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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도 전부 무죄"... '사법 리스크' 벗은 이재용, 2심 쟁점 무엇이었나

항소심 쟁점이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분식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이라는 경제적 실질에 부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라예진 기자]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부정거래행위, 부정회계 사건으로 수년간 재판장을 오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 이어, 2심 재판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는 3일 이 회장의 구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부정거래행위·부정회계 등 사건에 대해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고 "피고인들에 대하여 모두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한다며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지난해 2월 5일 1심 선고 이후 1년 만이다.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 임원진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사내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지난해 1심 판결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지만, 이번 2심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 혐의’라는 변수가 있었기에 판결에 앞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특히 서울행정법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가 있기에 관련 검사 측 예비적 공소사실 추가는 이번 판결에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사 측 주장은 이렇다. 이 회장 측이 합작투자계약 및 콜옵션 등에 의해 처음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이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었음에도, 콜옵션 부채의 소급인식을 통한 자본잠식 등을 우려해 2015회계연도에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했거나, 2015회계연도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 보유하던 (단독) 지배력을 상실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었음에도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판결은 미국의 복제약 개발사 바이오젠이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불확실성 및 투자 재원 부족, 사업 초반 손실 인식에 대한 부담, 사업 성공 시 수익 극대화 등의 목적을 가지고 이 사건 합작계약 체결 및 이 사건 콜옵션 확보에 이른 것이고,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 체결 무렵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 지배하려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계약 초기부터 실질적 권리라고 볼 수 없으며, 검사가 주장하는 바이오젠의 동의권 및 약정상 권리만으로는 바이오젠의 지배력을 인정하기 어렵고, 이와 관련 원심이 ‘신뢰성 있는 공정가치’라는 개념을 전제한 부분은 부적절하나, 결국 콜옵션이 실질적 권리가 아니라고 본 점은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2012~2014년 회계연도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했고,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업이 안정화될 무렵 이 사건 콜옵션을 행사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므로, 재무적 장애물이 존재 콜옵션 행사 가능성 및 실질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다만 늦어도 안진이 합병 관련 PPA 평가를 하였던 2015년 8월경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및 이 사건 콜옵션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가 가능하였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합병 이후 이 사건 콜옵션의 회계처리에 관해 문제가 제기되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던 중 과거 회계처리를 수정하여야 할 가능성에 부담을 느껴 이를 그대로 유지하려 하다가 결국 삼정 측의 의견에 따라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 방안을 선택한 후 이를 미전실과 공유하고 그 결론에 부합하는 실제 증거들을 수집하였을 뿐이고, 그 과정에서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로 인한 자본잠식 및 대규모 영업외 이익 발생에 관하여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위와 같은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제적 실질에 어긋나는 것이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콜옵션은 2015년도에 이르러 내가격 상태로 인한 효익이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볼 여지가 크므로,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가 재량을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일부가 특정한 의도 내지 방향성을 드러내거나 문서를 조작하는 등의 부적절한 행위가 개입했으나, 그 처리 결과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이라는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는 것이었으며, 검사의 주장과 달리 전체적으로 그 판단에 이르는 근거와 과정에 최소한의 합리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부당하게 이뤄졌다는 검사 측 주장도 수용하지 않았다. 합병이 두 회사의 의견을 배제한 채 미전실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미전실의 조율·협력에 의해 합병이 결정됐고, 두 회사의 의사와 관련 없이 합병이 결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 모두 원심과 같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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