 아일랜드 공화군(IRA)의 협상이다. 그 협상에서 IRA는 아일랜드 통합 투쟁에서 폭력을 포기하기로 약속했다. 거기서 얻은 교훈은 정부(여기서는 영국 정부)가 협상을 통해 끈질기게 설득하면 테러 단체가 평화로운 대안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런 대안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현재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협상을 완전히 거부하는 일은 실제 현안을 흐리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테러 집단과 그 지지자들에게 정부를 비민주적이고 억압적이며 독재적이라고 비난할 여지를 주게 된다. 협상 동의는 당면 문제를 훨씬 장기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998년 파리의 시사잡지 르 누벨 오브제르바퇴르와의 회견에서 카터 행정부가 1970년대 말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을 지원한 일을 후회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반문했다. “세계 역사에 무엇이 더 중요한가? 탈레반인가 소련 제국의 몰락인가? 선동적인 일부 무슬림이 중요한가 중부 유럽의 해방과 냉전 종식이 중요한가?” 다른 예로 북한을 보자. 북한이 ‘테러국’ 명단에서 제외된다는 보도가 있다. 그런 조치가 북한이 미국을 대하는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또 한반도 비핵화에 어떤 도움이 될까? 당연히 상관이 있다. 이 모든 진전은 협상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서로 주고받는 게 협상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물론 아무런 보장은 없다. 하마스의 경우 정치적 경험이 없기 때문에 서방 지도자들과의 협상이 그 체제 내부의 온건파 입지를 강화시킬지 여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러나 테러 집단은 내부 결속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기회가 생겼을 때 기꺼이 협상하겠다는 정부는 테러 집단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대화의 문을 살짝 열어둠으로써 더 큰 진전이 이끌어낼 수 있을지 모른다. [비비언 살라마는 해외 특파원, 방송 프로듀서, 블로거로 활동한다. 중동, 아프리카, 발칸 반도, 미국, 그리고 최근에는 한반도를 현지 취재해 여러 매체에 제공했다. 또 영국 BBC, 남아공 방송공사, 미국 공영방송 NPR에 해설자로 출연했고, 미국의 소리 라디오 방송의 기자로도 활동했다. 현재 고향 뉴욕시에서 컬럼비아대 석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으며, 언론 활동 외에 럿거스대에서 강의도 한다.] Negotiation By Any Means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끝까지 협상하라 MIKLOS VAMOS(헝가리) 나는 원칙을 운운하는 정치적 언설을 싫어한다. 하지만 그런 ‘주장’보다 내가 더 혐오하는 것도 몇 가지 있다. 전쟁, 살인, 테러, 그리고 우리 인간을 위험에 빠뜨리는 다른 현상이 그것이다. 나는 어떤 수를 쓰던 협상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갈등을 해결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데는 협상을 하고 필요하다면 몸값도 지불하는 게 어떤 식으로든 폭력을 동원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라고 본다. 대화를 하든 몸값을 지불하든 비폭력적 해법의 여지가 있다면 정부와 정치인은 무조건 거기에 매달려야 한다. 물론 해당 국가의 국민은 테러리스트와의 협상이나 다른 방법을 동원하지 말라고 ‘고집’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결정 권한은 그들에게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을 대신해 그런 주장을 하는 쪽은 정부와 정치인들이다. 원칙의 천명과 실제 행동 사이에 약간의 모순이 있더라도 협상으로 인질의 목숨을 살리는 결과를 얻는 게 더 중요하다. 협상을 하지 말라는 미국의 압력 때문에 정부가 국민에게 몇 가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일지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그 거짓말이 세계 도처의 분쟁 지역에 있는 무고한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 순간만큼은 나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도덕적 원칙을 기꺼이 버리겠다(사실 정치인들이 그 도덕적 원칙에 충실한 적이 있었나?). 미국은 비폭력적 해법이 이라크에서 미국의 명분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제 미국은 군사력으로는 테러리즘과 효과적으로 싸울 수 없으며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서 그 막대한 자금력을 이용해도 좋다. 