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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는 역시 가정이 필요하다

고아는 역시 가정이 필요하다

일부 입양 관계자는 지난 3년 동안 해외입양이 줄어든 원인으로 유니세프를 지목한다. 유니세프는 혜택 받지 못한 어린이가 좋은 보살핌과 교육을 받도록 돕는 세계 기구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아들의 집을 구해주는 문제에서는 사정이 다르다고 입양 관계자들은 주장했다. 유니세프가 어린이의 종합적 복지보다는 문화적·지리적 유대의 유지라는 엉뚱한 데 주안점을 둔다는 말이다. 심지어 국내입양 기회가 거의 없고 유기아동이나 빈곤 가구를 지원하는 공공 프로그램이 사실상 없는 경우에도 그렇다. “국경선이라는 걸림돌 때문에 유기아동이 가족을 가질 기회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미국양육위원회의 토머스 애트우드 이사장이 말했다. “국내 프로그램에만 초점을 맞추는 유니세프의 자세는 국제입양의 장애가 되며 수많은 어린이가 국제입양을 통해 생활을 개선할 기회를 박탈했다.” 입양 가정의 필요성(유니세프는 세계의 고아 인구를 1억4300만 명으로 추산했다)이나 서구인들의 입양 열기가 전에 없이 높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여러 분야의 어린이 보호 관계자들은 가능하면 어린이를 자기 가정에서, 자기네 문화에서 키워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다만 그 “가능하면”의 정의를 놓고 이견을 보인다. 유니세프가 모든 형태의 입양 장점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홍보하기보다는 흔치 않은 학대와 부패 사례만 강조하고, 개도국들이 더 많은 유기아동을 해외로 내보내지 못하도록 막는다고 사람들은 비판한다. “유니세프와 외국의 일부 비판자는 국제입양을 일종의 식민주의로 간주하는 시각을 키웠다”고 해외입양 전문가인 미네소타 대학 부설 국제입양병원 원장 데이나 존슨이 말했다. 유니세프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그들의 정책을 1970년대에 흑인 사회사업 종사자들이 추진한 정책과 비교했다. 그들은 흑인 아기는 흑인 가정에서만 입양해야 윤리적으로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많은 소수민족 어린이가 대부분의 어린 시절을 주정부 시설에서 보냈다. 유니세프는 국제입양이 세계 고아들의 최선의 선택이 아님은 물론 유일한 선택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아동보호과의 선임 연구원 알렉산드라 유스터는 고아들의 집을 구하는 각국의 잠재적 해법에 국제입양도 포함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생부모 가정이 자국 정부의 충분한 지원을 받아 자식을 직접 키우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래야 더 많은 어린이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것이 우선적이다. 국내입양의 촉진 역시 더 많은 어린이에게 좋다”고 그는 말했다. “국제입양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우선적 관심이 아닐 뿐이다.” 그 일부 이유는 유니세프가 국제입양이 주로 금전적 이윤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거래라고 걱정하기 때문이다. 서구에는 입양 가능한 우량아가 거의 없기 때문에 부모가 우량아 입양을 마무리 지으려고 기꺼이 내는 돈의 액수가 늘었다. 돈에는 반드시 부패가 따르게 마련이다.

▶중국 등지에서 입양하면 비용이 좀 적게 들고 절차도 좀 더 투명하지만 유니세프는 그마저 문제라고 말한다.

유니세프는 특히 과테말라 같은 가난한 나라를 걱정한다. 거기에서는 민간 변호사들이 대체로 입양절차를 관장하면서 어린이 한 명당 3만5000달러 이상을 부른다. 정부기관이 프로그램을 감독하는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나라보다 거의 두 배나 높은 금액이다. 그런 이윤 때문에 전에 없던 시장이 생겼다. “우리는 취약한 어린이의 상업화를 걱정한다”고 유스터가 말했다. “중간 거래상들이 입양하기에 유리한 어린이를 찾아 다닐 동기가 부여된다.” 농간에 넘어가 건강한 아기를 포기하는 가련한 엄마가 있는가 하면, 국가기관에 수용된 장애아나 나이가 좀 든 어린이는 원하는 가정을 찾기 어려워 돈벌이가 안 되기 때문에 해외입양 대상에서 제외된다. “입양이란 어린이에게 집을 찾아주는 일이 돼야지 가정이 원하는 어린이를 찾아주는 일이 돼선 곤란하다”고 유스터가 말했다. 유니세프는 에티오피아, 중국, 베트남 등지의 덜 비싸고 좀 더 투명한 프로그램도 역시 경계한다. 그런 나라에서 정부가 청구하는 입양비용의 일정액은 뒤에 남는 고아들의 보호와 생활여건 개선에 쓰인다. “그게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유스터가 말했다. “아동복지 제도가 해외로 떠나는 아동들에게 의존하면 그 나라는 국내입양을 추진하는 노력도 덜하고 어린이를 버리지 말고 키우도록 지원하는 노력도 덜할 우려가 있다.”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유니세프가 무슨 수를 써서든 부패를 막겠다는 생각에만 몰두하고, 각국이 그런 제한적 규제를 받아들이면서 해외입양이 줄어드는 결과가 일어났다고 비난했다. “맨 위에 있는 사람들이 국제입양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든다”고 하버드 법대의 입양 문제 전문가 엘리자베스 바솔리트 교수가 말했다. “따라서 입양되는 아이는 줄고, 고아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는 늘었다. 고아원을 나오게 되는 아이도 나이를 좀 먹은 뒤라 양부모가 키우기에 부적합한 심각한 장애가 발달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스터는 유니세프가 각국에 입양 규정을 강화하라는 압력을 절대로 가하지 않으며 실은 요구가 있을 때만 개입한다고 주장했다. 2006년의 라이베리아가 그런 경우다. 국제입양이 증가하자 라이베리아 정부가 조사를 요청했다. 한 해 이뤄진 입양 수백 건 중에서 “허위 핑계를 댄 포기”에 해당한다고 밝혀진 사례가 50건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무지한 부모가 양육권을 일시적으로 잃을 뿐이라거나, 나중에 서구에서 자녀를 만나게 해준다는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경우도 있었다. 자료가 충분치 않아 세계적으로 그런 잘못된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알기 어렵다고 그는 인정했다. “안타깝게도 그런 사례가 드물지는 않으며, 정황상 증가추세로 보인다. 표면을 긁어보면 종종 위법사례가 나온다.” 미국 정부는 올봄부터 아동 국제입양에 관한 헤이그 조약을 시행한다. 일부 전문가는 그런 위법사례가 줄면서 유니세프와 반대세력이 중간에서 타협하고 공동의 목표를 찾게 되리라고 기대한다. “이 모든 관련 단체들은 모두 좀 더 윤리적인 입양 관행을 원한다”고 독자적 연구·정책 기관인 이반 B 도널슨 입양연구소의 애덤 퍼트먼 소장이 말했다. “그러나 절실히 집이 필요한 어린이에게 집을 찾아준다는 목표를 명심해야 한다.” 그곳이 어디가 됐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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