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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명저] “빈곤은 불평등, 스모그는 평등”

[다시 보는 명저] “빈곤은 불평등, 스모그는 평등”



『위험한 사회』 저자:울리히 벡 역자:홍성태 출판사:새물결/02-3141-8696 값:1만8000원

“빈곤은 불평등하지만 스모그는 평등하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유명한 명제다. 기존 산업사회의 문제가 빈곤과 계급 등 상하관계로 표출됐던 반면 현대 사회의 ‘위험’은 상하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해당된다는 얘기다. “절대 빈곤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이후 사회문제는 평등해졌다”는 말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는 역설이다. 그가 1986년 쓴 이 책 『위험사회』는 조금은 어렵고 딱딱한 학술서임에도 대중적인 성공을 거뒀다. 출간 후 5년 동안 독일에서만 6만 권이 팔렸고 전 세계 수십 개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이제 ‘위험사회’라는 개념은 대입 논술시험에도 출제될 정도로 일반적인 단어가 됐다. 그의 얘기를 다시 들어보자. “이제 ‘일상의 빵’을 위한 투쟁은 긴박성을 잃어버렸다. 이제 많은 사람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굶주림이 아니라 비만이다. 빈곤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전개되는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어두운 면이 있다. 근대화가 지속되는 중에 ‘부를 분배하는’ 사회의 사회적 지위와 갈등은 ‘위험을 분배하는’ 사회의 그것들과 결합됐다.” 산업발전이 거듭되는 동안 ‘빵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새로운 문제는 무엇인가? 핵, 테러, 환경오염, 부실공사, 화재, 안전사고…. 울리히 벡은 이 모든 것을 묶어 ‘위험(risk)’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 ‘위험’은 초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부(富)를 창출하기 위해 감수해야 할 부수적 요인이었지만 이제 이 ‘부수적 요인’의 문제는 지나치게 확대돼 ‘주 요인’이 돼 버렸다. “근대 초기의 무모한 모험은 ‘용기와 생산성’을 뜻했지만 이제 ‘모든 생명의 자기 파멸의 위협’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대책이 있어야 한다. 울리히 벡이 주목하는 것이 과학기술이다. 핵이나 유전자 조작, 초고층 건물, 컴퓨터의 작동 등은 모두가 과학기술의 결과물이며 위험의 창출 요인들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과학기술에 대한 지식을 소수의 엘리트와 전문가들이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시민들은 과학기술이 갖고 있는 위험을 모른 채 그 발전에만 열광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시민 모두가 고통 받고 있는데도. 결국 그는 과학기술의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은밀한 과학기술의 효과를 사회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와 성장, 과학기술이 강조되는 요즘 꼭 한 번 음미해볼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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