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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난치병 치료에 햇빛 비친다

3대 난치병 치료에 햇빛 비친다


자폐증 발견 자폐증은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어린이의 장점을 토대로 사교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육 프로그램이 훗날 질병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단법이 없어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다만 과학자들은 어린이를 자폐증에 취약하게 만드는 유전자의 이상을 천천히 알아가는 중이다.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은 최근 16번 염색체의 특정 부위가 일부 자폐증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발생 장소라고 보도했다. 현재로선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매우 복잡한 일이다. 똑같은 경우가 없고 증세도 경증에서 중증 등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첫돌이 오기 전에 자폐증 조짐이 보이더라도 대다수 어린이는 만 세 살이 되기 전에는 자폐증 진단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자녀의 행동을 잘 아는 부모가 가장 효율적인 진단 “도구”다. 미국소아과학회는 최근 소아과의사들에게 유아의 자폐증 진단에 부모를 개입시키라고 권장하는 검사지침을 발표했다. 정상적으로 자라는 아기도 생후 9개월, 18개월, 24개월 등의 특정 시점에서 병원에 올 때 검사를 하라고 지침서는 말한다. 6~8개월 된 건강한 아기는 의사소통도 하고 사회적 신호에 비언어적으로 반응한다. 대부분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위를 쳐다보거나 고개를 돌린다. 12개월째가 되면 대체로 웅얼거리고 사물을 가리킨다. 16개월째에는 한 단어를, 24개월째에는 두 단어 어구를 말한다. 대조적으로 자폐증 아기는 눈을 맞추려 들지 않고 익숙한 목소리에 반응하지도 않는다. 말을 전혀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놀이도 대체로 반복적이고 상상력이 제한된 특징(크레용으로 색칠놀이를 하기보다는 가지런하게 정렬한다)을 보인다. 흥분하거나 실망해 손을 마구 흔들기도 한다. 이런 동작들 자체만으로 아이가 자폐증이나 다른 발달장애에 걸렸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그러나 자녀가 이런 조짐을 보이면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치료법은 없지만 어린이가 정상 환경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배워 독립심을 키우고 장래가 좀 더 밝아지게 도움을 주는 일은 가능하다. [KERIM MUNIR, SC.D, M.B.(보스턴 아동병원과 하버드 의대 정신과 의사), SUZANNE COULTER ROSE(하버드 건강출판부 편집자)]
알츠하이머병의 비밀
증세를 일으키기 몇 해 전, 혹은 수십 년 전 시작되는 알츠하이머병은 조용히 째깍거리는 시한폭탄이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의사들은 그 째깍 소리를 “듣는” 진단법을 개발하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알츠하이머병의 조기진단[경증인지장애(MCI)라는 단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크게 문제되지도 않았다. 치료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병을 조기에 찾아내는 진단법들이 나왔다. 증세를 덜어주는 일부 약품은 임상시험이 한창이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일어나는 뇌의 수축은 이제 3차원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측정이 가능하다. 이 기술은 일련의 MRI 뇌사진을 찍은 뒤 정교한 수학 모델을 이용해 결과를 분석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3차원 MRI를 통해 연구원들이 알츠하이머병으로 최초에 영향을 받는,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상융기 같은 뇌부위의 미묘한 축소를 식별해낸다는 사실이다. 임상에 제한적으로 이용하는 또 다른 기술은 양전자방출 단층촬영술(FDG-PET)이다. 이 기술로 찍는 사진은 추상적 사고, 추론, 학습을 관장하는 대뇌피질 안에서 일어나는 포도당의 신진대사 형태를 보여준다. 활발한 뉴런은 포도당을 먹고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포도당 섭취가 특정 형태로 감소하면 곧 알츠하이머병이라는 증거다. 과학자들은 연구 환경에서 심지어 FDG-PET를 이용해 아직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지는 않았으나 걸릴 위험이 있는 사람, 또는 경증인지장애가 있는 사람을 식별했다.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속에 축적돼 뉴런을 죽이는 단백질인 타우 덩어리에 관한 최근의 발견에 근거한 다른 형태의 단층촬영술도 있다. 피츠버그 대학 연구원들은 피츠버그 화합물B(PIB)를 개발했다. 이 물질을 혈액에 주입하면 뇌 속의 아밀로이드 플라크에 달라붙어 PET 사진에 나타나게 된다. PIB를 이용한 PET 사진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건강한 사람이 뚜렷하게 구별된다. 진행형 MCI 환자를 식별하는 데도 도움이 될지 모른다. 색다른 연구도 있다. 