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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 잡고 ‘超현대 속도’로 달린다

핸들 잡고 ‘超현대 속도’로 달린다

▶노재만 총경리

베이징현대자동차가 4월 8일 중국 베이징 순이(順義) 지역에 제2공장을 준공한다. 40만 평 부지에 연간 3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이로써 베이징현대차는 제1공장(30만 대, 20만 평)을 합쳐 중국에서 연 60만 대 생산체제를 갖췄다. 중국에서 60만 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춘 업체는 상하이GM과 폴크스바겐 등 일부 업체뿐이다. 앞서 2월 22일 베이징현대차는 중국 현지에서 누적 생산 100만 대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중국의 베이징자동차그룹과 손잡고 2002년 50 대 50의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에 자동차를 내놓기 시작한 지 5년2개월 만이다. 이처럼 가공할 만한 성장속도에 놀란 중국 언론이 ‘현대 속도’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단행한 8% 가격인하 효과가 나타나면서 올 들어 판매도 빠르게 늘고 있다. 베이징현대차의 오늘을 만든 주인공은 노재만(59) 베이징현대차 총경리(그룹 부사장)다. 그는 성균관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울산 현대차 공장에 입사했다. 33년간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엔지니어다. 그는 2002년 현대차가 인수한 기아자동차 중국 법인인 둥펑웨다(東風悅達)기아차 공장장을 잠시 지낸 뒤 그해 10월부터 베이징현대차 공장 설립에 뛰어들었다. 2002년 8월 베이징 입성 이후 제1공장 설립에서부터 ‘현지생산 1호 자동차’를 내놓을 때까지 모든 과정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했다. 5년여 짧은 기간에 베이징현대차는 중국 시장에 빠른 속도로 뿌리를 내렸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의 얼굴에 해당하는 택시 (6만7000여 대)의 절반가량이 베이징현대차로 교체됐다. 택시기사들의 입소문을 활용해 “베이징현대차가 잔 고장이 적고 튼튼한 데다 승차감도 괜찮다”는 평가를 얻었다.


베이징현대차는… ■ 등록자본금 7억4200만 달러 ■ 공장 60만 평(연간 60만 대 생산 능력) ■ 주요 제품 엘란트라(아반떼 XD의 현지모델명), EF쏘나타, 투싼, NF쏘나타, 엑센트(베르나) 등 ■ 임직원 5100명 ■ 판매딜러 362개
베이징현대차가 초단기간에 중국에서 안착한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일까. 노 총경리는 “중국 시장 진출 타이밍이 절묘했다”고 강조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99년 기아차와 합병할 무렵부터 “중국에 생산라인을 짓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이런 정 회장의 구상이 2001년부터 구체화됐고 결국 2002년 10월 법인을 설립할 수 있었다. 노 총경리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추진력이 정 회장님의 주특기”라고 말했다. 노 총경리의 추가 설명은 이렇다. “현대차를 제외하고 중국 정부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지금까지 외국 자동차업체에 추가로 공장 설립 인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현대차가 막차를 탄 셈이다. 중국의 자동차 수요는 베이징현대차가 제품을 출시할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84년 중국에 처음 진출한 독일의 폴크스바겐을 비롯해 현대차보다 앞서 진출한 선발 업체들은 2000년대 초반까지 엄청난 수업료를 지불했다. 후발 주자인 현대는 오히려 이들이 닦아 놓은 길 위를 달리는 이점을 누렸다. 첫차가 아니라 극적으로 막차를 탔기 때문에 수업료를 덜 냈다.” 숨가쁘게 달려온 그는 잠시 쉴 틈도 없이 중국 시장 2단계 공략 구상에 여념이 없다. 그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를 베이징현대차 1기, 올해부터를 2기로 구분했다. 노 총경리는 “지난 5년 동안 역량의 70%를 생산에 투입해 60만 대 생산기반을 완성했다. 앞으로는 판매에 80%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베이징현대차 공장에서 직원들이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다.

