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우기도 바쁘니 ‘고객은 나가’
![]() |
▶오는 4월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을 놓고 은행과 보험업계가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사진은 방카슈랑스 시행을 주장하는 은행장들(왼쪽)과 이를 반대하는 보험업계 대표들이 각각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최근 밥그릇 싸움이 한창인 곳은 은행과 보험권이다. 싸움의 빌미는 방카슈랑스. 은행의 보험상품 판매를 뜻하는 방카슈랑스는 2003년 도입 때부터 논란이 된 제도다. 당시 은행과 보험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정부는 금융 선진화와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해 방카슈랑스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보험업계에 미칠 파장을 감안해 1~4단계로 순차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는 3단계 방카슈랑스까지 시행된 상태다. 4단계 방카슈랑스는 당초 2005년 4월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보험업계의 반대로 3년이나 연기됐다. 그 기한이 오는 4월이다. 4단계 방카슈랑스가 도입되면 그동안 은행에서 팔 수 없었던 자동차보험과 종신보험도 판매가 가능해진다. 사실상 은행에서 모든 보험상품을 취급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대량 실직 뻔해 vs 규제완화 급해 마지막 방카슈랑스 시행을 코앞에 두고 보험업계에서는 ‘시행 연기’도 아닌 ‘시행 철회’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법으로 정해진 방카슈랑스를 총파업 등 물리적 방법으로라도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에서는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 반대를 일컬어 ‘4월 항쟁’이라고 부를 정도다. 실제로 지난 1월 23일 손해보험협회에는 보험사 사장단은 물론 보험 관련 협회, 노동조합, 보험설계사, 보험대리점협회 등 보험 관련 인사들이 총 집결해 결사항전 의지를 다졌다. 보험 관련 인사들이 한데 모인 것은 국내 보험 역사상 처음이다.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 철회를 위해 보험업계가 총력전에 나섰다는 뜻이다. 보험업계는 ‘30만 보험설계사의 대량 실직 사태’를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 철회의 이유로 들고 있다. 보험설계사의 주요 업무인 종신보험 및 자동차보험까지 은행에서 판매할 경우 대량 실직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이나 6% 성장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험업계는 경고하고 있다. 남궁훈 생명보험협회장은 “은행권은 3단계 방카슈랑스를 통해 수천억원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며 “그럼에도 일부 비용손실을 막기 위해 많은 보험설계사를 실업으로 내몰려고 하는 것은 매우 편협한 이기주의”라고 말했다. 마화용 손해보험노동조합 위원장은 “4단계 방카슈랑스를 시행할 경우 생·손보 총파업까지 불사할 것”이라며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 일정을 연기하거나 유보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은행권에서는 “금융산업 선진화를 위해 4단계 방카슈랑스가 일정대로 시행돼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금융산업 선진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해도 모자랄 판에 있던 규제완화마저 철회한다면 선진화는 물론 대외 신인도도 추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보험업계가 주장하고 있는 ‘보험설계사 대량 실직’에 대해서도 은행권에서는 “현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있다. 오히려 방카슈랑스로 인해 보험업계의 자산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보험설계사 수와 업무 수준도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은행연합회는 “2003년 8월 방카슈랑스 도입 이후 단계별로 보험상품 판매가 확대 시행됐지만 보험설계사는 오히려 4000명이나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방카슈랑스가 도입된 이후 보험업계는 연 평균 12.6% 성장했지만 은행권은 연 평균 7.6%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방카슈랑스 시행이 오히려 보험업계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이 무산되면 은행권이 구축한 보험 판매 전산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도 문제다. 은행권은 2005년부터 방카슈랑스 시스템 구축에 166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올해도 110억원 정도를 투자할 계획이다.
![]() |
정치논리에 휘둘리는 금융정책 ‘방카슈랑스’라는 해묵은 논쟁이 은행과 보험업계의 전면전으로 확대된 것은 정치논리가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30만 보험설계사의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면서 싸움의 불씨를 지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통합민주신당은 지난해 대선 당시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 철회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까지 제출한 상태다. 또 최근에는 한나라당도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에 반대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와 관련해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이대로 가면 30만 명에 달하는 보험설계사와 대리점들이 심각한 문제에 당면할 가능성이 있다”며 “2월 임시국회에 당론으로 보험업법 개정안을 제출, 방카슈랑스 4단계가 이행되지 않도록 일단 중지시킬 방침”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금융정책이 정치논리에 휘말려 후행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은행권 고위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표심을 모으기 위해 금융정책을 흔들고 있는 형국”이라며 “대통합민주신당이 먼저 선수를 치자 잠잠하던 한나라당도 똑같이 행동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유지창 은행연합회 회장도 “금융 문제는 금융 논리로 풀어야 한다”며 “정부가 확정 시행키로 한 4단계 방카슈랑스 정책이 뒤집어지면 정부 정책의 대내외 신인도가 훼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4단계 방카슈랑스 중단은 각종 규제를 풀겠다는 새 정부 기본 방침에도 정면으로 반한다”고 덧붙였다.
방카슈랑스(Bancassurance) Bank(은행)와 Insurance(보험)의 합성어로 은행이 보험사와 연계해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Klout
Klout
섹션 하이라이트
섹션 하이라이트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 모아보기
- 일간스포츠
- 이데일리
- 마켓in
- 팜이데일리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현대약품, 영남권 산불 피해 주민에 구호물품 지원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45세’ 김종민 경사…공개 열애 8개월만, 오늘(20일) 결혼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대학서 강의한 아파트 관리소장 징계받은 이유[슬기로운회사생활]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한화에어로 유증 여전히 물음표…또 제동 걸렸다[위클리IB]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동물실험 폐지 명암] 투심 쏠린 토모큐브, 빅파마가 주목하는 까닭①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