뇌척수액(깨끗한 척수액이 끊임없이 뇌와 척수를 적신다) 안에서 일어나는 특정 뇌단백질 수치의 조기 변화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 타우 단백질의 척수액 농도가 대체로 높아진다. 알츠하이머병 초기에는 인산화 타우라는 변형된 타우 단백질이 검출되기도 한다. 알츠하이머병에는 Aβ42라는, 변형된 베타아밀로이드의 척수액 농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전형적이며, 알츠하이머병으로 발전할 MCI 환자를 식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런 새로운 촬영법과 생화학적 방법은 모두 제각기 유망하지만 몇 가지 영상 검진과 생화학 지표를 함께 쓰면 가장 정확한 진단 결과가 나온다. 예컨대 뉴욕대 의대 과학자들은 해마상융기의 3차원 MRI, 인산화 타우의 척수액 농도, 산화 스트레스의 표지인 이소프로스테인을 함께 쓰니 알츠하이머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경증인지장애 환자를 식별하는 진단 정확도가 개선됐다고 보고했다. 당뇨병의 경우처럼 단번에 알츠하이머병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혈액검사가 개발되는 날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단 기술이 발달하기 때문에 증세가 나타나기 훨씬 이전에 병을 찾아내는 일이 가능할지 모른다. 게다가 증세를 덜어주는 약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면 그야말로 희소식이다. [JOHN GROWDON, M.D.(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부설 매사추세츠 알츠하이머병 연구소 소장 겸 하버드 의대 신경학과 교수), ANN MACDONALD(하버드 정신건강회보 편집자)]
여성 심장질환
가장 흔한 심장질환의 진단을 논하면서 일부 흉부외과 의사는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헨리 히긴스 교수처럼 한탄하고 싶다. “여자는 왜 남자를 좀 더 닮지 않았을까?” 가슴이 뻐개질 듯 아프거나 육체 활동이나 스트레스로 숨이 차는 등의 흔한 증세를 보이지 않는 여성이 많기 때문이다. 대신 가슴 전체가 답답하고, 뚜렷한 이유도 없이 유난히 피곤하거나 우울하다. 설상가상으로 관상동맥 질환 진단에 최고라는 검사법이 여성의 경우엔 대체로 남성처럼 잘 통하지 않는다. 그 결과 놀라울 정도로 많은 여성 심장질환자가 병원이나 응급실을 수시로 찾아가는 데도 불구하고 환자 판정을 안 받고 그냥 넘어간다. 심장근육으로 흐르는 피는 먼저 대동맥(관상동맥)을 거쳐 작은 혈관 조직들로 가지를 치며 나간다. 남녀 모두 심장질환 증세는 보통 콜레스테롤이 가득한 플라크가 심장근육으로 흐르는 피를 늦추다가 결국 완전히 봉쇄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1세기 전부터 알려진 이 유형의 심장병은 관상동맥 혈관조영술(또는 동맥조영술)로 검사가 가능하다. 성능은 그보다 떨어지지만 특수 CT와 MRI 촬영처럼 신체를 건드리지 않는 비침습성 검사도 있다. 가슴 통증이나 기타 심장병 증세를 보이는 많은 여성이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장애 환자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겨우 지난 10년 동안의 일이다. 이처럼 근본적으로 다른 형태의 심장질환은 여성이 주로 걸리는 암을 몽땅 합친 만큼 흔하고 비싼 대가를 치른다. 무려 300만 명의 미국 여성이 이 심장병에 걸린다. 남자가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빈도는 비교가 안 된다.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장애는 최근에야 발견됐다. 지금까지는 심장의 작은 동맥을 못 보았기 때문이다. 표준 혈관조영술로는 보지 못한다. 미세혈관 기능장애가 발생하면 이 동맥들이 이완하고 팽창하면서 심장근육에 혈류를 늘리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그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열심히 일하는 심장근육이 더 많은 피를 필요로 할 때 그 작은 지류들이 가장 쉽게 반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 팽창하는 능력을 잃으면서 대동맥 봉쇄의 경우처럼 심장근육으로의 혈류가 확실하게 제한되고 내내 같은 증세가 일어난다.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장애라는 말을 아직 들어보지 못한 의사도 많다. 현재 가장 결정적인 진단법은 관상동맥의 혈류 예비력이나 관상동맥의 반동력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끝에 혈류 감지기가 달린 아주 가느다란 철사를 관상동맥에 집어넣는다. 그런 다음 미세혈관의 팽창을 일으키는 약물 한두 가지를 주입하기 전과 후의 관상동맥 혈류를 측정한다. 미세혈관 기능장애를 발견하는 비침습성 대안은 심장 MRI다. 이 사진은 심장에 미세혈관을 팽창시키는 약물을 주입하기 전과 후 심장근육에 흘러드는 혈액의 양을 측정한다. 관상동맥 반동력 시험과 마찬가지로 혈류가 증가하지 않으면 미세혈관 기능장애로 판정된다. 가슴 통증이나 답답함이 계속되고, 숨이 차며, 이유도 모르게 피곤하고 울적한 여성은 혈관조영 검사에서 동맥이 깨끗하게 나왔더라도 특수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의사가 아무 문제 없다고 하면 요즘 늘어나는 여성 심혈관 질환센터를 찾아가 다시 검사해 보라.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장애일지 모른다. [PATRICK SKERRETT(하버드 심장회보 편집자), JANE LEOPOLD, M.D.(하버드 의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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