이라크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대신 수백만, 혹은 수십억 달러를 그곳으로 보내라. 현재의 군사 작전에도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따라서 군사 작전 대신 현금을 직접 투입하면 경제적으로 훨씬 현명할지 모른다. 어리석은 소리라고? 글쎄, 내가 보기에 지금 미국이 하고 있는 일 또한 바보 같다. 이미 멍청한 짓을 저질러 놓은 판국에 한번 더 시도한다고 손해날 건 없지 않을까. 그게 효과가 더 좋을지 또 누가 알겠는가. [미클로스 바모스는 헝가리에서 가장 존경 받고 많이 읽히는 소설가이자 극작가, 토크쇼 진행자다. 풀브라이트 연구기금으로 예일대에서 학생을 가르친다. 네이션지의 동유럽 특파원으로 활동했고, 아카데미상을 받은 영화 ‘메피스토(Mephisto)’의 자문을 맡았으며, 헝가리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은 TV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희곡, 영화대본, 소설, 단편으로 많은 상을 받았다(평생의 업적을 기리는 헝가리 공로상도 받았다). 최고 성공작으로 꼽히는 저서 ‘아버지의 지혜(The Book of Fathers)’는 헝가리에서 20만 부가 팔렸다.] Cut Out the Hypocrisy on Terrorism 위선의 탈을 벗어라 YOSSI MELMAN(이스라엘) 테러리스트와 협상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전혀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정부의 위선과 이중잣대다. 지난 30년에 걸쳐 많은 국가가 테러리스트들의 협박과 요구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공개 선언했다. 지도자들은 테러 집단에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는 열정적인 연설로 자국 국민과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그들의 말은 지극히 고매했지만 행동은 너무도 실망스러웠다. 그들은 실제 상황에 직면하면 자신들의 말과 공약에 정반대되는 행동을 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는 1980년대에 테러리즘을 절대로 용인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그러나 레이건 행정부의 관리들은 헤즈볼라와 은밀하게 대화했고, 결국 무기를 건네주고 미국인 인질이 풀려나게 했다. 그게 바로 이란게이트 또는 이란-콘트라 사건으로 불린다. 그 외에도 미국 정부는 여러 차례 테러 단체에 이중잣대를 적용했다. 물론 미국만 그렇지는 않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독일, 일본, 그리고 이제는 한국도 그 선례를 따랐다. 그 정부들은 무기, 현금, 통상 상의 혜택, 석유, 물자, 그리고 무엇보다 수감된 테러리스트들의 석방으로 그 대가를 지불했다. 무엇보다 내 조국 이스라엘 정부의 행동이 대표적인 예다. 이스라엘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주도적인 역할로 명성을 얻으면서, 테러리스트들의 요구에 굴복하기를 거부하는 나라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그 점에서는 이스라엘이 모범국으로 간주된다. 어느 정도까지는 이스라엘이 그런 칭찬을 받을 만하다. 이스라엘은 적대적인 국가들에 둘러싸여 있다. 따라서 가장 악독하고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이스라엘 국민에게 죽음과 파괴를 일삼는 테러 단체들과 맞서야 한다. 그 대처 방안으로 이스라엘은 테러 퇴치 무기와 전술을 개발했고, 지금은 세계 여러 나라가 그 방법을 연구하고 채택한다. 이스라엘은 포로와 인질을 구출하려고 특공대를 동원한 대담한 작전도 펼쳤다. 그러나 동시에 이스라엘은 언행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도 입증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여러 대에 걸쳐 테러리스트와 끝장을 보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수차례 테러 집단의 요구에 굴복했다. 1985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테러 단체에 붙잡힌 자국 군인 3명을 구하려고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1100명 이상을 풀어줬다. 2004년에는 이스라엘 군인 3명의 시신을 되돌려 받고 헤즈볼라가 레바논에 억류한 전 장교 한 명을 데려 오려고 아랍·팔레스타인 포로와 테러리스트 수십 명을 석방했다. 그 장교가 범죄자이며 마약 밀매자라는 사실이 대중에 알려진 뒤였지만 그 거래는 성사됐다. 결국 정부는 협상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를 두고 고민하지 않는다. 그들의 행동은 게임 이론에서 말하는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두 공범자가 협력해 범죄 사실을 숨기면 증거 불충분으로 형량이 낮아지는 최선의 결과를 누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범죄 사실을 밝혀주면 형량을 감해준다는 수사관의 유혹에 빠져 서로 상대방에게 죄를 씌워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로 결정된다.