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빚 9,000,000,000,000 달러
나라 빚 9,000,000,000,000 달러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최근 모기지 금리를 5년간 동결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위기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왼쪽)과 벤 버냉키 FRB 의장. |
◇연이은 침체 경고음=미국 경제에 침체가 올지도 모른다는 경고음이 잇따라 울리고 있다. 미의회예산국(CBO)의 피터 오르작 CBO 국장은 12월 5일 하원 재무위원회에서 “경제전망이 매우 불확실하다”며 “경제활동이 상당히 둔화했고 현재 경기침체의 위험이 높아진 상태”라고 경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6일 발표한 ‘2007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이 주택경기 부진과 민간소비 둔화로 성장률이 올해 2.2%, 내년 2.0%로 상당히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주택경기 조정이 마무리되는 2009년에는 2.2%로 다소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다. 최근 골드먼삭스는 미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1.8%로 예상했다. 미국은2001~2006년 연평균 2.7% 성장했다. 골드먼삭스는 미국이 침체에 빠질 확률을 40~45%로 전망했다. 통상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면 침체에 빠진 것으로 판단하지만 기관 등에 따라 기준이 다양하다. 전미경제조사국(NBER)의 경우 몇 달 간 경제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산업 생산과 고용, 실질 소득, 그리고 도소매가 위축되면 실질적인 침체로 판단한다. 거기다 최근 나온 미 시장협회 보고서는 지난 16년 사이 최악의 주택시장 불황으로 내년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1조2000억 달러가 증발하고, 이에 맞춰 정부 세수가 66억 달러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격이 가장 큰 캘리포니아주에서만 내년에 부동산 값이 총 6036억 달러 떨어지고, 주 정부 세수가 거의 30억 달러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주택시장의 침체 속에 일부 전문가는 집값 하락이 2010년까지 이어져 지금보다 최대 25%가량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의 경우 집값이 5개월 연속 하락해 지난해 봄이나 여름과 비교할 때 12%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적으로 커지는 파문=이러한 미 경제 약세의 파문은 미국 자체에 국한하지 않는다. OECD 보고서는 주택 부문의 부진과 금융시장 혼란 등의 불안 요인으로 30개 회원국의 경제가 내년 2.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5월 상반기 보고서에서 전망했던 2.7%에서 0.4%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국제 신용위기와 고유가 등의 충격을 반영해 앞으로 2년간 유럽 경제의 성장 전망치를 낮췄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유로존(유로화 사용국가) 13개국의 경제 성장률이 2008년 2.2%, 2009년 2.1%에 각각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EU 27개국 전체의 성장 전망치도 2007년의 2.9%에서 2008년과 2009년 각각 2.4%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게다가 서브프라임 후폭풍으로 신용 경색을 일부 겪은 영국의 중앙은행은 이날 정책금리를 5.75%에서 5.50%로 0.25%포인트 내렸다. 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는 2년 만이다. 영국 중앙은행은 신용 비용이 상승하고 있어 경제성장에 부담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위험은 둔화하고 있어 금리를 인하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파문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도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에서 “미국의 침체가 세계경제 전반의 성장을 심각하게 둔화시킬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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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에 내몰리는 초강대국=게다가 미국은 국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미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미 국가부채 규모는 총 9조13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국민 1인당 3만 달러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미 국가부채가 9조 달러를 돌파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게다가 하루 14억 달러, 1초에 100만 달러의 속도로 빚이 늘고 있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비용과 누적되는 무역적자, 그리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여파가 원인으로 꼽힌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더욱 불안한 것은 미국인들의 소비심리가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미 민간 경제조사기관인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11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87.3을 기록해 2005년 가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가 발생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앞으로 6개월 뒤의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11월 소비자 기대지수는 전달의 80에서 68.7로 뚝 떨어져 4년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경제상황과 고용시장 전망에 관한 소비자들의 심리도 더욱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상황이 나쁘다’는 비중이 전달의 16.6%에서 19.1%로 증가했다. 앞으로 6개월간 고용이 둔화할 것이라는 비중은 20.2%에서 23.1%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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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대책 약발 있나=다급해진 미국은 비상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에 따른 주택대출금리 급등현상을 막기 위해 모기지 금리를 5년간 동결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위기대응 방안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6일 직접 발표한 것이다. 이는 주택대출금 상환부담 때문에 주택 보유자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200만 건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적용된 금리가 2008년 말까지 가장 많이 오를 전망이기 때문에 금리동결 조치가 없으면 현재 대략 월 1200달러 수준인 대출이자 상환부담이 1550달러로 350달러가량 올라가 가계에 부담을 주게 된다. 실제로 미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이용해 주택을 구입한 사람 가운데 50만 명이 급증하는 원리금 상환 부담에 못 이겨 집을 잃게 될 위험에 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3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주택의 차압률이 4.72%에 이르렀다. 역대 최고 수준의 주택 차압률이다. 모기지 부도율도 5.59%로 20년 만에 최고다. 부시의 이번 조치로 120만 가구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화당은 “민간에서 할 일을 정부가 나서는 바람에 시장을 왜곡할 소지가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너무 늦었다”는 반응이다.
◇교차하는 비관론과 낙관론=미국 경제가 앞으로 침체에 빠질 것인지에 대해선 비관론과 낙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최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는 미 경제가 하향세에서 벗어나 안정될 것이라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11월 공개된 FRB의 경제전망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주택시장이 바닥을 치고 금융시장도 점차 정상화하면서 회복돼 내년 성장률이 1.8∼2.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주택시장이 침체됐다고 하지만 미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를 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주택시장이 침체됐다고 해도 경제성장을 심하게 누르는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JP모건은 올해 4분기 미국의 경제 성장률을 0.5%로, 내년 1분기 성장률을 1.5% 정도로 낮췄지만 경기침체는 예상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런 미국을 보는 전 세계의 눈이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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