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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분뇨로 북한에 불을 켠다

축산분뇨로 북한에 불을 켠다

▶김문수 경기지사(왼쪽)가 지난 1월 16일 열린 신재생에너지 심포지엄에서 UN 관계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통일부 폐지. 햇볕정책은 빛을 잃어가고 있다. 대신 이명박 정부는 북핵 폐기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가운데 실용주의적 입장에서 대북정책을 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실용주의적 맥락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을 어떻게 도와야 할까.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제안한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남북 에너지협력 방안에 대해 소개한다.
“남북한이 유엔의 자금지원을 받아 축산 분뇨를 활용해 에너지와 비료를 생산한 뒤 남한의 환경문제와 북한의 에너지난을 동시에 해결하자.” 지난 1월 1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반도 신재생에너지 개발 프로젝트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남북 에너지협력 방안의 요지는 이렇다. 바다에 그냥 버려져 해양오염을 유발하거나, 돈을 들여 정화 처리한 뒤 하수구에 흘려 보내던 골칫덩이 가축 분뇨로 바이오가스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바이오가스 생산시설(플랜트)을 남북에 각각 건설하면, 남측은 분뇨에 따른 환경오염을 방지할 수 있고, 북한은 생활 전기를 얻어 에너지난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오가스란 바이오매스에서 생산된 메탄이나 수소가스. 바이오매스란 식물이나 미생물 등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생물체를 뜻하며 지구상에서 1년간 생산되는 바이오매스는 석유의 전체 매장량과 맞먹는다. 고갈될 염려도 없다. 예를 들어 브라질에서는 바이오매스 에너지인 사탕수수와 카사바에서 채취한 알코올을 자동차 연료로 쓰고 있다.
통일부가 국민 세금을 걷어 1조원에 달하는 비료·쌀·전기를 북한으로 ‘퍼주기’하는 게 아니라 우리 환경도 보전하면서 북한도 돕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을 하자는 취지다. 게다가 유엔의 자금지원까지 받을 수 있다. 국제기구의 금융지원으로 남한이 시설을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테러지원국으로 규정된 북한에는 월드뱅크와 같은 국제금융기구의 지원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 사업에 대해서는 지구환경기구(GEF)의 기금을 유엔개발계획(UNDP)과 같은 기구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다. GEF는 월드뱅크를 통해 베트남에 1500만 달러를 지원한 적이 있다. 현재 ‘한반도 신재생에너지 개발 프로젝트’는 경기도와 삼성경제연구소가 주축이 돼 진행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GEF 관계자들은 지난 1월 16일부터 21일까지 한국에 와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건설할 후보 지역 실사를 벌였다. 이 프로젝트가 국제기구의 협력을 얻어야 하는 만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11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협조를 구했고, 반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남북한의 재생에너지 개발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경기도가 바이오가스 플랜트 건설로 예상되는 효과를 분석, 북한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꽤 생산성이 높다. 하루 300t의 축산 분뇨를 처리할 경우 300가구 규모의 협동농장 7개소와 2000여 가구의 전력난을 해결할 수 있다. 또 축산 분뇨를 처리한 뒤 나오는 비료는 농경지 24km2에 연간 두 차례 뿌릴 수 있는 규모다. 보통 1000마리의 돼지 분뇨에서 하루 267kWH의 전력을 끌어낼 수 있으며, 이는 14개의 상용히터를 가동시킬 수 있는 용량이다. 돼지는 사육기간이 짧고 크기에 비해 배출 가스가 많아 바이오가스 전력을 확보하는 데 다른 가축보다 유리하다. 현재 북한에는 약 300만 마리의 돼지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이는 북한 주민에게 최소한의 생활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경기도는 무엇을 얻게 될까. 경기도가 ‘한반도 신재생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게 된 것은 이곳이 우리나라 최대의 축산농가 밀집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를 고안한 삼성경제연구소 이한희 수석연구원은 “경기도에는 축산업 농가가 많아 배출되는 축산 분뇨로 전력 생산이 가능한 최적의 조건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기업도 참여 가능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남북한이 협력해 경기도에서 배출되는 연 92만5000t의 축산 분뇨를 전기 생산용으로 재활용하면 해양 투기를 줄여 환경오염을 방지할 수 있고 북한은 생활전기를 얻어 에너지난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국제기구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남북한의 환경 및 에너지난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지구온난화도 방지할 수 있도록 경기도가 선도적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현재 연 48만t가량의 축산 분뇨를 바다에 버리고 있다. ‘런던의정서’에 따라 2012년부터는 바다에 버리는 것이 금지돼 있는데, 이 프로젝트가 실행될 경우 축산 분뇨 처리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게 된다. 플랜트가 가동되면 1개소당 바다에 버리는 분뇨를 10만t가량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지난해 8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이 프로젝트를 듣고 보고서 작성자인 이 연구원에게 바로 연락했다. 그만큼 축산 분뇨 처리는 경기도의 시급한 현안이었다. 이 연구원의 설명을 듣고 김 지사는 즉시 프로젝트의 진행을 추진했다. 이 연구원이 지난해 산업자원부에 설명했지만 담당 공무원들은 별 관심도 없던 일이었다. 그러나 경기도뿐 아니라 축산 분뇨 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의 헤이룽장성 관료들까지 이 연구원에게 축산 분뇨 처리와 동시에 전력도 얻을 수 있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고 요청해 왔다.
‘한반도 신재생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에는 민간기업의 참여도 가능하다. 민간기업은 협조융자(Co-Financing) 형태로 참여해 온실가스 감축량만큼의 크레딧을 가져가게 된다. 이 프로젝트가 CDM프로젝트(선진국의 대 개도국 온실가스 감축사업)로 등록될 경우, 교토의정서에 따라 참여 회사는 감축되는 배출가스를 의무감축 대상국에 판매할 수 있게 된다. 국가별로 할당된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 쿼터는 상품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기준 국제 탄소가스 시장에서 t당 3~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두 번째 감축대상기간(2013~2017년)에 온실가스 의무감축대상국이 될 게 확실시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이 연구원이 월드뱅크에서 2002년 일할 때 태국과 베트남에서 바이오가스 플랜트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하면서 싹텄다. 베트남 낙후 지역에서는 북한과 마찬가지로 주민생활을 위한 주 에너지원을 땔감용 나무나 목탄에서 얻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가스 시스템을 도입한 뒤 최소한의 생활전력 확보가 가능하게 됐다. 현재 베트남 북단에 위치한 Red-river지역과 남쪽의 메콩강 유역에서 3000여 개의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수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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