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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중견기업] 최강 기술로 일본도 앞질렀다

[파워중견기업] 최강 기술로 일본도 앞질렀다

아모텍은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의 정전기 방지 핵심부품인 ‘칩 바리스터’의 세계적 강자다. 칩 바리스터는 휴대전화, PDA, 캠코더 등 디지털 정보기기에 꼭 필요한 정전기 방지부품이다. 갈수록 전자부품 비중이 높아지는 자동차 전자장치에도 꼭 따라다닌다. 사람 손에서 발생하는 정전기의 순간전압은 최대 1만5000볼트에 이른다. 제때 정전기를 흡수하거나 방출하지 못하면 전자기기 속에 있는 IC칩이 손상을 입거나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기기 고장은 물론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모든 전자기기에는 약방의 감초처럼 칩 바리스터가 들어있다. 전자제품 중 단일 품목으로 생산 대수가 가장 많은 게 휴대전화다. 때문에 칩 바리스터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제품이 바로 휴대전화다. 아모텍은 휴대전화용 칩 바리스터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40%(2007년 3분기 기준)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경쟁자는 일본의 TDK, 독일의 엡코스, 미국의 AVX 등 세계적인 부품 기업들이다. 2001년부터 이 분야에 진출했지만 짧은 시간에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시장을 장악했다. 현재 이 분야의 시장은 일본의 TDK와 아모텍이 양분하고 있다. 아모텍 김병규 사장은 “삼성, LG 등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인 휴대전화 메이커로 성장했고, 이들 메이커가 아시아에 생산기지를 많이 두고 있어 시장 개척에 유리한 점이 많았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에서 10년간 ‘공부’
그렇다고 아모텍이 삼성, LG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회사는 국내 외에도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지멘스, 애플 등에 칩 바리스터를 직접, 또는 간접으로 공급하고 있다. 품목도 휴대전화용 칩 바리스터에서 가전기기, 자동차 용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미 올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에 LCD TV용 칩 바리스터를 공급했고, 현대자동차와도 자동차용 칩 바리스터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병규 사장은 1994년 아모텍의 전신인 아모스를 창업했다. 76년 서울대 금속공학과에 입학한 김 사장은 일찌감치 사업 방향을 신소재로 잡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신문을 보면 만날 ‘한국 부품기업이 약하다’는 기사가 넘쳐났어요. 그래서 그쪽에서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김 사장은 대학원에서 세라믹, 박사 과정에서 아몰퍼스를 전공했다. 하지만 그는 바로 창업한 게 아니라 중소기업 연구소에 들어가 10년간 연구원과 연구소장으로 일했다.


