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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율 39%의 ‘살얼음 시장’

생존율 39%의 ‘살얼음 시장’

2007년 10월 1일,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이 1000개를 돌파했다. 기념하기 좋은 숫자라는 것 외에는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지만 지난 세월을 ‘복기’해 보는 기회는 될 수 있다. 1000개 기업이 꽉 채워지는 동안 코스닥 시장에 들어왔다 나간 기업들을 통해 ‘어떤 기업이 죽고 살았는지’ 확인해 보자는 것이다. 영욕의 코스닥 시장. 누가 살고 누가 죽었을까.
10여 년간 장외시장으로 운영되던 코스닥이 정규시장이 된 것은 1996년 7월 1일이다. 이후 99년과 2000년 벤처활성화 정책으로 부흥기를 맞았던 코스닥 시장은 이후 2005년까지 길고 긴 암흑기에 들어섰다. 역사로 보면 중세쯤 될까. 이 사이 오상수(전 새롬기술 사장), 최유신(전 리타워텍 회장), 이민화(전 메디슨 회장), 장흥순(전 터보테크 회장) 등이 영욕의 세월을 뒤로한 채 시장에서 사라졌다. 코스닥 4대 게이트의 주인공인 정현준·진승현·이용호·윤태식씨도 코스닥 시장에 씻을 수 없는 생채기를 남겼다. 2007년 10월, 코스닥 시장은 제2의 부흥기를 맞고 있다. 거래되는 기업이 1000개를 돌파했다. 출범 당시는 343개사였다. 이들 기업 중 상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131개사다. 생존율 39.8%다. 경동제약·경창산업·기륭전자·대한약품·도드람B&F·삼우이엠씨·에이스침대·유진기업·태광·행남자기 등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코스닥 시장에 이름을 올렸다가 사라진 기업은 현재까지 352개사다. 퇴출이 가장 많았던 97년(55개)과 가장 적은 올해(6개)를 제외하면, 연평균 29개사가 상장 폐지됐다. 같은 기간 1001개 회사가 상장했다. 신규 상장 기업이 가장 많았던 2000년(178개)과 가장 적었던 98년(8개)을 제외하면 연평균 82개사다. 코스닥 출범 당시 시가총액은 7조6000억원. 1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6월이다. 시장 개설 이후 코스닥 시장을 통해 기업에 조달된 직접자금은 34조원이다. 이 중 10조원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됐고, 나머지 24조원은 유상증자를 통해 공급됐다. 96년 당시 거래규모는 14만 주, 21억원에 불과했다. 11년 3개월이 지난 현재 하루 평균 거래량은 6억5000만 주, 거래대금은 2조1000억원으로 늘어났다. 탈도 많았지만, 코스닥 시장이 중소벤처기업에 직접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그런대로 해왔다고 볼 수 있다.

하나투어, 시가총액 증가율 1위 상장 이후 시가총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상위 10개 기업의 평균 시총 증가율은 무려 4223%다. 1위의 영예는 하나투어에 돌아갔다. 2000년 11월 상장 당시 128억원이었던 하나투어의 시가총액은 최근 1조원을 돌파했다. 7년 새 86배나 늘었다. CJ인터넷과 NHN은 시가총액 증가율이 각각 7499%, 4798%로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태웅·지엔텍홀딩스·엘림에듀·서울반도체·성광벤드도 시총 증가율 3000%를 넘긴 기업이다. 반면 솔본(옛 새롬기술)은 한때 시가총액이 4조8000억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주가가 급락하며 현재는 당시의 3% 수준으로 줄었다. 이들 기업은 ‘성장성 높은 미래 흐름에 과감한 투자(NHN·다음·인터파크 등)’ ‘소비 패러다임 변화를 투자대상으로 연결(하나투어·모두투어·엘림에듀 등)’ ‘핵심보유 역량 강화(소디프신소재·티에스엠텍 등)’ ‘적극적 M&A와 사업 다각화(동국산업·지엔텍홀딩스 등)’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상장기업 중 상장일 기준으로 현재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은 동일철강이다. 코스닥 출범 멤버였던 이 회사의 상장일 주가는 1만1400원. 9월 28일 현재 주가는 116만9000원이다. 상승률로 보면 무려 1만% 넘게 오른 셈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성장률을 의미 있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범LG가문 3세인 구본호씨가 올 중반 이 회사 지분을 인수한 후 단기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성광벤드나 하나투어, 대선조선 등이 돋보인다. 2001년 1월 11일 상장된 성광벤드는 최초 900원에서 현재 2만5300원으로 주가상승률 2700%를 기록 중이다. 하나투어는 상장개시가격(2000년 11월 28일 5만7000원)보다 1300% 상승했다.


