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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티브(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서 네거티브(원칙적 허용·예외적 금지)로 전환

포지티브(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서 네거티브(원칙적 허용·예외적 금지)로 전환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이명박 당선인이 재계 총수들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승연 회장, 정몽구 회장, 이건희 회장, 조석래 전경련 회장.

“MB노믹스의 요체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3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이어서 기업 환경 개선을 통해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리면 핵심 공약인 7% 경제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7% 경제성장률 달성은 기업에 달려 있다”가 된다. 이 당선인이 전경련 회장단을 찾아가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친기업적인) 정부’가 되겠다는 ‘선물’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알다시피 2008년 경제 상황은 좋지 않다. 이명박 당선인과 인수위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부실, 환율 하락, 유가 급등 등 외부 악재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투자 분위기를 조성하고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무현 정부가 못질 해놓은 각종 기업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2000년 이후 기업들의 설비 투자가 연평균 2.2%에 그친 것은 참여정부의 반기업적인 정서와 함께 기업활동을 제한하는 규제 때문이라는 인수위의 분석은 이런 입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인수위는 최근 3년간 신설된 경제관련 규제는 1102건으로 폐지 또는 완화된 규제 468건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금산분리·출자총액제한>

연기금·금융펀드 은행 소유 가능 인수위가 기업 규제 완화를 위한 우선 개혁 항목으로 삼은 것은 금산분리 완화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다. “그동안 금융산업 리스크는 정부가 커버해 왔다. 하지만 이젠 그 리스크를 기업들과 같이 막아야 한다.” 인수위 경제 1분과에 소속된 이창용 서울대 교수는 대선 직전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외환위기나 카드 대란 등 이른바 금융산업 리스크는 모두 정부가 홀로 짐을 떠안은 데서 오는 위기였다는 평가다. 새 정부에서는 금산분리 완화를 통해 이 리스크를 정부와 기업이 나눠 갖는 로드맵을 짜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인수위 발표가 나기 전까지 MB의 숨은 경제 브레인이었다. 금융분야의 이론·실무·정책 3박자를 꿰뚫고 있는 학자로 국내 자본시장의 현안과 제도에 대한 제안을 꾸준히 해왔던 인물이다. 금산분리 완화, 산업은행 민영화에 관한 공약의 초안을 짰다.
그는 미래에셋이나 국민연금 등 돈이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은행 소유를 못하게 돼 있는 현행 금산분리법의 불합리성을 강력하게 지적했다. 현재는 동일인(특수관계인·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의 자산 규모가 2조원을 넘으면 비금융주력자로 인정돼 은행 소유를 할 수 없다. 만약 A라는 기관투자가가 5000억원을 B,C,D라는 세 개의 은행에 나눠서 투자, 의결권을 가진 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치자. 현재 법으로는 A라는 기관투자가가 B,C,D라는 세 개 은행의 자산 합계 총액이 2조원을 넘으면 동일인으로 취급, 은행 소유를 할 수 없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경우 우리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공기업을 민영화할 때 국내에서 이들을 사들일 수 있는 곳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물론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일반 기업이 금융업체를 갖게 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회계 감사를 통한 엄격한 적격성 검토로 막을 수 있다고 본다. 금감원 등 금융감독기관이 주주 타당성 검사를 철저히 해서 은행에 준하는 회계 감사를 한다면 규제를 풀어줘도 아무나 선뜻 사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드물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새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정책이 대략 이 교수의 생각과 방향이 같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수위는 출자총액제한제(이하 출총제)에 대해서도 ‘폐지’ 입장을 밝힌 상태다. 대기업 출자액의 5%는 세액 공제할 것을 검토 중이다. 인수위 경제 1분과 팀장인 강만수 전 재경부 차관은 대선 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출총제 폐지에 대한 강력한 의사를 전달했다. “선진국 어느 나라에도 없는 출총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만일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그룹경영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었겠는가.” 그룹 간 순환출자를 자유롭게 해줘야 자금이 부족할 때 그룹 내에서 서로 지원할 수 있고 그래야 성장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인한 기업 투명성 위기를 염려해 출총제를 유지했던 노무현 정부의 발상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인세·유류세 등 세법 개혁>

신속하게 인하 예정 법인세나 유류세 인하 등 세법 개혁도 서두르고 있다. 현 정부가 25%로 유지했던 법인세를 경쟁국 수준인 20%대로 인하하고 세액 공제를 확대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법인세도 13~25%에서 10~20%로 대폭 낮출 예정이다. 유류세 등 탄력세는 10% 인하를 계획 중이다. 10%보다 더 내리려면 법 개정을 해야 하는데 일단 고유가 시대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시행령에서 바꿀 수 있는 10% 인하를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이 밖에 2003년 국회를 통과한 증권집단소송제도, 회계관리법 개정, 상속·증여세의 포괄주의법 등 세세한 기업 규제 법률안에 대해서는 아직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와 출총제 폐지를 두 축으로 현행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 방식’(포지티브 규제)을 탈피하고 ‘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 방식’(네거티브 규제)으로 전환하겠다는 큰 방향에서 세부 법 개정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규제 어떻게 되나


“환경과 기업 고려하는 융통성 발휘”
현재 과밀억제권역, 자연보존권역에서의 공장 증설이 사실상 금지돼 있다. 성장관리 권역에서도 대기업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공장을 증설할 수 있다. ‘산업 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기존 공장 제조면적의 100%는 인접지역에 증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것이 예외규정이다. 기존 공장 면적의 100%를 증설한 기업들은 수도권에 추가 증설을 못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경우 2012년 이후엔 현재 기흥·화성 반도체 단지에 더이상 공장을 건설할 수 없는 처지다. 인수위 경제 2분과 간사인 최경환 의원은 “참여정부의 수도권 규제는 이전 정부보다 크게 강화된 건 없지만 기존 규제를 풀지 않은 점이 지적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 사례로 공장 총량제를 꼽았다. 이 제도는 서울·경기지역의 과밀화를 억제하기 위해 수도권에 허용되는 공장 건축 허가 면적을 총량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수도권 집중 억제와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3년 단위로 일정 면적을 정해 그 범위 안에서만 공장 신·증설 및 용도 변경을 허가하는 제도다. 1994년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을 통해 도입돼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다. 하이닉스의 경기도 이천공장 증설도 참여정부는 상수원인 팔당호 주변이라는 이유로 반대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초 ‘2009년 이후 허용 추진’으로 입장을 정리, 사실상 현정부 내에서는 증설을 불허했다. 최 의원은 “기존의 수도권 규제가 엄격하게 적용되다 보니 기존 공장 옆에 땅을 가지고 있어도 지방에다 공장을 짓는 비효율, 비생산적인 일들을 겪어야 했다”며 “새 정부 수도권 규제 방향은 환경과 기업 입장을 동시에 고려하며 융통성 있게 운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규제법 개정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상수원 수질 오염 등 환경문제를 등한시 할 수 없기 때문에 강도 높은 규제 완화는 실행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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