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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후보가 ‘금융 소통령’ 되다

만년 후보가 ‘금융 소통령’ 되다

▶1949년 서울생 서울사대부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시간주립대 경영대 교수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국제금융팀장 경제부총리 특보 국제금융센터 소장 우리금융지주 총괄 부회장 포스코 이사회 의장 딜로이트코리아 회장

‘7전8기의 성공기’. 전광우 초대 금융위원장을 두고 과천 관가와 여의도 금융가에서는 이렇게 표현한다. 전광우 위원장의 드라마틱한 인생역전을 빗댄 말이다. 그는 초대 금융위원장에 선출되기 전까지 관가나 금융권에서 ‘만년 후보’ 또는 ‘예비 후보’란 별칭을 달고 다녔다. 사실 그의 이력은 최고경영자(CEO)를 향한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는 자천타천으로 우리금융, 우리은행, 국민은행, 금융연구원, 한국투자공사, 한국증권선물거래소 등 굵직한 민관의 CEO 후보로 항상 거론됐다.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것도 수차례.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번번이 낙마하고 만다. 2007년 우리금융 회장 후보로 거론됐던 그는 외교통상부 국제금융대사로 선임되면서 최고경영자를 향한 도전을 끝내는가 했다. 우리은행 임원을 지냈던 한 관계자는 “전광우 위원장은 우리금융 부회장 시절부터 여러 기관의 최고경영자 후보로 자주 거론됐었다”며 “이 때문에 만년 후보란 꼬리표가 붙긴 했지만 그만큼 CEO로서 지식이나 자질이 충분하고, 대인관계도 원만하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그랬던 그가 금융 소통령이라 불리는 금융위원회 위원장으로 갑자기 등장한 것이다. 더욱 드라마틱한 것은 그는 정부 발표 전까지 모두가 예상했던 후보 명단에도 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당초 관가나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원장 후보로 백영호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와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 등을 지목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MB의 요청으로 인수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진 황영기 전 회장이었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지난 5일 정부에서 금융위원장을 발표하기 직전까지 백영호-황영기 2파전 양상은 변하지 않았다”며 “변한 것이 있다면 유력 후보였던 황영기 전 회장이 삼성 특검에 따른 후폭풍으로 1순위에서 멀어졌다는 소문뿐이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정부 발표는 모두의 예상을 뒤집은 것이었다. 정부 발표 이후 관가나 금융권에서 ‘전광우 스토리’가 화제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만큼 선임 배경을 놓고 뒷말도 무성했다. 정부에서는 전 위원장이 “이론과 현장 경험을 모두 겸비한 최적의 적임자”라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지만 관가나 금융권에서는 ‘황영기 대타론’이 아니냐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 특검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포스트 황영기’ 카드를 미리 뽑았다는 설명이다. 전 위원장과 황 전 회장은 우리금융 회장 자리를 놓고 이미 한 차례 경합을 벌인 바 있다. 2004년 우리금융 부회장으로 근무하던 전 위원장과 삼성증권 사장을 맡았던 황 전 회장은 우리금융 회장 자리를 놓고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다. 당시에는 황 전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정부당국 관계자는 “인사야 결정권자 마음이라지만 통상 발표 전에는 후보들의 면면이 드러나게 마련”이라며 “‘막판 뒤집기’식 인사가 펼쳐지니까 대타론이란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위원장 선임에는 그의 ‘거미줄 인맥’도 한몫했다는 전언이다. 전 위원장의 주변 인맥은 그의 경력만큼이나 화려하고, 폭넓다. 학계, 관계, 금융계, 재계 등 각계에 두루 걸쳐 있다. 그는 세계은행에서 12년간 근무하면서 국내외 학계는 물론 금융계에 많은 인맥을 쌓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세계은행 근무를 마친 후 1998~2000년 재정경제부 장관 특보를 지내는 동안 관계 인맥도 형성할 기회를 가졌다.
특히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부총리는 2007년 외교통상부 국제금융대사로 그를 추천했을 정도다. 정계 인사들과도 인연이 많다. 임태희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나 이상득 국회 부의장과도 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2004년부터 포스코 사외이사를 지낸 전 위원장은 이구택 포스코 회장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인디애나 대학에서 석·박사를 마친 만큼 국내외 학계 인사들과도 교분이 두텁다. 채서일 고려대 교수, 이영회 전 아시아개발은행 사무총장 등이 대표적 인맥이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도 가까운 사이다. 전 위원장과 정 전 총장은 2000년부터 2년 동안 금융발전심의회에서 같이 근무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금융기관장 중에서는 신동규 전 수출입은행장과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 위원장과 신 전 행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동기동창. 특히 신 전 행장은 전 위원장 선임에 큰 힘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고향 선후배 사이인 신 전 행장이 전 위원장을 강력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각계각층에 고루 포진한 전 위원장의 화려한 인맥은 그에 대한 평가를 높이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사철마다 굵직한 민관의 최고경영자 후보로 거론된 것도 이 같은 거미줄 인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평이다. 금융권 한 CEO는 “관가에서 능력 평가란 바로 인맥 평가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 주는 화려한 인맥만큼 큰 무기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전 위원장은 가장 큰 무기를 지닌 셈”이라고 설명했다. 관가나 금융권에서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광우 위원장이 신설된 금융위원회를 잘 이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금융에 밝고, 친화력이 강하다는 점에서 새로 출범하는 금융위원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금산분리, 산업은행 민영화, 금융규제 철폐, 마이크로파이낸스(소액서민대출은행) 등 MB정부의 주요 금융정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 위원장은 우리금융 부회장 시절부터 ‘금산분리를 통한 우리금융 민영화’를 주장한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현재의 금산분리 체제에서는 결국 외국인 투자가로 투자 주체가 한정될 수밖에 없는 역차별 문제가 발생한다”고 강조해 왔다. 금융권의 치열한 생존경쟁도 예고되고 있다. 전 위원장은 “금융허브를 위해선 국내 금융회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며 금융규제 철폐와 함께 규모의 경쟁력을 지적해 왔다. 이를 위해 “금융규제 완화에 집중하겠다”는 취임 일성까지 밝힌 상태다. 이 때문에 금융계에선 벌써부터 금융시장의 일대 개혁이 일어날 것이란 조심스러운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장으로서의 자질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별로 없지만 일각에선 관료조직을 이끌어가기엔 힘이 부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칫 변화에 둔감한 관료조직 내에서 제대로 능력조차 발휘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사실 그는 공직 수장으로 리더십이 검증된 적이 없다. ‘관료조직부터 장악하라’는 충고가 잇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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