테러리스트와 대화하지 않으면, 기꺼이 대화를 하려는 다른 세력에게 지게 된다는 점을 두려워하는 얘기다.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국제사회의 합의다. 어느 국가 정부도 테러리스트와 대화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고히 해야 한다. 단지 이론상의 개념이 아니라 세계 모든 정부의 실제적인 입장으로 뿌리를 내려야 한다. 물론 이상적이라는 인상을 주긴 하지만 그런 입장은 테러리스트를 후원하고 지원하는 국가가 존재하는 한 완벽하게 실행될 가능성이 없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위선을 떨쳐버려야 한다. 1970년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이탈리아 서부극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에 나오는 대사를 인용하자면 이렇다. “죽이려 왔다면 그냥 죽이지 무슨 말이 많은가(If you come to kill, kill - don’t talk).” 정부는 하겠다고 말한 바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 테러리스트와의 대화가 테러를 더욱 부추길 뿐이라고 확신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협상을 해선 안 된다. 또 국민이 그 결과를 감내할 수 없기 때문에 협상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하라. 하지만 겉으로 협상하지 않는 체 하면서 뒷거래를 하기보다는 당당하게 밝혀야 한다. [요시 멜만은 이스라엘의 일간지 하아레츠의 수석 논설위원이다. 정보, 안보, 테러, 전략 문제 전문가로 관련 서적을 7권 펴냈다. 현재 이란 대통령과 그의 핵무기 야망을 파헤친 책을 집필 중이다.] Negotiation Isn't Enough 협상만으로는 부족하다 DAOUD KUTTAB (팔레스타인) 한 나라가 자국민과 동맹국에 비협상 정책을 무조건 강요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당장 살해 당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생각해보라. 탈레반은 항상 그렇게 죽음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 다음에 살인을 저지른다. 그래도 비협상의 원칙을 고수하겠는가? 하지만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선언이 갖는 더 큰 문제는 우리에게 테러리스트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유의 전사일지 모른다는 점이다. 나는 탈레반과의 협상을 주창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부정적 정책은 반드시 그에 반대되는 긍정적 전략으로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 미국과 서방 진영은 탈레반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뭔가를 제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우드 쿠타브는 팔레스타인 언론인으로 1955년 예루살렘에서 태어났다. 라말라에 있는 알쿠즈 대학의 현대미디어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아랍권 최초의 인터넷 라디오 방송국인 암만넷(AmmanNet)을 설립해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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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week.washingtonpost.com/postglobal). 이 사이트는 매주 두 차례 이상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주요 이슈를 두고 각국의 전문가들이 벌이는 토론 내용을 게시한다. 뉴스위크의 파리드 자카리아 국제판 편집장과 워싱턴 포스트의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 국제문제 칼럼니스트가 민감한 국제 현안을 질문 형식으로 제시하면 세계 각국의 저명한 언론인, 학자 수십 명으로 구성된 패널리스트 중 일부가 의견을 제시하고 네티즌들이 그에 댓글을 단다. 국제사회의 여론을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신속하게 가늠해보는 일종의 토론방이다. 지난주의 주제 중 하나가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인질 사태를 계기로 본 테러 집단과의 '협상’이었다. 이에 패널리스트인 비비언 살라마(미국), 요시 멜만(이스라엘), 미클로스 바모스(헝가리), 다우드 쿠타브(팔레스타인)가 글을 올렸다. 다수는 테러리스트와도 필요하다면 협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패널리스트들의 글 전문을 가감 없이 번역하고, 대표적인 댓글 몇 가지를 요약해 소개한다.