숫자로 본 코스닥 1000社 시대

21억 96년 코스닥 하루 평균 거래대금(현 2조원)

35개 시가총액 1조원 넘겼던 기업 수

34조 시장 개설 이후 조달된 직접자금

135개월 상장 1000사 돌파에 걸린 기간

324p 사상 최저지수(2004년 8월 4일)

343개 코스닥 시장 개설 당시 상장사 수

352개 코스닥 상장 폐지된 기업 수
585개 현재 주가가 공모가 미만인 기업 수

2834p 사상 최고지수(2000년 3월 10일)
현재 상장돼 있는 기업 중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은 하이록코리아·태광·옵토매직·에머슨퍼시픽·동일철강 순이다. 코스닥 출범일에 상장된 공통점이 있는 이들 기업의 시총 증가율은 모두 1만%를 넘는다. 조선 기자재 업체인 하이록코리아는 지난 11년 동안 시총이 무려 3만4000% 늘어났다. 태광은 1만7000%, 옵토매직은 1만600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매출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은 하나로텔레콤이다. 98년 11월 12일 상장된 하나로텔레콤의 그해 매출은 약 1억원, 지난해 매출은 1조7000억원이었다. 2위와 3위는 휴맥스와 다음커뮤니케이션즈가 차지했다. 97년 상장한 해에 142억원의 매출을 올린 휴맥스는 지난해 매출 6559억원으로 4500% 성장했다. 다음의 매출 증가율은 2400%였다. 부품소재 업체인 네패스와 LCD 전문업체인 태산엘시디도 상장연도(99년)에 비해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 증가율 1000%를 기록했다. 영업이익 증가율에서는 휴맥스·대양제지·유비프리시젼·CJ인터넷·현진소재 등이 돋보인다. 상장한 해(97년)에 3000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휴맥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94억원. 이익 증가율은 약 12만8000%다. CJ인터넷과 현진소재는 각각 상장연도 대비 2060%, 1770%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였다.
코스닥 상장기업 중 시가총액 1조원을 돌파했던 기업은 35개사였다. 역대 최고 시가총액은 KTF가 1999년 말에 세운 37조원이다. 현재 코스닥 기업 중에서는 NHN이 올 상반기 기준 8조7000억원으로 가장 높다. ‘시총 1조원 클럽’의 운명도 갈렸다. NHN·메가스터디·태웅·하나투어·아시아나항공·서울반도체·키움증권 등은 최근 시가총액이 역대 최고치일 만큼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KTF·기업은행·강원랜드·현대중공업·엔씨소프트 등은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해 코스닥 때보다 시총을 더 늘려가고 있다. 이에 반해 솔본·핸디소프트·한글과컴퓨터·KTH·리드코프·한국정보통신 등은 최근 시총이 최고치일 때의 10% 미만으로 쪼그라들었다. 99∼2000년 벤처붐 때 최대 호황을 누리며 벤처 4인방으로 불렸던 핸디소프트·한글과컴퓨터·벅스인터(옛 로커스)·솔본은 수익모델 창출 부진, 실적 악화 등으로 최근 시가총액이 전성기에 비해 3∼5%로 줄었다. ‘인수 후 개발(A&D)’ 테마로 한때 주가가 163만원에 달했던 리타워텍과 인터넷 전용회선 사업자였던 드림라인은 재무구조 악화 등으로 코스닥에서 퇴출됐다. 한편 현재 코스닥에 상장된 1001개 기업 중 9월 28일 기준으로 주가가 공모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종목은 585개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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