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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위 ‘비단길’ 따라 돈 움직인다

한강 위 ‘비단길’ 따라 돈 움직인다

“이제 일산과 김포가 가까운 이웃이 된 느낌입니다.” 한강의 가장 하류에 만들어진 일산대교가 개통되고 이틀 후인 지난 1월 12일 낮, 일산에 산다는 한 운전자는 “제한속도인 시속 80km로 건너오는 데 1분3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밝게 웃었다. 개통 소식이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데다 많은 눈까지 내린 직후여서인지 다리 위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일산에서 넘어오는 차량이 김포에서 넘어가는 차량에 비해 훨씬 많았는데 일산대교주식회사 관계자는 “통행량이 3대 1의 비율로 일산 → 김포가 많다”고 밝혔다. 이는 일산과 자유로에서 진입이 편리한 반면 김포에서의 진입은 불편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산 쪽에서는 자유로와 전시컨벤션센터인 킨텍스(KINTEX) 모두 바로 연결되지만, 김포 쪽은 태리IC 한 군데로만 들어가야 한다.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오는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제방도로에서는 아예 진입이 안 된다. 파주 교하신도시에 살면서 인천에 있는 교회를 자주 다닌다는 이계호(30·사업)씨는 “앞으로는 일산대교를 이용하려고 차를 몰고 나왔다”며 “일산에서 접근은 아주 좋지만 김포 쪽 나가는 곳이 좁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현재는 일산에서 건너오면 제방도로 옆 김포소방서 앞 편도 1차로 도로로 빠지게 돼 있다. 오는 4월 정식 개통 후에는 김포 우회도로와 연결된다. 이날 일산에서 김포로 들어오는 차량 중에는 가족을 태우고 강화도 등에 나들이 가는 차량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일산대교의 개통은 일산·고양·파주 등 경기 서북부와 김포·강화·인천 등을 연결하면서 인근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산과 김포는 그동안 한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으면서도 통행이나 수송 면에서 불편이 적지 않았다. 97년 완공된 김포대교가 있지만 김포나 일산 모두 동쪽 끝까지 나가서 건너가야 하는 데다 김포대교 통행량이 10만 대를 넘어서면서 다리 위 정체현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산~김포 왕래 2분 만에 거뜬
일산대교 개통에 따라 그동안 김포대교로 우회해 건너다녔던 두 지역 운전자들은 가장 실질적인 혜택을 보게 되었다. 일산대교와 김포대교의 간격은 자유로에서는 8.5km, 김포 쪽에서는 10km로 주행거리상 20km 이상을 돌아야 했던 것이다. 일산대교㈜ 관계자는 “운행시간이 20여 분 짧아지고 우회로 인해 낭비됐던 기름값이 절감되는 이점 등을 고려하면 하루 평균 통행량을 4만2000대로 예상할 때 연 600억원의 직접적인 절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는 4월 정식 개통 이후 김포 쪽 진출입로가 보완되면 통행량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파주의 LG필립스 단지와 출판·영상 단지, 문산의 산업단지 등은 인천항과의 운송거리가 짧아짐에 따라 물류 비용을 크게 줄이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김포 주민들은 일산아람누리·출판단지·한류우드 등 대형 문화시설, 킨텍스, 이마트 등 유통시설, 일산호수공원, 통일동산, 임진각 등을 가깝게 이용할 수 있다. 일산 주민들의 경우 강화도 일대 유적과 강화·김포 재래시장, 5일장 등 나들이를 더욱 편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인천시가 추진 중인 송포~검단신도시 간 98번 도로가 완공되면 장기적으로는 일산·파주~인천이 직선 도로로 연결된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검단지구, 불로지구, 청라지구 등 대단위 주거단지와 연결도 더욱 단축될 것이다. 일산대교 개통과 함께 파주시와 서울 상암동을 잇는 제2자유로가 2009년에 개통되면 김포에서 서울 강북 진입은 더욱 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대단위 주택단지 개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김포와 인천 북부지역에서는 김포신도시(장기·양촌지구), 인천 검단신도시, 청라지구, 고촌지구, 불로지구 등 대단위 주거지역 개발이 추진되고 있으며 김포시 대곶면 대벽리에서는 세계 유일의 헬기 산업 전문단지가 될 항공산업단지 1단계 공사가 지난해 말 준공됐다. 일산과 파주 쪽으로는 교하지구, 운정신도시, 일산지구, 풍동지구 등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한강변 군사용 철책선 제거도 추진되고 있다. 일산대교 개통 후 가장 먼저 재미를 보고 있는 곳은 이른바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들이다. 일산대교 북단의 한 매운탕 집에서는 김포에서 건너온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김포 쪽 이름난 음식점들에도 일산 손님들의 차량이 늘고 있다. 부동산 시세는 이미 일산대교의 영향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 중개업소들의 분석이다. 일산대교 남단 제방도로 인근의 김포시 걸포동 일대는 개통 이전에 이미 땅값이 올라 도로에서 한 블록 들어간 절대녹지의 경우 3.3㎡당 80만~1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김포시내 성부부동산사무소 장명철 사장은 “일산대교 개통에 따라 농민들이 서로 강을 건너가 농사를 짓는 것이 가능해졌다”면서 “일산대교 진출입로가 제대로 갖춰지는 3월부터 부동산 매매가 다시 기지개를 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산대교 개통의 또 다른 수혜자는 골프장들이다. 김포의 김포컨트리클럽(CC), 양주의 송추CC, 파주의 서원밸리골프클럽 등은 교통 면에서 편리해지게 됐다. 김포CC 관계자는 “일산대교가 개통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체적인 영향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회원권 가격이 지난해 초부터 꾸준히 올라 현재는 2억5000만원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음식점엔 벌써 ‘강 건너 손님’ 몰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포시내 한 상인은 “다리만 개통되었을 뿐 주민들을 위한 편의 시스템이 안 돼 있어 아직은 김포 주민들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상인은 “일산대교 개통 효과를 높이기 위해 김포시와 경기도가 주변 도로 및 재개발, 재래시장 주차장 개설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일산에는 시설이 잘 되어 있는 종합병원과 유흥업소 등이 많고 이마트 같은 대형 쇼핑센터와 아람누리극장 같은 대형 문화공연장 등이 있어 김포 사람들의 소비가 그쪽으로 흘러갈 수 있다”며 “기대 반, 걱정 반”이라고 말했다. 산악동호모임인 삼정산악회 김숙 회장은 “일산 주민들을 유치하기 위해 김포의 먹거리 문화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포시의 유일한 종합병원인 김포우리병원 관계자는 “지난해 치과를 개설하고 병동을 전부 리모델링하는 등 병원 수준을 높여 양질의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일산대교는…