Countries like to claim they don't negotiate with terrorists. But didn't South Korea do the sensible thing in repeating its pledge to withdraw its troops and ban its missionaries from Afghanistan - and, according to some reports, pay a ransom - in return for the Taliban release of 21 hostages? 세계 각국의 정부는 걸핏하면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탈레반에 잡힌 한국인 인질 21명을 돌려받는 대가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병력을 철수하고 선교를 금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했다. 일부 보도는 인질 몸값까지 제공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판단이 현명하지 않았을까? Posted by DAVID IGNATIUS and FAREED ZAKARI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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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패널리스트들의 견해에 붙은 네티즌 댓글 중에서 발췌했다. 테러리스트가 인질은 잡은 상황에서는 인질이 소속된 국가의 정부가 곤경에 처하게 마련이다. 공식 협상을 한다면 테러단에 정통성과 신뢰성을 부여하게 된다. 반면 협상을 하지 않으면 인질로 잡힌 자국민이 위험해진다. 아울러 협상은 정부가 허약하다는 인상을 줘 계속 인질을 잡아 협박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정부로서는 어떻게 하나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정부를 압박해 협상을 얻어내는 게 테러리스트의 목표다. 인질을 살해하면 테러단의 이미지가 더 나빠진다. 어쩌면 인질 살해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을 스스로 없애는 셈이다. 협상을 강요해서 성공하면 이기고 인질을 살해하면 진다. 정부로서는 협상을 하면 테러리스트에게 승리를 안겨주고 협상을 거부하면 자신과 테러단 둘 다 손해를 본다. 이 경우 테러리스트는 정부의 행동에 좌우된다. 인질을 살해해 정부를 징벌하든가, 아니면 인질을 풀어줘 야만적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는 절반의 성공을 택해야 한다. 정부가 협상에 나서도 테러리스트가 인질을 풀어준다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협상이 정부에게 더 많은 이익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가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테러단은 더 불리해진다. ―――――――――――――――――――――――――――――――――――――――――――――――――――――――――――――――――――― 테러리스트와의 협상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들의 세계관은 터무니없이 왜곡돼 있어 그들과 대화할 때는 서로 같은 얘기를 하는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한국 정부는 국민의 안전한 귀환을 원했다. 하지만 이제 탈레반은 외국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한국 기독교인들을 공격할 명분을 가졌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테러의 뿌리는 이슬람이다. 이스라엘 문제나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들먹이지만 사실 그건 그들의 일시적인 구실에 불과하다. 테러리스트의 요구를 들어주면 더 많은 요구가 뒤따른다. ―――――――――――――――――――――――――――――――――――――――――――――――――――――――――――――――――――― 인질로 잡힌 자국민이 차례로 살해되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려는 정부는 없다. 그렇다면 정부는 언제나 협상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테러리스트들에게 알려야 하나? 물론 그렇게 하면 더 많은 공격을 당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요점이 아니다. 정부가 협상에 나서지 말라는 의견이 많다. 그렇게 되면 인질이 희생될 가능성이 크지만 앞으로 공격을 적게 당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어느 정부가 나중의 불확실한 이득을 위해 자국민이 살해되는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겠는가? 정부가 협상은 없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테러리스트가 자국민을 계속 인질로 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국민의 희생을 두고만 볼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은밀하게 협상을 한다. 