회사개요
-1994년 아모스 설립(아몰퍼스 코어 생산) -1995년 아모트론 설립(BLDC 모터 개발) -1998년 아멕스 설립(칩 바리스터, 고주파 부품 개발) -1999년 회사 합병→아모텍 -2003년 코스닥 등록 -주요 거래처: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소니에릭스, 애플, 레노보 등 -특허 현황:해외특허 등록 31건, 국내특허 등록 48건 -주요 생산품:칩 바리스터, BLDC모터, 무선 안테나 소재 부품 -종업원 수:600명(R&D인력 100명) -공장 현황:인천 남동공단, 평택 포승공단, 중국 산둥, 중국 칭다오(공사중)
당시(80년대 중반)만 해도 서울대 박사가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일은 드문 경우였다. 김 사장은 “사업이라는 것이 기술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 연구소에서 10년 동안 있으면서 마케팅, 경영, 연구개발을 직접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0년간의 연구소 생활을 마치고 94년 창업한 김 사장은 자신의 전공인 아몰퍼스를 이용해 사업을 시작했다. PC의 전원장치에 많이 들어갔다. 아몰퍼스 코어(전류를 안정화시키는 부품)도 당시로는 국내 최초로 생산한 제품이었다. 그때 경쟁 상대가 독일의 지멘스, 일본의 도시바, 미국의 하니웰 등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었다. 김 사장은 그때부터 돈 없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최초와 최고’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IT산업에서 1등은 큰돈을 벌고, 2등은 먹고살 수 있는 정도고, 3등부터는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최초로 아몰퍼스 코어를 생산해 당시 PC 제조업체에 공급하면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선진국에서 PC가 사양산업이 되는 추세를 지켜보던 그는 다른 아이템을 개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었다. 90년대 초반 정부 기술평가위원으로 옛 소련을 방문했던 그는 BLDC모터(차세대 전자모터: 속도제어가 가능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으며, 소음과 진동이 적고, 수명이 긴 모터)의 기술력을 눈여겨봤다. 김 사장은 5년 후를 위해 95년에 BLDC모터를 개발하는 아모트론을, 98년에는 칩 바리스터를 개발·생산하는 아멕스를 설립했다. 외환위기의 먹구름이 완전히 걷히기도 전인 99년 김 사장은 세 회사로 나눠진 사업을 하나로 통합했다. 또 아몰퍼스 코어를 대체할 신수종 사업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AT&T에서 임원을 지낸 인재를 영입해 세라믹 분야를 맡겼다. 김 사장이 회사를 한 단계 성장시키기 위해 도박을 감행한 것이다. 하지만 일은 그의 뜻대로 풀려나가지 않았다. 20명의 인력을 데리고 있던 미국 대기업 출신 임원은 불과 6개월 만에 16명의 핵심인력을 데리고 떠나버렸다. 당시 가장 유망한 이동통신 중계기에 들어가는 고주파 부품 인력이 모두 빠져나가 새 회사를 차린 것이다. 김 사장의 낙담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땅을 치며 통곡만 하고 있을 상황도 아니었다. 김 사장은 남은 4명으로 새 길을 모색했다. 그때 남은 4명이 전부 칩 바리스터 관련 인력이었다. “어떻게 하겠어요? 사장이 남 탓하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피눈물을 훔치며 남은 4명을 기본으로 조직을 다시 만들었죠. 정말 그때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오기만 있었습니다.”

4명이 남아 새 기술 개발
새로 구성된 조직은 칩 바리스터 개발에 전력을 다했다. 휴대전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칩 바리스터도 대박이 터졌다. 아모텍이 칩 바리스터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이 된 것은 이런 망했다 살아난 기막힌 우연이 있었다. 김 사장은 “우연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라고 했다. 칩 바리스터는 현재 아모텍의 캐시카우지만 아모텍은 꾸준히 제품과 거래처를 다변화하고 있다. 아모텍은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주로 쓰이는 GPS 안테나 시장에서도 세계 1위 기업이다. 비록 시장 규모는 작지만 벤츠, BMW, 아우디, GM, 포드 등이 아모텍의 GPS 안테나를 쓰고 있다. 이 외에도 블루투스용 안테나, 메인칩 안테나 등 각종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세라믹 소재 안테나 부품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 사장은 “앞으로 전자기기의 대세는 모바일(mobile)과 무선(wireless)인데 이를 위해서는 세라믹 소재의 초소형 안테나 제품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원천기술과 특허를 가지고 있는 BLDC모터 사업도 앞으로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지금은 삼성전자, 월풀, 일렉트로룩스, GE, 하이얼 등과 함께 아모텍의 BLDC모터 기술을 응용한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현재 드럼세탁기용 무진동, 무소음 모터 기술은 일본의 도시바와 LG전자가 특허를 가지고 있다. 아모텍 조용범 이사는 “이미 LG와 도시바가 사용하고 있는 기술과 함께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BLDC모터 기술이 가장 완벽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들 대형 가전 업체도 우리 기술을 곧 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BLDC모터 기술은 차세대 하이브리드 카 모터에도 쓰인다. 아모텍은 현재 현대차와 하이브리드카용 모터 테스트를 하고 있다. 고객과 제품을 다양화하면서 올해 매출액은 800억원, 영업 이익은 13%(104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아모텍은 R&D인력만 100명에 이른다. 전체 직원의 17%에 해당하는 숫자다. 5년 후, 10년 후에 상용화할 사업을 지금 테스트할 정도로 기술개발에는 양보가 없다. 김 사장은 “이제 기술은 기본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켓 트렌드를 읽는 것”이라며 “칩 부품으로 처음으로 일본 기업을 이긴 회사가 된 것도 마켓 트렌드를 읽을 줄 알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각종 무선기기가 활성화되고, BLDC모터 기술로 만든 가전제품과 자동차가 상용화되는 시점이 되면 일본의 교세라나 무라타 같은 세계적인 부품업체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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