수도권 서북 상권 잇는 핵심 축
일산대교는 경기도가 시행한 최초의 민간자본 도로다. 경기도 고양시 법곶동(이산포IC)과 김포시 걸포동(걸포IC)을 연결하는 1.59km(총길이 1.84km)의 왕복 6차로 교량이다. 대림산업·현대건설·대우건설·금호건설 등 5개 업체가 출자해 만든 일산대교주식회사(대표이사 김중곤)가 BTO(Build-Transfer-Operate)방식으로 건설과 관리를 맡고 있다. 일산대교㈜가 2200여억원을 들여 건설한 후 경기도에 소유권을 넘겨주고 30년간 관리 운영을 맡아 통행료를 징수하면서 투자금과 이익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일산대교 개통에 따라 한강 교량은 모두 33개로 늘어났는데 한강대교·한남대교처럼 새로 지어 복교(複橋)가 된 것을 하나로 치면 27번째가 된다. 지난 1월 10일 임시 개통해 무료로 건너 다닐 수 있으며 오는 4월부터는 1200원의 통행료를 내야 한다. 한강에서 통행료를 받는 다리로는 구리~중부고속도로 연결 다리인 강동대교에 이어 두 번째다. 김중곤 일산대교㈜ 사장은 “오는 4월 정식 개통 이후에는 강화와 김포공항 방향의 진출로가 모두 갖춰져 김포공항~강화 간 48번 국도와 연결되므로 불편이 해소될 것”이라며 “김포, 일산 지역의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 등이 본격화되면 일산·파주 지역과 김포·강화·인천을 연결하는 주요 연결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일산대교는 횡으로는 인천~김포~고양~파주, 종으로는 김포~강화~개성을 연결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큰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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