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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속에서 봉사활동을 펴는 자이툰 부대 |
도널드 럼즈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은 2006년 1월 미군 지휘관들에게 한국의 자이툰 부대 같은 작전을 펼칠 것을 주문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자이툰 부대의 평판이 아주 좋다고 치켜세웠다. 두 사람은 한국 파병부대의 어떤 점을 높이 산 것일까? 미국이 이라크에서 전쟁을 시작한 지 5년.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를 뜻하는 자이툰이 이라크의 재건의 씨앗을 뿌린다. 2004년 9월 22일 아르빌에 비전투 병력 3600명으로 평화재건 임무에 나선 이래 3년 6개월이 흘렀다. 파병 5년차를 맞아 새로운 전기도 맞았다. 국회에서 네 차례 파병연장 동의안을 거치는 동안 자이툰 부대 병력은 2300여 명(2006년 12월), 1200여 명(2007년 5월), 650명(2008년 3월 현재)으로 줄었다. 올해 말엔 완전철수도 예정됐다. 하지만 자이툰의 봉사활동은 새삼 현지인들과 동맹국으로부터 주목을 받는다. “아르빌을 [한국군의] 파병지로 결정한 것은 너무나 다행스럽고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자이툰 부대 초대 사단장을 지낸 황의돈 당시 소장이 2006년 이라크 파병 2주년을 즈음해 말했다. 2004년 초 선발대를 이끌고 최초 주둔지로 거론된 키르쿠크를 현지 답사한 그는 이 지역이 한국군의 작전지역으로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키르쿠크는 테러가 잇따라 발생해 치안이 나날이 악화되는 데다 미군과의 공동 군사작전을 펴야 하는 부담도 컸기 때문이다. 국회가 파병안 동의 조건으로 내건 ‘한국군의 독자적인 작전 수행’ 원칙에 어긋났고, ‘파병 장병들의 안전 보장’에도 문제가 있었다. 결국 4개월여의 추가 검토 결과 최종 파병지는 아르빌로 낙점됐다. 2003년 9월 미국이 파병을 요청한 이후 9개월이 지난 후였다. 본래 아르빌은 후세인 정권에서 핍박 받던 쿠르드족의 땅이다. 성경에 ‘용감한 전사’라는 의미의 메데(Medes)인으로 알려진 쿠르드인들은 외부세력의 끊임없는 침략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이유로 외국군대의 주둔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2004년 자이툰 부대가 이곳에 처음 둥지를 틀 때만 해도 현지인들의 시선은 두려움과 경계심으로 싸늘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자이툰 부대의 활동은 현지인들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릴 정도로 정열적이었다. 평화 재건이란 취지에 걸맞게 전력, 상하수도, 교통, 주택 등 생활 기반시설을 늘리는 일뿐만 아니라 이라크군과 경찰 훈련 지원업무 등 치안 확보에도 도움을 줬다. 지난해 9월까지 자이툰 부대는 현지 학교와 보건소, 치안시설, 공공시설 등 258개의 시설물을 지어 현지인들에게 제공했다. 같은 기간 사용한 자이툰 부대의 재건 사업비는 485억원,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 민간지원비도 997억원에 달했다고 합동참모본부(합참)가 밝혔다. 자이툰 부대 참모장으로 현재 아르빌에서 복무 중인 강창구 대령은 뉴스위크 한국판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자이툰 사단은 동맹군과 현지인들로부터 ‘봉사활동’의 성공모델로 평가 받는다”고 전했다. 자이툰 부대는 기능교육과 의료 서비스도 제공해 왔다. 컴퓨터, 자동차, 발전기, 가전제품, 제빵, 중장비, 특수차량 등 7개 과정의 기술교육센터를 운영해 지금까지 현지인 1900명이 도움을 받았다. 영내에 있는 의료진의 진료를 받은 현지인이 8만 명이 넘을 정도로 많다. 지난해부터는 자이툰 부대가 주둔하는 인근 마을 10곳에 양봉, 축산, 재봉, 비닐하우스 재배 등을 도와 소득증대 사업도 지원한다. 1970년대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가난한 이라크 농촌마을에 이식해 소득 증대와 자립경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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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받는 아르빌 아이들 |
이라크 중앙정부조차 못하는 일을 자이툰 부대가 앞장서자 현지인들은 신뢰를 보냈다. “지난 3년여 동안 자이툰 부대가 보여준 헌신적인 민사 재건활동은 현지인들의 두려움과 선입견을 없애기에도 충분했다”고 합참은 자평했다. 민사작전이 성공하려면 물질적인 지원 못지않게 마음가짐과 태도도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초콜릿 하나를 선물하더라도 현지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애쓴다. “구호 물자를 전해줄 때도 자이툰 부대는 주민들에게 줄을 세워 질서정연하게 나눠주지만 서방 군인들은 군중의 머리 위로 물을 뿌리듯 던져주곤 손을 턴다”고 합참 공보실의 김태원 소령이 말했다. 그는 해외파병 업무를 다뤄온 지난 2년 사이 아르빌 현지를 두 번이나 다녀왔다. 이는 자이툰 부대가 한국군 장병들에게 각별히 주문하는 복무자세에서도 드러난다. 부대가 2006년 펴낸 ‘민사작전 핸드북’에는 민사작전 수행에서 존중과 배려의 정신을 특히 강조했다. 이를 위해 파병 전부터 미리 장병들에게는 아르빌 지역의 언어, 문화, 풍속을 가르치기도 한다. 