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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에서 희망의 싹 키웁니다”

“폐광에서 희망의 싹 키웁니다”

▶1949년 출생 1971년 서강대 철학과 졸업 1972년 행시 11회 합격 1974년 서울대 환경대학원 수료 1977년 경제기획원 사무관 2003년 산림청장 2004년 상지대 산림학과 교수 2006년 광해방지사업단 이사장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 광산 개발 때문에 물도 땅도 중금속에 오염돼 믿고 먹을 게 없다.” 2004년 강원도 태백시와 정선군, 영월군 주민들은 지역구 의원인 이광재(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이 의원은 고민에 빠졌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3개 자치단체가 영원히 사라져버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이들 지자체는 매년 줄어드는 인구가 큰 고민거리였다. 10년 전만 해도 12만 명을 넘었던 태백시 인구는 5만 명 아래로 뚝 떨어졌다. 한때 주민들을 먹여 살렸던 광산이 주민을 내쫓는 ‘흉기’로 변해버린 것이다.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사람들이 떠난 그곳은 폐허로 변할 판이었다. 그해 11월 이 의원은 ‘광산개발에 의한 피해 방지 법안’을 발의했고, 그 결과 2006년 탄생한 조직이 광해방지사업단이다. 광해방지사업단은 설립과 동시에 기존 석탄합리화사업단의 업무를 전부 넘겨받았다. 석탄합리화사업단이 출자한 강원도 정선군 강원랜드와 경북 문경시 문경레저타운의 지분도 광해방지사업단이 넘겨받았다. 현재 광해방지사업단은 강원랜드(36%)와 문경레저타운(44%)의 최대 주주다. 산림청장을 지냈고, 상지대에 재직 중이던 최종수 교수가 초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평소 광산개발의 부작용을 큰 문제라 생각해 왔던 그는 이사장 제의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문제를 풀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는 교수직을 내놓을 만큼 의미 있는 일이라고 확신했다. 부임하자마자 해결책을 모색하느라 지난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과를 보냈다. 주민들에게는 하루가 급한 일이었기 때문에 앉아서 업무를 추스를 수만은 없었다. 최종수 이사장은 “서둘러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폐광지역 주민들은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되는 게 눈에 선한데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하루가 멀다고 부작용을 겪고 있는 지역을 찾아 다녔다.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광산에서 흘러나온 철, 구리, 수은 같은 중금속 때문에 물은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땅도 마찬가지였다. 작물을 심어도 중금속 오염으로 자라지 않았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었다. 수백m씩 파 들어간 갱도 때문에 지반이 내려앉아 도로도 낼 수 없고, 건물도 지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오염 때문에 주민들은 생활은커녕 생명까지 위협받고 있었습니다. 바로 1000억원을 투입해 물부터 정화했습니다.” 중금속을 제거하는 작업은 힘들고 비용도 엄청났다. 한번 훼손된 자연을 살리는 게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는 이번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건에서도 증명된다. 다행히 돈을 쏟아 부은 만큼 성과는 있었다. 주민들의 불만도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두 해에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2007년 초 광해방지사업단에 기술연구센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광해 전문가 21명을 새로 채용했다. 전부 석사 이상이다. 좀 더 선진화된 기술로 이 문제를 풀어보자는 게 목적이다. 기술연구센터는 현재 2건의 특허기술을 갖고 있다. 자연친화적으로 중금속 오염 수질을 정화하는 기술과 광물 찌꺼기에서 중금속을 제거하는 기술이다. 이 밖에 기술연구센터는 50억원을 투입해 중금속 오염 개선과 관련된 기술 30여 건을 개발 중이다. 올해 안에 15건의 기술을 특허출원할 예정이다. 사업단은 광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450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최 이사장은 “그동안 노력한 결과 10년 후에는 이들 지역 주민들이 별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참고 기다려준 주민들에 대해 참으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업단은 광산개발로 인한 피해 대책 마련 외에도 폐광지역 재개발과 석탄산업 지원 등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조성 중인 영월군의 동강시스타와 보령시 대천리조트 개발계획도 폐광지역 재개발사업의 일환이다. 2006년부터 건설하고 있는 동강시스타는 동강을 중심으로 래프팅 시설, 스파, 예술숲 등을 지을 계획이다. 대천리조트는 ‘제2의 강원랜드’가 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갖고 있다. 정선군 일대 탄광지역을 카지노·레저시설로 개발한 강원랜드는 매년 1조2000억원대의 경제효과를 거두고 있다. 2012년 완공 예정인 대천리조트는 대천해수욕장과 장항선 옥마역을 중심으로 개발된다. 이곳엔 허브 생태 테마파크, 갱도 체험관, 기차 체험관 등이 들어선다. 최 이사장은 “이 리조트에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협상의 전략』 가장 감명 깊게 읽어
이미 사업단이 개발해 운영 중인 문경레저타운, 삼척 블랙밸리 컨트리클럽은 폐광지역을 개발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는 “이제 폐광지역은 처리 곤란한 고민거리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희망의 땅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90년대 초 광산업이 몰락하자 석탄업을 주업으로 하던 지역의 생계 문제는 정부의 큰 고민거리였다. 하지만 레저관광단지로의 재개발이 해법이 됐다. 라스베이거스처럼 발상을 바꾸면 폐허도 좋은 관광자원이 된다는 점을 일러준다. 최 이사장은 여섯 번째 폐광 개발지역으로 전남 화순군 광산단지를 꼽았다. 20만 평에 달하는 이 부지는 건강관리단지로 개발될 계획이다. 현재 화순군 지자체와 협의 중이다. 광해방지사업단은 석탄산업 지원에도 매년 450억원가량을 투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석탄산업이 사라지는 걸 막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석탄 1t의 원가는 23만원. 수입 석탄보다 13만원가량 비싸다. 13만원 차이를 광해방지사업단에 메워주고 있는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석탄산업이 사라진다면 5000여 명이 바로 일자리를 잃게 되고, 연탄을 사용하는 수많은 서민의 겨울은 춥기만 할 것이다. 사업단은 또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탄 보조금에도 일부 예산을 쓰고 있다. 2007년에는 13억원을 썼고, 올해는 30억원을 배정한 상태다. 최 이사장은 1972년 행정고시(11회)에 합격해 20년 이상 공직에만 있던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경영이 어렵다”고 말한다. 경영자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럼에도 그는 CEO의 마인드와 부지런한 발로 많은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영이란 다양한 인재의 능력을 하나로 묶어 조직의 힘으로 보여주는 능력입니다. 경영자의 능력에 따라 1 더하기 1이 1이 될 수도 있고, 100이 될 수도 있더군요.” 그는 직원들의 능력을 묶어 100으로 보여주기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자기 분야에만 충실하면 되는 공무원과는 또 다른 생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최 이사장은 친한 기업 경영자들을 만나 도움을 구하기도 하고, 경영 관련 책도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다. 최 이사장은 코헨의 『협상의 전략』을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꼽았다. 경영자로서의 올바른 화법을 익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지시만 하는 경영자는 직원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시보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여기 와서 알았습니다.” 그가 말하는 올바른 협상이란 서로 윈-윈 하는, 이익을 볼 수 있는 대화법이다. 최 이사장은 올바른 협상을 위해 직원들과의 소통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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