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나 들어가는 귀족학교 될 판
부자나 들어가는 귀족학교 될 판
▶신림동 고시촌에 붙어 있는 사법시험 준비 학원 전단지. 앞으로는 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
법대 안 나온 사람은 1억5000만원 “로스쿨 학비만 연 2000만원으로 3년 동안 6000만원이 듭니다. 여기에 각종 학원비가 만만치 않아요. 로스쿨 입학을 위해 드는 학원비가 1년에 최하 500만원, 로스쿨 입학 뒤 3년 동안의 보습학원비 1500만원,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 자격증 시험 준비에 1000만원이 들어갑니다. 적게 잡아 이것만 해도 9000만원인데요, 여기에 교통비에 밥값, 책값을 최하로 1000만원 잡아도 1억원이라는 계산이 바로 나옵니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또 하나를 생각해야 한다. ‘기회비용’이다. 로스쿨 준비야 회사생활과 병행할 수 있다지만 입학 후에는 전적으로 거기에 매달려야 한다. 로스쿨 3년에 변호사 시험 준비 1년을 더하면 무려 4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연봉을 3000만원만 잡아도 1억2000만원”이라고 말한 그는 “최하 2억원은 있어야 가정을 꾸리며 로스쿨을 준비할 수 있다”며 한숨을 내쉰다. “고시공부할 때는 크게 돈 걱정이 없었는데 로스쿨은 부자나 가는 귀족학교 같다”고 그는 푸념했다. 그는 그나마 법대 출신에 고시공부를 했던 경험이 있어 돈이 덜 드는 편이다. 국내 대학에서 인문학 분야 박사 학위를 갖고 로스쿨을 준비하고 있는 박경주(35·여)씨는 “대학에서 자리 잡기도 어렵고 인문학 공부를 법조계에 연결시켜볼 생각으로 로스쿨을 준비하고 있지만 경비가 너무 많이 들 것 같다”고 걱정했다. 그가 계산한 직접경비는 이하경씨에 비해 5000만원 이상 더 많다. 법학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어 로스쿨 준비 과정이나 진학 후, 그리고 변호사 자격시험을 위해 더 많은 돈이 들어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로스쿨을 3년 만에 졸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도 없다. “이것저것 따져보면 최하 1억5000만원에서 2억원 이상 들 것”으로 내다봤다.
로스쿨에 합격하려면… |
영어는 기본…LEET가 결정적 Key 요즘 로스쿨 수험가에서는 ‘스펙(경력·학벌·학점·영어점수)’ 논쟁이 한창이다. 어느 정도 스펙이면 로스쿨 입학이 가능하냐를 놓고 수많은 수험생이 인터넷 카페에서 설전을 벌이곤 한다. 최근 포털사이트 ‘다음’의 주요 로스쿨 카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수험생 470여 명 중 일반 회사원은 45%, 공무원·교사·공기업 직원 등 특정 분야 종사가가 35%, 의사·회계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2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회사원으로서는 남과 차별되는 스펙을 갖추기가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스펙을 올려 로스쿨 티켓을 거머쥘 수 있을까. 전형요소별로 나눠 살펴보자. ◇학점= 재학생보다 경력 많은 직장인들이 특히 걱정하는 부분이 학점이다. 요즘 재학생들의 학점관리가 과거에 비해 워낙 철저하기 때문이다. 미국 로스쿨도 신입생 선발시 LSAT(우리의 LEET에 해당) 점수와 학점을 가장 비중 있게 반영한다. 로스쿨을 추진하는 국내 대학도 대부분 학부 성적을 중요하게 보겠다고 밝히고 있다. 명문·비명문의 벽이 있는 현실에서 학점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워낙 높은 스펙의 지원자가 즐비해 학점이 낮다면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예일, 하버드 같은 명문 로스쿨에서도 “낮은 학점은 LSAT 만점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이 있을 만큼 학점의 중요성은 크다. ◇LEET= 수험생들이 가장 집중해야 할 시험이다. 많은 대학이 학점과 LEET(법학적성시험·Legal Education Eligibility Test)를 비슷하게 반영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를 오해하는 수험생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학점을 20%, LEET를 20% 반영할 경우 형식적인 비중은 같지만 만약 학점을 18~20점 사이에 분포시키고 LEET는 0~20점에 분포된다면 실질 반영비율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간과한다는 것이다. 실제 대부분 대학이 이런 식으로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LEET는 객관적인 점수로 측정되는 만큼 공정성 시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학 측이 비중 있게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수험생들은 LEET에 승부를 거는 것이 바람직하다. ◇논술= 많은 대학이 논술을 신입생을 뽑는 데 중요한 전형 요소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논술을 비중 있게 반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바로 채점의 공정성 논란과, 인력과 시간문제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논술 시험이 있지만 실제로 반영하는 대학이 거의 없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몇몇 대학은 LEET나 학점, 외국어 점수만으로는 당락을 가리기가 어렵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결국 반영하는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으로 나뉠 공산이 크다. 따라서 논술에 자신 있는 수험생들은 논술 비중이 높은 학교를 공략하고 논술이 취약한 수험생들은 논술시험이 없는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영어 능력= 거의 대부분 대학이 ‘통과제’를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의·치대 전문대학원 입시에서도 영어 최저 점수제(토익 750~890점, 텝스 656~824점)를 도입하고 있는데 로스쿨도 이와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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