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새 정부 정책 잘 보면 ‘싹’이 난다

새 정부 정책 잘 보면 ‘싹’이 난다

▶펀드수익률 급감과 금리 인하 조짐으로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규제 강화 정책으로 썰렁해진 부동산 업체.

요즘 증시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글로벌 악재로 주가가 급락하기 때문이다. 펀드런(펀드 대량환매) 현상을 우려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콜금리 인하 분위기로 단기간 유동자금이 몰렸던 금융시장이 주춤하자 이 자금이 다시 부동산으로 방향을 돌리는 게 아닌가 하는 예측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은 경기 침체로 상담 건수가 크게 줄었던 지난해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펀드 수익률 급락과 금리 인하 조짐으로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미 다세대나 다가구 같은 상품이나, 주택시장의 중심축인 아파트는 매입 문의가 늘었다. 상가나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 문의도 많아졌다. 대운하나 새만금 주변 토지도 관심사다. 또 지난 한 해 숨 죽어 있던 경매시장도 고가 아파트 위주로,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20%포인트 정도 올랐다. 전세시장은 대입자율화, 영어몰입 교육, 수능등급제 폐지로 학군 좋은 지역의 급매물이 사라지면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강북의 재개발 이주 수요도 늘어 봄 이사철 임대차 시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까지 겹쳐 부동산 투자 전망이 밝아보이는 듯도 하다. 그렇다면 내 집 마련과 부동산 투자를 계획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전략으로 새 정부의 부동산 시장에 대비해야 할까. 달라진 정책과 주택 시장의 변수 위주로 시장을 점쳐보자. 지방은 공급과잉(2007년 12월 말 현재 지방 미분양 9만7630가구)에 따른 수요 부재로 침체가 심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수급불균형에 지역별 쏠림 현상이 강한 수도권은 풍부한 유동자금, 안전자산 선호 심리, 소비심리 회복, 부동산 정책변화로 인해 주택 구매력이 작년보다 개선될 것이다.
매입·투자 문의 전반적 증가세
2007년 주택시장 침체를 올해까지 끌고 올 수 있는 돌출변수는 시장에 지뢰처럼 깔려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말미암아 미국 주택시장의 경기가 침체되고, 국내 미분양 사태로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화, 가계대출 상환부담 문제가 불거져 나오는 것은 우려할 만하다. 하지만 안심할 만한 점도 있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간 LTV(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같은 규제로 대출 관련 기준을 강화해 왔기 때문이다. 2007년 9월부터 실시한 분양가상한제, 청약가점제 여파로 본격적인 청약 광풍이 불게 되면 인근 신규주택 수요가 자극받을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2008년 주택시장은 하반기부터 수도권 위주로 완만한 가격상승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행정복합도시, 혁신도시 같은 지역균형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수도권을 선호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2기 신도시(송파·판교·광교) 개발과 후광효과를 생각하면 수도권 인구집중에 따른 가격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제 수요자들은 연초에 새 정부의 정책 변화(새 정부 출범과 2008년 4월 총선에 따른 부동산정책)에 따라 시장을 면밀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중·하반기에 접어들면 부동산 움직임이 감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심할 것은 이미 주택 가격이 소득수준에 비해 크게 올랐기에 예상되는 가격 상승폭은 ‘폭등’이 아닌 ‘회복세’에 가깝다는 점이다. 앞으로 3~5년 동안 실수요자들은 새 정부의 개발프로젝트, 정책방향을 보고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 완만한 가격 상승이 예고될수록 실수요자들은 재테크에 실패하지 않을 유망지역이나 가격상승 여력이 있는 저평가된 지역에만 쏠릴 것이기 때문이다. 주택은 지역·종류에 따라 향후 가격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주택은 연간 기준으로 금리의 2~3배 상승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수요자가 떠나는 주택은 투자 가치도 역시 떨어질 것이다. 소득 수준과 주택면적에 따라 실수요자들도 이분화될 전망이다. 중대형 면적의 경우, 노후 아파트보다는 자연과 조망, 공기가 좋은 전원형 아파트나 브랜드 밸류가 있는 도심 초고층 아파트가 투자하기에 유리하다. 소형의 경우는 다르다. 규제의 포화가 집중됐던 재개발·재건축에 관한 규제 수위가 새 정부의 영향으로 점차 완화될 것이므로 도심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도시재정비촉진지구)은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일부 수요는 도심의 오래된 소형 지분(연립, 다세대, 다가구) 매입으로 빠르게 연결될 전망이다.

