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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論濁論] ‘작은 정부’ 물 건너갔나

[淸論濁論] ‘작은 정부’ 물 건너갔나

“장관들이 온정주의에 빠져 적당히 해보려는 것은 새 정부의 작은 정부에 역행하는 것이다.” 며칠 전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 조직개편과 인사를 두고 이명박 대통령은 이렇게 질책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일부 부처에서 정부조직 개편으로 발생한 유휴인력을 태스크포스(TF) 형태로 만들어 편법 관리하고 있다”는 질책도 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지시를 접하면서 ‘꼭 대통령이 깃발을 들고 나서야 하는 일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하지만 누구든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장관직에 오른 분들의 면면을 차분히 살펴보라. 직업 세계에서 무난하게 승승장구해 왔고 나이가 60대에 접어든 분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이분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며 가혹한 구조조정 같은 경험을 수행해 본 분들은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다. 게다가 이분들은 대통령이 목소리 높여 외치는 ‘작은 정부론’이 옳다는 신념이나 확신을 갖은 분이 드물다고 본다. 이런 조건들을 갖춘 분들이 부처를 책임지는 위치에 선다고 가정해 보라. 어떤 행동을 택할지 예상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대통령의 질책이나 호통이 있더라도 내부 조직원들을 선별해 내보내는 일에 선뜻 나설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위에서 압박을 주면 기껏해야 최소한의 감축으로 반응할 것이다. 다른 부처와 보조를 맞추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언론에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는 것으로 비치면 충분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진정으로 작은 정부론을 실천할 의향이 있었다면 신임 장관 가운데 한두 명 정도는 대단히 개혁적인 인물을 배치했어야 했다. 그동안 직업 세계를 통해 구조조정에 대해 충분히 실력을 검증 받은 그런 인물이 한두 명 정도라도 있다면 대통령의 그 같은 질책은 필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저 사람을 봐라. 공직 사회의 개혁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저렇게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장관이 반드시 포함돼야 했다. 그저 무난한 사람들을 뽑아 두었으니 그 기대 효과라는 것도 무난한 이상을 기대하기는 실상 힘들지 않겠는가. 여기에다 나이와 재산은 현상유지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심어줄 수도 있다. 이미 인수위의 정부부처 개편안을 만들 때부터 이번 정부의 ‘작은 정부론’은 거의 물 건너갔다고 봤다. 7000명 남짓한 인력 조정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대통령의 질책이 있을 정도니 정부개혁과 관련된 다른 과제는 어떤 행보를 보일지 충분히 예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전 정권에서는 공무원을 7만 명이나 증원했는데, 이번 정부는 기껏 7000명 정도 줄이는 일을 두고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로 정부를 다이어트해 나가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실제로 작은 정부론을 외쳤지만 역대 어느 정부도 행정 조직의 제대로 된 개편이나 축소를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작은 정부론을 외쳤던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 시절 정부의 재정지출 증가율은 각각 15.46%와 9.10%나 되었다. 거대정부를 부르짖었던 노무현 정부 때의 재정지출 증가율은 11.13%였다. 모든 기간을 통해 평균 경제성장률은 기껏 5~6%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 15년 동안 작은 정부론이란 단어는 구호는 요란했지만 실상 완전히 거꾸로 달려온 셈이다. 이번 정부는 달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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