지난해 23만 대를 판매한 베이징현대차는 올해 판매 목표를 38만 대로 잡았다. 제1공장에서 28만 대, 제2공장에서 10만 대를 생산해 판매할 예정이다. 전체적으로 판매 목표가 1년 새 60%가량 올라갔다. 노 총경리는 네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 소비자가 사고 싶어 하는 차를 만들고, 원가를 줄이고, 판매망을 확충하고, 브랜드 파워를 끌어올리는 일이다. 중국 고객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노력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미국형과 유럽형에 이어 ‘중국형 현대차’를 처음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칭화(淸華)대학 미술 전공 교수 3명과 중국인 판매 책임자를 국내로 초청해 품평회를 마쳤다. 그 결과 외관이 화려하고 중후한 느낌의 모델을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의 기호를 최대한 반영하기로 했다. 예컨대 차량의 볼륨감을 키우고 라디에이터 그릴의 폭을 대폭 넓혔다. “지금까지는 현대차가 만들었으니 믿고 사라는 식의 일방주의였다면 앞으로는 고객의 입맛에 맞추는 전략으로 가겠다”는 것이 노 총경리의 복안이다.
60만 대 현지생산 기반 완성
올 들어 천정부지로 치솟는 원자재 가격은 넘어야 할 산이다. 노 총경리는 “철강을 비롯해 구리·납 등 비철금속 가격까지 뛰고 있다. 원유가 오르니 플라스틱 수지류도 덩달아 오른다. 원자재를 비롯한 원가 절감이 큰 숙제”라고 털어놨다. 중국 토종 업체들은 올 들어 자동차 가격 인상 필요성을 끄집어내고 있다. 가격을 내리던 지난해 초와는 판이하다. 이에 대해 노 총경리는 “중국 업체들이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면 생산성이 높은 현대차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본사 지원으로 지난해 상하이에 설치한 글로벌 지원센터를 통해 중국에서 가장 값싸고 질 좋은 부품을 조달하는 현대차로선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얘기다. 원가는 절감하되 근로자들의 사기는 오히려 북돋운다는 구상도 밝혔다. 현대차 아산 공장장으로 재임할 때 강성 노조를 설득해 처음으로 ‘노사 평화선언’을 이끌어낸 덕장(德將)의 지혜를 중국에서도 발휘해 보겠다는 것이다. 판매 네트워크는 현재 330여 개인 대리점을 2010년까지 600여 개로 늘릴 생각이다.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에 대해 노 총경리는 “솔직히 아직은 좀 약하다”고 실토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프로젝트도 구상 중이다.


자동차 메이커들의 전쟁


황금시장 먹는 자 세계 최강 된다
중국은 자동차 메이커들의 전쟁터다. 내로라하는 다국적 업체는 다 들어왔다. 몇 년 전부터 중국의 토종 업체들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생산능력 기준으로 중국은 일본·미국에 이어 세계 3위다. 승용차와 상용차를 합쳐 올해 900만 대의 생산 규모를 갖출 전망이다. 중국은 2003년 이미 독일을 추월해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시장으로 올라섰다. 자동차 업체들이 더 주목하는 것은 2006년 일본을 제치고 미국을 추격하고 있는 세계 2위의 내수 시장이다. 중국 자동차업계는 “승용차 기준으로 중국의 시장 규모가 지난해 514만 대에서 올해 618만 대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2012년에는 950만 대로 늘어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중국 국가정보센터는 “2015년 중국의 자동차 시장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란 흥미로운 전망을 내놨다. 연간 자동차 판매량이 1700여만 대인 미국 시장을 추월할 정도라니 중국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연 10~15%씩 증가하는 수요가 탄탄히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전망이 가능하다. 2001년께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당시 한국(약 120만 대)과 엇비슷했다. 그러나 6~7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5배가량 커졌으나 한국은 여전히 130만 대로 정체 상태다. 중국 경제성장으로 등장한 중산층이 팽창하는 속도 이상으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 차를 살 수 있는 연 소득 5만 위안 이상 가구가 해마다 1400만 가구 넘게 증가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처럼 급팽창하는 황금 시장을 잡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은 피가 튈 정도다. GM·포드 같은 미국 업체들은 파워와 안전을 강조한다.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같은 독일 업체들은 기술력을 부각시킨다. 반면 일본 업체들은 디자인과 섬세한 성능을 강조한다. 도요타와 혼다 같은 일본 업체들은 중국 고객을 위해 차량 디자인을 적극 개조하고 있다. 중국 토종 업체들은 가격 경쟁을 선도한다. 준중형에 해당하는 C2(배기량 1600㏄ 전후) 시장 경쟁이 가장 격렬하다. C2 시장은 올해 전체 내수(618만 대)의 36%에 해당하는 223만 대가 팔린다. 지난해 1~3월 중국 시장에서 업체들은 8~10% 가격을 내려 출혈경쟁을 벌였다. 이런 경쟁을 못 견디면 도태된다. 베이징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도 가장 무서운 상대는 도요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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