좋지 않은 선택이고 위선일지 모르지만 그 대안(공개적으로 협상을 하거나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 방법)은 더욱 나쁘다. ―――――――――――――――――――――――――――――――――――――――――――――――――――――――――――――――――――― ‘테러리스트’의 정의가 뭔가? 테러리스트라는 용어는 서방 국가들의 선전도구로 사용된다. 자신들에게 반기를 들거나 ‘공인된’ 정부의 일부가 아닌 단체는 전부 테러리스트로 몰린다. 그렇다고 ‘테러리스트’로 낙인 찍힌 단체들의 끔찍하고 잔혹한 행동을 지지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과연 누가 테러리스트인가. 민간인을 살해하면 테러리스트인가? 그렇다면 미국은 이라크에서 얼마나 많은 민간인을 죽였나? 정부에 반기를 든 지하단체가 테러리스트인가? 정부가 부패하고 무능하고 파산했다면 누가 가만히 있겠나? ―――――――――――――――――――――――――――――――――――――――――――――――――――――――――――――――――――― ‘테러리스트와 협상은 없다’는 절대주의적 입장의 문제점은 외교적인 성과를 낼 능력을 스스로 무력화한다는 점이다. 외교는 가능성을 바탕으로 하는 하나의 기술이다. 도덕적 절대성을 입증하는 토대가 아니다. 우리의 정치적 의도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과는 협상을 않겠다고 한다면 양쪽의 인명 피해가 많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대다수 국가가 그런 절대주의적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 국가들의 성숙성을 보여준다. ―――――――――――――――――――――――――――――――――――――――――――――――――――――――――――――――――――― 원칙이란 없다. 국익에 부합하면 협상을 하고, 테러리스트들을 제거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면 협상을 하지 않으면 된다. ―――――――――――――――――――――――――――――――――――――――――――――――――――――――――――――――――――― 한국 정부가 인질을 구출하려고 돈을 줬다면 그 돈이 어떻게 될까 생각해보자. 남편을 잃은 과부와 아이들에게 음식과 식수를 제공하는데 쓰일까? 분명히 아니다. 더 많은 무기와 더 많은 대원을 모으는 데 사용하고 또 더 나쁜 일에 쓸게 분명하다. 그런 악순환을 어떻게 막을까? 우선 아무런 생각도 없이 선교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생각을 고쳐야 한다. 그 다음은 아프간 사람들이 도로, 수도, 하수 처리장, 전기, 전화,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외부 사람들이 도움을 준다고 느끼면 외부 사람들의 출입을 막는 탈레반을 옹호하지 않게 된다. ―――――――――――――――――――――――――――――――――――――――――――――――――――――――――――――――――――― 테러리스트와 ‘대화’를 거부하는 사람은 미안하지만 테러리즘의 공모자다. 그들에게 폭력적인 행동 외에는 기댈 게 없이 만들기 때문이다. 대화는 오해와 편견을 줄일 수 있는 유리한 건설적인 방편이다. 차기 미국 대통령은 테러 단체와의 대화에 ‘두려움’이 없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 ―――――――――――――――――――――――――――――――――――――――――――――――――――――――――――――――――――― 테러리즘과 폭력을 부추기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들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게 문제다. 테러리스트는 그 나름대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민주주의를 정당한 통치체제라고 믿는다면 힘없는 단체가 그들의 문제를 평화적으로 제기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물론 폭력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서다. 테러리스트와 건설적인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편협한 생각이다. 다른 쪽의 견해를 무시하는 처사다. ―――――――――――――――――――――――――――――――――――――――――――――――――――――――――――――――――――― 워싱턴 포스트지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8월 말까지 민간인들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고 의무 부대와 공병 부대에 소속된 한국군 200명도 연말까지 철수한다고 말했다. 부대 철수는 이미 예정된 사항이며, 민간인은 앞으로 아프가니스탄에 갈 수 없다고 말했다. 2000만 달러를 몸값으로 지불했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탈레반은 그 돈을 받았다며, 그 돈으로 더 많은 자살폭탄테러 요원을 모집하겠다고 공언했다. 정말 너무 잘못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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