수도권 분양시장 청약 광풍 올 수도
민간택지에서 분양가 상한제 효과가 드러나면 수도권 분양시장에 청약 광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세차액이 보장되는 2기 신도시나 일부 지역(은평뉴타운, 송도·청라·흥덕지구, 왕십리뉴타운, 한남대 부지) 아파트의 경우 인기 지역 청약경쟁률은 수백 대 1까지 치솟으며 이와 접하고 있는 주변 아파트들의 가격까지 자극할 전망이다. 실수요자를 유인할 수 있는 각종 개발 호재(용산 국제업무지구, 4차 뉴타운, 뚝섬개발과 U턴프로젝트)가 바닥에 깔린 곳도 눈여겨보자. 개발과 수급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다. 지하철·고속도로 등 교통여건(9호선, 경의선·분당선·신분당선·중앙선·경춘선 복선전철, 서울~용인 간 고속도로, 신림선 등 서울·수도권 경전철들, 지하철 3호선 연장, 일산대교, 송포~인천 간 도로, 제2자유로, 서울~문산 간 고속도로)이 개선되는 지역의 주택가격(전·월세가)은 상승세를 탈 전망이다. 재건축 시장은 당초 용적률 상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서울 강남 시장에 대한 불안 가능성 또한 높아 시장동향을 감안해 규제완화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작년에 가격이 많이 내려간 저밀도 역세권 지분 혹은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지역 위주로 장기투자를 하는 게 현명하다. 정권이 교체됐지만 토지시장에는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내륙운하 등 대규모 사회간접시설(SOC) 건설 계획이 공약으로 발표된 곳은 적지 않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부재지주 양도소득세 강화, 실거래가 토지등기부등본 기재, 토지거래허가제 같은 규제가 아직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해 투자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호재가 있는 내륙 운하 지역이나, 가용 토지 부족에 시달리는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투자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올해 하반기에는 신혼부부 주택이나 지분형 아파트 분양제도 등이 새롭게 도입된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윤곽을 드러내고, 보유세 개편 등이 결정되는 시기라는 얘기다. 정책변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계산해 기민한 재테크 전략을 펼쳐야 한다. 일시적 충동에 따른 구매보다는 치밀한 설계와 정보수집을 거쳐 부동산 투자를 결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뉴진스님 디제잉’ 말레이 불교계는 질책…“입국 막아 달라”

2맥쿼리자산운용 이수진 전무, 해외 PEF 첫 한국인 여성대표로 승진

3정부, 법원에 2000명 ‘의대증원’ 자료 제출…내주 집행정지 여부 ‘촉각’

4정부도 日 라인야후 행정지도에 뿔났다…네이버는 지분매각 가능성 시사

5강남 ‘20억’ 로또 누가될까…반포 원베일리 딱 1가구 풀린다

6“유미야, 오랜만이야”…화면 속 이야기는 끝났지만 ‘현실 마침표’ 아직

7거래소, 밸류업 공시 담담자 의견 청취…이달 중 가이드라인 확정

8조재구 대구 남구청장, 공약이행 '최우수 등급' 획득

9홍준표 대구시장, 제22대 당선자와 오찬 간담회... "지역현안 공동 대응키로"

실시간 뉴스

1‘뉴진스님 디제잉’ 말레이 불교계는 질책…“입국 막아 달라”

2맥쿼리자산운용 이수진 전무, 해외 PEF 첫 한국인 여성대표로 승진

3정부, 법원에 2000명 ‘의대증원’ 자료 제출…내주 집행정지 여부 ‘촉각’

4정부도 日 라인야후 행정지도에 뿔났다…네이버는 지분매각 가능성 시사

5강남 ‘20억’ 로또 누가될까…반포 원베일리 딱 1가구 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