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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규의 감성경영] 새 눈으로 인재를 보라

[이동규의 감성경영] 새 눈으로 인재를 보라

과감한 외과 수술로 고질적인 영국병을 치료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영국의 대처 전 수상은 각료들에게 “디자인하거나, 아니면 사임하라(Design or resign)”고 주문했다. 한마디로 아이디어가 없으면 자리를 떠나라는 이야기였다. 지금 한국에서도 대처식 처방이 진행 중이다. 작은 정부란 화두 아래 최대 규모의 정부조직 개편이 벌어지고 있다. 조직이 바뀌면 누구나 불안해 한다. 바뀌는 내용이 내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놓고 각종 소문이 무성하게 피어난다. 뚜껑을 열면 반드시 희비가 교차하게 마련이다.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면서 옷이나 신발 사이즈도 계속 변하고 쓰던 책상, 의자, 공부방도 변하게 된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고객과 시장의 변화에 따라 조직의 구조와 내용도 변해야 한다. 사실 조직 개편에는 정답이 없으며, 누구나 만족해 하는 조직도 없다. 문제는 그 조직의 서비스를 받는 고객의 입장에서 평가해야 하다는 점이다. 지속적 가치 창출(CVC·Continuous Value Creation)로 요약되는 현대 기업경영의 목표에서 보듯이 새로운 가치 창출이야말로 핵심인 것이다. 결국 조직 개편에서 있어서 핵심은 사람의 경쟁력으로 귀착된다. 이와 관련해 기업 문화의 세계적 석학 짐 콜린스는 “버스가 어디로 갈지를 정하는 것보다 좋은 사람을 태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갈파했다. 조직의 성공을 위해 중요한 것은 조직 개편안의 정교한 디자인이나 부서 명칭이 아니라 결국은 기업의 문화적 수준이며 이는 바로 인재경영에 있다. 인물상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늙어 죽을 때까지 인용하는 <삼국지> 의 유비, 관우, 장비 그리고 공명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삼국지> (三國志)보다는 <삼국지연의> (三國志演義)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유비를 인자한 리더의 대명사로, 조조를 교활하고 잔악한 인물의 상징으로 여겨 왔다. 그러나 경영학적 시각에서 볼 때 냉정한 평가는 다르다. 유비는 결국 경영에 실패한 CEO일 뿐이며 오나라의 손권은 경영후계 계승에 실패한 CEO다. 이에 비해 조조는 그 위치에 비해 너무나 박한 평가를 받아왔다. 삼국을 평정한 진정한 승리자인 조조는 사실상 성공한 CEO임에 틀림없다. 중국의 대문호 루쉰은 “조조는 새로운 시대를 열고 뒤에 올 시대를 개척한 중국 역사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영걸의 하나” 라고 평가했다. 사람의 마음을 끄는 신비로운 능력을 갖춘 유비에 맞서 승리한 그 비결은 무엇일까? 조조는 천하의 인재를 모으기 위한 ‘구언령(求言令)’을 선포하며 “도덕적이진 않아도 재능만 있다면 관리로 등용하겠다”고 했다. 그는 그 먼 옛날에 이미 능력에 기초한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시행한 것이다. 그는 이 기준을 근거로 인재를 기용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했으며, 그들을 최대한 아끼고 배려함으로써 성과를 이끌어 냈다. 심지어 사위를 선택할 때도 이 기준은 달라지지 않았다. 수많은 왕손과 제후들의 청혼을 거절한 조조의 선택은 학식도 높고 재능도 많으나 외모가 추하고 한쪽 눈이 먼 애꾸라는 이유 때문에 주변에 배척당하고 있던 정의(丁儀)란 젊은이였다. 이 소식을 들은 아들 조비가 조조를 말렸지만 오히려 조조는 “학문이 깊고 재능이 있는 이상 외모를 따질 필요는 없다. 이 세상에 완전무결한 사람은 없는 법”이라고 말하며 조비를 설득했다고 한다. 그 결과 그의 주위에는 수많은 인재풀이 형성됐다. 순욱, 순유, 곽가 등 당대의 뛰어난 인물들이 조조의 싱크탱크를 형성해 조직의 성공을 이끌어 낸 것이다. 새로운 정권 인수위에서도 사람이 없다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데이빗 라이백은 <설득의 리더십> 에서 “진정한 리더십은 새로운 인재를 찾는 데 있지 않고 새로운 눈으로 사람을 보는 데 있다”고 했다. 핵심 인재는 없다. 인재가 핵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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