외국의 도움을 받은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을 받는 사람들의 심정과 자존심까지 배려하라고 주문한다. 합참 해외 파병과 송양인 중령은 “지성이면 감천이란 한국인 특유 정성으로 사람들을 대하라고 장병들에게 가르친다”고 합참 해외 파병과 송양인 중령은 말했다. 그는 지난해 6월부터 연말까지 자이툰 부대 재건지원부대장으로 일했다. 따라서 사병들과 함께 아르빌 일대를 둘러볼 일이 많았다. “이라크 현지인들의 비참한 삶이 자이툰의 젊은 장병들 입장에서도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고 송 중령은 설명했다. 새로 전입한 사병 중에는 굶주리고 헐벗은 아르빌 주민들을 보면서 한국전쟁 당시 할아버지 세대의 힘겨웠을 삶이 떠올라 마음이 쓰라렸다고 털어놓는 이들도 있었다. “전쟁과 외국군 주둔을 경험한 한국인들로서는 이라크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기 때문에 더 진실한 자세로 현지인들을 대할 수 있다”고 송 중령은 덧붙였다. 하지만 자이툰 부대의 민사작전에도 변화가 생겼다. 철군 시한을 연장하면서 정부가 국내 여론을 의식해 파병 인력을 줄였다. “병력감축에 따라 (민사작전의) 사업 규모가 줄었다”고 자이툰 부대 강창구 참모장이 밝혔다. ‘양’보다는 ‘질’ 위주로 사업을 통합해 일부는 현지 쿠르드 자치정부에 이관작업도 진행 중이다.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 잡는 법을 전한다’는 구호 아래 운영되던 기술교육센터처럼 주민들에게 필요한 사업을 펼쳐왔지만, 지금은 쿠르드 자치정부의 행정력을 뒷받침하는 업무에 힘을 쏟는다. 이라크 주민들의 복지와 보건은 결국 해당 자치정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자이툰 부대의 보건, 의료, 정보 등 기능별 지식과 시스템을 자치 정부에 이식하는 업무가 새 과제로 떠올랐다고 합참은 전했다. 자이툰 부대원들은 이라크 미군들과는 전혀 다른 작전을 수행한다. 이라크 남부나 바그다드 북서부 수니 삼각주 같은 위험 지역에서 근무하는 미군과 달리 치안이 확보된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에서 민사작전을 잘 수행한다면 주둔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게 된다. 교전과 공격 등 직접적인 위협 속에서 민사작전을 펴는 외국군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얘기다. 파병 26개국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대민 지원 활동을 펼쳤다는 자평과는 달리 과도한 평가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자이툰 부대의 민사작전이 외부로부터의 공격을 완화한 측면이 있겠지만 그걸 (아르빌 평화 유지의) 결정적 요인으로 보긴 어렵다”고 외교·안보전문지 ‘디앤디 포커스’ 김종대 편집장은 분석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도 “아르빌은 쿠르드 자치구역인 데다 전투가 거의 없는 지역이어서 자이툰 부대의 활동을 다른 나라의 활동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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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정비는 젊은이에게 인기다. |
그나마 유사한 지역이 그루지야군이 주둔한 키르쿠크지만 한국이 안전을 이유로 정작 머물길 꺼린 지역이다. 참여연대나 파병반대국민행동본부 등 NGO들은 군 당국이 자이툰 부대 관련 정보를 더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환영 평화재향군인회 사무처장은 “자이툰 부대가 잘한다는 증거는 공격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인데 그걸로 굉장히 잘한다고 선전할 수 있겠느냐”고 되묻는다. 최창모 건국대(히브리 중동학) 교수는 국방부가 내놓는 자이툰 부대의 영상이 현실의 일부분만 확대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자이툰 부대는 올 하반기에 또 한 번 정국 분란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참여정부도 지난해 10월까지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을 선뜻 주장하지 못했다. 그때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가 나서서 “정부 현지 평가단의 조사 결과 자이툰 부대는 민사재건 작전을 통해 좋은 성과를 내고 현지 호응도 높은 것으로 나왔다”고 운을 뗐다. 그는 “올해 말까지 철군하겠다는 기존 방침과 한·미 공조의 중요성 사이에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파병 연장 가능성을 슬쩍 내비쳤다. 정부는 얼마 안 가 결국 파병 연장 불가피론을 들고 나왔다. 올해도 유사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민간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정욱식 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한·미 동맹 강화나 자원외교의 일환으로 이라크 장기 주둔을 염두에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파병 연장이 거듭될수록 자이툰 부대 병력은 줄었다. 이런 추세라면 자이툰 부대가 설령 이라크에 남는다 한들 명성은 오간 데 없고 명맥 유지에만 급급해할 공산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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